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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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적폐세력의 반격이다. 문정권이 북한에 쌀을 퍼줘서 쌀값이 올랐다느니 하는 날조기사가 날이 갈수록 극성이다. 특히 유투비(YouTube)를 통하여 배포되고 재생산되는 날조기사는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위력을 더하고 있다. 급기야 김태우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는 어처구니없는 운영위원회로 이어졌고,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동영상은 여의도를 흔들고 있다. 사실이 무엇인지를 따지기도 전에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직권남용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어쨋든 문재인 정권이 한 짓은 이명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홀로 깨끗한 척 고상한 척 하면서 또 다른 적폐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수구냉전세력은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 대다가 여차하면 끌어내릴 꿈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지 않은가. 개헌이든 최저임금이든 사사건건 문정부의 정책기조에 시비를 걸고 나선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개헌과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제출된 청와대의 개헌안을 끝내 내팽개쳤고,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소득을 줄이고 경제를 망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난하면서 뜬금없이 “출산주도성장”을 하자며 설레발이다. 쓸데없이 돈퍼준다고 반대할 때는 언제고... 수구세력의 패악질은 과거 노무현 정권시절을 연상시킨다. 그때는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몰아갔고 지금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로 주술을 걸고 있다.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보수가 아니라 기회주의자일 뿐이다

수구냉전세력은 스스로 보수라고 칭한다. 우파라고 한다. 그 반대편에 선 세력을 좌파나 진보라고 부른다. 아예 종북세력이나 빨갱이라고 낙인을 찍는다. 정치판 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학계에서도 이런 진보-보수와 좌파-우파 분류법은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갈라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색깔있는 안경을 끼고 보거나 영점조준이 되지 않은 총을 쏘는 느낌이다. 이 땅에서 큰 소리를 내고 살아온 수구냉전세력이 정말 보수이고 우파라 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보수주의(conservativism)는 전통, 문화, 가치에 중점을 두고 권위, 질서, 안정을 지향한다. 자유주의(liberalism)는 인권과 자유와 평등을 내세운다. 진보주의(progressivism)는 사회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의 지향이다. 우파는 재산권과 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capitalism)를 추구하고 좌파는 공동체의 사회적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socialism)에 친근하다. 이런 정치나 철학의 이념은 사회마다 조금씩 다르며, 그 경계선을 명확하게 긋기 어렵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이 땅의 보수는 이런 분류법으로 정의되기 어렵다. 교통방송(TBS)의 <장윤선의 이슈파이터>(2018. 6. 14)에 출연한 이해찬씨는 민주당과 수구세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진보 아닙니다. 민주당은 개혁세력이라고 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정강정책을 보면 유럽에 있는 진보당, 진보세력, 노동당이라든가 사민당, 거기보다 훨씬 정책이 보수적이잖아요. 자꾸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데, 우리당이 제가 보기에는 중도우파 정도 되는 겁니다… [현재] 보수는 보수가 아니고 수구세력이거든요. 말하자면 냉전체제하고 분단을 이용해서 내려온 수구세력아닙니까? 거기에다가 재벌들하고 유착되어있고…”

이해찬씨는 우리나라 정치세력의 지형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진보가 아니라 중도우파이고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수구세력이 보수가 아니라는 점이 의미가 있다. 내 생각으로는 민주당은 중도우파이지만 보수와 자유와 진보의 색채까지 넓게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요구를 소화해내는 데 힘겨워하고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정의당같은 진보정당이 선전하면서 민주당의 고민과 부담은 다소 줄고 있다.

이 땅의 기득권을 틀어쥐고 있는 수구세력들은 우선 언제나 힘있는 편에 선다. 일본이 득세할 때는 친일파로 설치다가 이제는 미국이 시키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며 성조기를 휘날린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독도영유권, 미국산 쇠고기, 일제 성노예(sex slave), 미군 THAAD 배치를 어찌 처리했는지를 되돌아 보라. 둘째, 의리義理가 아니라 그때 그때의 이득利得을 쫓는다. 그들의 합리이고 원칙이고 진리이고 정의이고 이념이다. 한마디로 기회주의다. 세째, 책임과 의무와 도덕은 상대방의 몫일 뿐이어서 자신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믿는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파면되었어도 반성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는 자신들만이 누리는 특권이지 상대방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내로남불”은 사실 이들의 전매특허다. 마지막으로 사실이 아닌 자신의 색안경으로 세상을 재단한다. 목숨처럼 달고 살아온 자신의 약점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덮어씌우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분법”이나 “싸가지”나 “경포대”라고 진보세력을 비난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빨갱이칠하고, 품격없는 언행으로 지탄을 받고, 고문과 사찰로 인권을 유린하고, 시장을 어지럽혀 경제를 망친 자들이 바로 수구기회주의세력이었다.

수구기회주의자의 패악질에 대처하는 법

이러한 기회주의자들의 난동에 도덕성과 합리성으로 대응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애초부터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힘과 이득을 노리고 벌이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이기 때문이다. 김태우씨의 폭로에 대해 청와대가 시시콜콜 해명한 일이 부질없는 까닭이다. 무슨 말을 하든 대화와 토론이 아닌 공연한 시비거리가 될 뿐이다. 그렇다고 똑같이 패악질로 대응하면 “그놈이 그놈”이라는 노림수에 걸려든다. 그래서 힘든 싸움이다. 따라서 냉철하게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사실에 근거하여 냉정하게 응수해야 한다. 절대 흥분하지 말고 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적이 아닌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 오랫동안 진보세력을 짓눌렀던 피해의식과 도덕결벽증을 떨쳐내야 한다. 끝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꼭 필요한 때에, 꼭 필요한 말만 담담하게 말해야 한다. 결국 소정의 최소주의가 답이다.

인용하기: 박헌명. 2018. 수구기회주의자의 패악질에 대처하는 법. <최소주의행정학> 3(12): 1.

2019. 02. 12 마지막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