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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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지구촌 이곳 저곳에서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 1월 초 중국에서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알려진 뒤 한국, 일본, 이란, 이탤리를 넘어서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월 17일 현재 확진자는 중국이 8만명(사망자 3,226명), 이탤리가 2만 8천명(사망자 2,158명), 이란이 1만 5천명(사망자 853명), 스페인이 9천명(사망자 309명), 한국이 8천명(사망자 75명), 미국이 4천명(사망자 78명)이다. 이탤리, 이란, 스페인, 미국의 상승세가 무섭다.

처음에는 남의 나라 얘긴 줄 알았지만 1월 20일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엉겁결에 재난 영화 속으로 떠밀려 들어온 것같은 황당함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피부에 확 와닿는 두려움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려하면서 감옥같은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티고 있다. 특히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점점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을 집에서 근무하도록 했고, 가게와 식당은 사실상 문을 닫았고, 학교와 유치원은 개학을 연기하고 있다. 승객이 줄면서 버스가 멈추었고, 지하철과 택시도 한산해졌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늘길도 뱃길도 닫혔다. 세계대전이라도 터진 듯 “코로나 전선”은 점점 타오르다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고 있다. 국경을 걸어 잠그고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사람들의 일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전문성, 투명성, 창의성

한국 정부는 다른 어느 정부보다도 신속하고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관리해왔다. 전문가집단인 질병관리본부(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감염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감염경로를 파악해왔다. 대통령이 정은경 본부장의 건강을 걱정하고 국무총리가 행정지원을 이끄는 모습은 낯설다. 박근혜 정권에서 질병예방센터장이었던 정본부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수습에 책임을 지고(권한을 쥐고 있던 장관과 고위 공무원 대신) 징계를 받았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를 떠났던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던 그녀의 전문성과 성실함을 인사권자가 놓치지 않았으리라. 비록 상황이 많이 진전되어 현재 국가차원에서 재난을 관리하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은 여전하다. 아직도 일부 교회 등에서 “영빨”을 믿고 기도 모임을 지속하거나 정파성에 매몰되어 무책임한 비난과 저주를 쏟아내고 있으나, 정부는 전문성과 과학에 근거하여 냉철하게 재난에 대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매일 신종바이러스 현황을 발표하고, 방송을 통해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시시각각 내보내고 있다. 두 달 넘게 매일 전염병 소식을 생방송(뉴스특보)으로 전하고 있다. 이러한 투명성은 재난 상황에서 기승氣勝을 떨치는 유언비어를 차단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마스크 300만장을 중국에 보냈다거나, 북한에 몰래 마스크를 보내서 마스크 대란을 자초했다거나, 마스크 유통업체 대표가 영부인의 동창이어서 특혜를 받았다는 등의 날조기사가 등장했지만 약발이 오래가지 못했다. 보건용 마스크 공급에 관련된 과도한 비난과 선동(예컨대, “마스크 사회주의”)도 힘을 쓰지 못했다. 또한 사생활 침해라는 우려도 있지만 신용카드, 교통카드, CCTV 정보 등을 통한 확진자의 동선을 제공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자체 개발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법(RT-PCR)은 바이러스감염 판별에 걸리는 시간을 하루에서 6시간으로 단축시켰다. 하루에 1만명을 검사하던 역량이 요즘에는 2만명까지 늘어난 까닭이다. 물론 의료관계자의 열정과 헌신이 이뤄낸 기적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진단도구를 받아가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차탄채로”(drive-through) 검사하는 방식은 환자가 머문 방을 소독할 시간을 벌고 환자간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운영법이다. 국내외의 호평을 받은 이 방식은 최근 미국에 역수출되었고(미국식 차탄채로 주문법이 한국식 진단법으로 진화되어), 영국과 독일을 비롯하여 반한정서가 불고 있는 일본에서도 도입되었다. 도시와 하늘길과 국경을 폐쇄하지 않고서도, 자국민은 물론이려니와 불법체류자들까지, 전국에서 사실상 무료로 감염여부를 빠르게 검사해주고 있다. 한국의 대응에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닮아가는 아베 정권

반면 일본의 상황은 한국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아베 정권은 매우 정치적이고 느리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의료진이 아닌 정치권이 사태 수습을 주도하고 있고, 정부 대응이 투명하지 않다. 현재 일본에서 824명이 감염이 되었고 24명이 사망하였다고 발표되었지만, 그 숫자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요코하마항에 정박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한 환자를 방치하였다가 700명이 넘게 감염되었고, 그 숫자를 통계치에서 빼려는 꼼수를 부렸고, 하선한 승객을 격리조치하지 않고 집으로 보냈다. 어떻게든 일단 감염자 수를 줄여보려는 아베 정권의 의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 언론과는 달리 일본 언론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덮는 듯 무뎌진 날을 내리고 지나칠 정도로 평온하다.

일본 정부는 여행을 자제하고 만일 감염이 의심되면 집밖으로 나가지 말고, 고열이 며칠 지속되면 전화하라고 권하고 있다. 좀 박하게 말하자면 각자 알아서 조심하고, 재수없이 감염되면 집에 칩거하다가 응급실에 실려가라는 것이다. 비용은 둘째 치고 검사를 받고 싶다고 해서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시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정부 불신과 불안이 휴지까지 사재기한다.

이러한 아베 정권의 대응은 지난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박근혜를 지키려고 이리저리 틀어막고 꼼수를 부리다가 탈이 난 것이다. 올림픽을 개최하고 헌법을 뒤바꾸려는 욕심이 과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내팽개치고 있다. 수구군국주의자들의 시대착오적 정신줄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국면으로 몰고가고 있다. 국가란 무엇인가, 재난 앞에서 정부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반추하게 되는 춘삼월이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0.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 <최소주의행정학> 5(3): 1.

2020. 03. 25 마지막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