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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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곤욕을 겪고 있다. 카투사로 복무하던 아들 서씨가 휴가 중에 무릎수술을 한 일을 두고 수구세력들이 일제히 “황제휴가”라며 매일 동네방네를 들쑤시고 있다. 서씨와 당직 사병이 통화를 했는지, 관련 서류가 왜 빠졌는지, 추장관이 국방부 민원실에 청탁을 했는지를 따지고 있다. 문제가 없다는 여당과 특혜라는 야당의 난타전에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미소를 머금고 공방을 부채질을 하고 있다. 작년 조국 사태와 같은 양상이다. 의혹이 의혹을 낳고 폭로가 폭로로 이어지는 사이 사실과 진실은 설 곳이 없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추장관과 문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어리석은 분탕질에 혀를 차다

나는 그저 혀를 찰 뿐이다. 수구세력의 의혹에 손을 들어줘서가 아니다. 서씨 측의 해명이 말끔해서도 아니다. 몇 달째 지속된 COVID-19 사태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대체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가. 사병의 병가가 대체 뭐길래 이러는가? 대학총장의 표창장이 대체 뭐길래 이 난리인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전 국민이 표창장을 어찌 위조하는지, 군대에서 어찌 병가를 연장하는지를 공부해야 하나? 오로지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나라의 재물을 없애버리는 짓이다. 조국 사태에서 본 어리석은 분탕焚蕩질이다.

공익을 위해 폭로를 했다는 장교나 사병 모두 분수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고 있다. 서씨의 부대 배치와 통역병 선발에 관련한 청탁을 받았다던 당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은 이번 일을 주도한 신원식 의원의 참모장이었음이 밝혀졌다. “제가 직접 추미애 남편 서 교수와 추미애 시어머니를 앉혀 놓고서 청탁을 하지 말라고 교육을 40분을 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신병교육 수료식에 참석한 모든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다. 정말 여당 대표의 청탁을 받았다면 사안이 엄중한 만큼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고, 정말 탈영이었으면 헌병에 통보하여 즉시 잡아들였어야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정의니 공정이니를 입에 담다니, 영관급이나 했다던 자의 언사가 이리도 가벼워서야 어디... 말똥 계급장이 아깝다. 당시 서씨가 미복귀한 사실을 보고받았고 서씨와 통화까지 했다는 당직 사병은 국회에서 증언을 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일개 사병이 인사권을 가진 장교가 결정한 휴가가 맞냐 틀리냐를 따지겠다는 것 아닌가?

의혹제기가 아니라 정치공작이다

서씨는 입대 전에 한쪽 무릎을 수술했고, 입대 후에 다른 쪽 무릎이 아파서 휴가를 얻어 치료했고, 여의치 않아 병가를 더 얻었고, 그것도 부족해서 부대의 의견에 따라 개인 휴가를 사용했다. 이런 저런 말은 많지만 중요한 것은 (1) 정말 수술해야 할 정도로 아팠고, 정말 수술했는가와 (2) 부대장이 정당하게 승인을 했느냐이다. 서씨가 주장한 대로 수술한 사실을 병원과 검찰이 확인해줬고 해당 부대장도 병가를 승인을 해줬다고 했다. 여든 야든 이 두 가지에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절차가 어떻고, 서류가 어떻고, 전화를 했네 안했네 그러고 자빠져 있으니 한심하다.

정말 문제를 삼을 만한 상황은 사병이 꾀병으로 휴가를 얻거나(실제 수술을 안했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했거나), 부대장이 부당하게 휴가를 내주는(부모에게 뇌물을 받고 사병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다. 또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서에도 불구하고 부대장이 정당한 이유없이 휴가를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개 부대장들은 병가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정말 병사가 아픈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가끔씩 역겨울 정도로 잔머리를 굴리는 사병이나 성질이 괴팍한 지휘관들을 보게 된다. 군대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한두 번씩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서씨가 수술한 것이 맞고 인사권자가 병가를 승인했다면 더 따질 일은 없다. 나머지는(전화로 했든 전자우편으로 했든, 명령서가 언제 발급되었든) 곁가지일 뿐이다. 만일 부대장이 서씨의 병가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부하 장병들의 비난은 물론 법적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역량이 COVID-19가 아닌 부질없는 이전투구에 소진되고 있다. 나라야 어찌 되든 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흔들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수구세력들의 결연함과 다급함이 느껴진다.

군대의 기강과 지휘관의 권위를 허무려는가?

음흉한 분탕질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지치게 한다. 침소봉대로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중요하고 사소한 것을 헷갈리게 한다. 군대에서 중요한 것은 계서제에 기반한 엄격한 지휘체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지휘관의 권위가 무너진 군은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권위주의에 찌든 적폐는 배격해야 하지만, 군지휘관의 지위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노무현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이라는 그 자리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기강을 무너뜨리는 짓이다. 인사권을 가진 부대장이 결정한 사안을 정치꾼들이 옳으니 그르니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 자해행위다. 물증도 없이 황제휴가라고 몰아붙이면 병가를 승인한 지휘관은 뭐가 된단 말인가? 그것도 한때 장군노릇을 해봤다는 자가 책임자도 아닌 장교와 당직 사병을 앞세워 지휘관을 능욕하고 있으니... 앞으로 휴가는 당직 사병의 결재를 받으라는 소리인가? 권위도 재량도 부정된 부대장이 어찌 장병들을 이끈단 말인가. 포탄이 떨어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지휘관의 공격 명령이 맞네 틀리네, 명령서가 있네 없네 미주알 고주알 따지고 있으니... 누가 국민의 군대를 허물고 있는가?

수구세력은 무슨 해명이나 조사결과가 나오든 불리한 내용이면 믿지 않을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군대가 망하든 말든 상관없다. 법치나 공정은 장식품일 뿐이다. 조민을 부싯돌로 삼아 조국을 불쏘시개로 태웠듯이 서씨를 미끼삼아 추장관을 얽어매고 있다. 어떻게든 질질 끌면서 여론의 파도에 휩쓸려가는 꼴이나 즐기려는 고약한 심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공작질에 두 눈을 부릅뜨고 깨어있어야 하는 백성들의 고달픈 삶이 애처롭다. Sojeong

인용하기: 박헌명. 2020. "황제휴가" 공작과 군지휘관의 권위. <최소주의행정학> 5(9): 1.

2020. 09. 13 마지막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