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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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수구기득권세력들은 지금까지도 꿋꿋하게 우한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정부가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지 못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사실이 어떠하든지 간에 문정권은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염치가 없어야만 한다는 자기최면이자 우격다짐이다.

세계 각국에서 문정부가 전염병 대처를 잘 했다며 이른바 “K방역”을 칭찬했다. 빠르고 정확성이 높은 한국산 바이러스진단도구를 구해가려고 안달이다. 잘 축적된 바이러스관련 정보와 방역 경험을 탐내고 있다. 수구세력들은 마지못해 정부가 잘 한 것이 아니라 의료인과 국민이 잘해서 그런 것이라고 둘러댔다. 참으로 고약한 심보다. 그렇다면 방역에 성공하지 못한 나라는 의료인이 형편없고 국민이 못났다는 소리인가? 죽어가는 자의 마지막 날숨같은 궤변이다.

“참 대단한 X순신 나셨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대한 위관장교가 상관인 영관장교의 제안으로 논문을 작성했다. 단기복무를 하는 비전투 병과 장교였다. 그 상관은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지만 무단으로 논문을 군사관련 학술지에 보냈고, 심사절차를 거쳐 출판하게 되었다. 단독저자였고, 상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 흉계를 까맣게 몰랐던 부하장교는 최소한 자신이 공동저자로 올라 있어야 했다며 분개했다. 출판을 기념한 회식자리에서 영관장교는 부하장교의 원망어린 시선과 떨떠름한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그럼, 이순신이 직접 왜적을 다 죽였나?”

명량해전에서 직접 왜적을 죽인 것은 이순신이 아니라 그의 부하들인데, 왜 이순신에게 공이 돌아갔는가에 대한 그의 자문자답이다. 이순신이 망치를 들고 거북선을 만들거나 팔을 걷고 노를 젓지 않았을 것이다. 손수 활과 화살을 만들어 적진에 날리지 않았을 것이다. 직접 칼을 담금질하고 벼림질하여 왜적을 베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순신을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기억할 뿐 그 부하들의 공적을 하나하나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을 부당하다고 말하면 안된다. 설교에 가까운 영관장교의 요설에 다들 멍하니 있었다고 한다.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뒤 얼굴을 찌뿌리며 “참 대단한 X순신 나셨다”라며 혀를 찼다고 한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어거지는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탁월한 무예와 치밀한 작전능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애민애족과 공명정대에 기반한 지도력이 부하들과 백성들을 감동시켰고 모이게 했고 뭉치게 했다. 개인역량과 무기보다도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그 지도력이 전쟁에서 승패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원균은 똑같은 지위(삼도수군통제사)에서 같은 장비와 군사와 백성들을 동원했지만 처참하게 패했다. 칠천량 해전에서 거북선 세 척 모두와 판옥선 140여 척을 잃었다(이순신은 무너진 몸이었지만 거북선 없이도 남은 판옥선 12척으로 명량해전을 이끌었다). 원균의 무술실력과 군사지식이 턱없이 부족해서였을까? 그가 직접 화살을 쏘거나 칼을 들고 전진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누가 뭐래도 원균은 인력과 장비를 효과적으로 동원하지 못했다. 감히 이순신과 비교할 수 없는 차이다. 그냥 “날로 먹은” 영관장교의 요설이 사람들을 화나게 한 까닭이다.

시민의 좋은 행동을 문정부가 투영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진행중이지만 한국의 전염병 방역은 모범사례를 손꼽히고 있다. 정부당국은 과감하고 발빠르게 대처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유전자증폭(RT-PCR) 검사법을 개발하여 업계가 진단키트를 양산하도록 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악조건에서도 현장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신천지나 이태원 같은 돌발변수가 있긴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적극 협력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같은 공무원, 같은 의료진, 같은 국민인데, 문재인 정부는 어찌하여 이명박근혜 정권과 이토록 천양지차天壤之差인가?

문정부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았다. 촛불혁명과 지난 해 한일 무역분쟁을 거치면서 깨어난 민의에 귀기울였다. 코로나19 현황을 보고하는데 머물지 않고 방송으로 생중계하다시피 했다. 박근혜정권의 청와대가 재난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MERS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숨기는데 급급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신속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민들의 협조를 구했고 시민들은 적극적인 참여로 화답했다. 소정 선생님은 “民의 좋은 행동을 官이 배우며 官의 나쁜 행동을 民이 배운다”(1991: 29)고 했다. SARS 방역에 성공하고 지금의 질병관리본부를 설립한 노무현 정부처럼 문재인 정부도 돈과 집권자가 아니라 사람과 시민이 기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대통령은 관료제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전염병 방역을 독려했다. 청와대가 국가재난으로 인식하고 법에 따라 대처했지만, 위계질서로 찍어눌러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 정치가 아닌 과학 영역인 만큼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문대통령은 박근혜정권에서 부당하게 멍에를 쓴 정은경씨를 일찌감치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발탁했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다른 지도자와는 달리 공식회의에서 그저 본부장의 건강을 걱정하고, 직원들이 맥빠지지 말고 힘내라고 홍삼액을 보냈다. 지금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사태수습을 주관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총리를 포함한 관료들과 지자체장들은 매일매일 정본부장의 입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문대통령은 직접 환자를 치료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자리에서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도록 조정하고 지원하고 격려했다. 정적들의 무차별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정도를 걸었다. 그에게 특별함이 있다면 이성과 원칙에 철저한 상식인이라는 점이다. 달변이 아닌 문대통령과 정본부장에게서 진심과 신뢰가 묻어난다. 트럼프나 아베가 지금 청와대에 없는 것이 천행이고 홍복이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0. 이순신의 지도력과 문재인의 지도력. <최소주의행정학> 5(6): 1.

2020. 05. 16 마지막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