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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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민정수석이 지난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부터 결사반대를 공언하고 나선 기득권 세력들은 한 달 넘게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수구언론은 조국 후보자의 배우자, 여식, 동생 내외, 웅동학원 등에 대한 신상털기 기사를 쏟아냈다. 여식이 포르쉐를 탄다거나 특별전형으로 진학을 했다는 헛소문을 보도했고, 심지어 어느 수구채널은 조국 후보자가 자택 아파트 주자창에 주차했음을 뉴스속보로 보도했다. 융단폭격같은 의혹제기에도 납득할 만한 사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구야당은 여론전에 몰입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질질끌었지만 결국 소문만 요란한 잔치가 되어버렸다. 조장관이 임명되자 그들은 해임건의, 국정조사, 특검을 들고 나왔다. 의혹을 반복하고 단식을 벌이고 삭발削髮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생결단이다. 급기야 문대통령과 조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국회의원이 법절차에 따라 임명된 장관을 장관으로 부르지 못하겠다며 꾸역꾸역 “조국씨”를 고집하고 있다. 비열한 막말과 욕설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정신병이고 과대망상이라고 했다. 정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을 넘어서서 인간이란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과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칼자루를 쥔 윤석열 검찰

결국 칼자루는 검찰이 쥐게 되었다. 수구기득권 세력이 조장관 식구들을 검찰에 고발하였고, 검찰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수십 곳을 압수수색하였다. 소환도 없이 청문회 중에 조후보의 부인을 기소하였다. 윤석열 총장을 적임자라고 옹호하였던 여당은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다고 반발했고, 청문회에서 윤총장을 강하게 몰아붙이던 야당은 이제 검찰을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둘러싼 검찰청, 법무부, 청와대, 여야의 힘겨루기가 얽히고 섥힌 모양새다.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되었다. 정치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하고 스스로 모가지를 검찰의 칼날에 맡기는 어리석음이여...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생은 굴곡졌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안희정과 감금원을 구속했고, 2008년 BBK 특검에 참여하여 이명박을 무혐의로 처리했고, 이명박 정권에서 특수통 검사로 경력을 쌓았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밀어붙이다가 좌천되어 절치부심하던 중 2016년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2017년 초에는 박근혜와 이재용을 구속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었다. 2018년에는 DAS의 이명박을 잡아넣고, 올해 초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를 구속하였다. 지난 7월 마침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윤총장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의 수사외압을 폭로하면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수차례 이어진 좌천인사 불이익과 모욕을 감내했다. 그래서 정권의 휘둘림에도 굴하지 않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강골검사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를 파격으로 중용한 까닭이다.

한계 상황을 경험한 최소주의자

소정 선생님은 “나는 깨지도록 허용해서는 안 될 최소를 고집하는 최소주의자다”라고 적었다(2008: 481).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최소는 무엇일까? 예컨대, “성욕, 연애, 가정, 일용할 양식, 노동할 권리, 평화스러운 공동체” 등은 살아가는 누구나가 갖기를 바라는 최소이다(1986: 95). 일용할 양식은 배불리 먹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의 음식이다. 화려한 옷이 아니라 흉하지 않고 더럽지 않은 옷이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아니라 식구들의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일자리다. 감옥에 갖힌 자에게는 추운 날 더운 물 한 모금도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다(2008: 303).

한계인은 “최소의 것을 빼앗긴 자”이거나 “최소를 가질지 말지 하는 한계 상황에 사는 사람”이다(1986: 96). 외압에도 불구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하는 검사의 최소한을 차마 저버리지 못한 윤검사의 모습이다. 그런 사람만이 그 최소마저도 상실된 상태에서의 존재를 음미할 능력이 있다(96쪽). 그래서 “[최소를] 빼앗은 자를 미움으로만으로 대하지 못하는 인간의 품위”를 가질 수 있다. “최소에의 흠모를 존중시하는 이는 최소의 것을 빼앗은 이에 대하여도 최소의 것이 부여되기를 바라는 인간 본연에 대한 흠모”가 있다(96쪽). 한계 상황을 경험한 최소주의자는 최소를 빼앗은 자의 이기심에 굴종하지 않으며, 빼앗은 자를 미워하면서도 똑같이 물질을 탐하는 인간의 타락도 거부한다(96쪽). “빼앗는 이의 모습을 도저히 그의 원래의 모습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의 품격에 대한 외경”을 갖는다(97쪽). 한계인과 최소주의자의 인간주의이다.

윤석열의 선택과 최소주의자의 길

윤총장이 억울하게 최소를 빼앗겨 본 사람이라면, 그 한계 상황을 온몸으로 버텨낸 최소주의자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첫째, 법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를 철저하게 따른다. 윗사람의 권한남용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은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둘째, 지독하게 불편부당하게 일을 처리한다. 사람이나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과 국민만 바라본다.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로 말한다. 정치와 여론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는다. 세째, 약자의 인권을 저버리지 않는다. 최소마저 박탈당했던 자는 수구세력의 집단 매질에 내몰린 조장관 식구들을 긍휼한다. 인간 본연의 품격을 거부하지 못한다. 짐승에게 먹이를 던져주듯 피의사실을 흘리지 않고 최소한의 사생활은 지켜준다. 극악무도한 피의자라도 누려야할 최소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네째, 엄정한 수사에 집중할 뿐 유불리나 대가를 따지지 않는다. 조장관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오면 수구야당은 윤총장을 비난하고 특검카드를 들이밀 것이고 그 반대면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청와대로 몰려갈 자들이다. 여당은 그 반대일 것이다. 칼자루를 쥔 자의 마음이 흔들리면 자신이 휘두른 칼날에 베이기 십상이다. 윤 총장의 선택이 한계 상황을 겪은 최소주의자가 걷는 길이길 바란다.

인용하기: 박헌명. 2019. 윤석열의 선택과 최소주의자가 걷는 길. <최소주의행정학> 4(10): 1.

2019. 09. 21 마지막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