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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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COVID-19와 관련한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보상금이 포함되었다. 이른바 “국민지원금”은 맞벌이와 1인가구를 포함하여 소득수준 8할 이하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고, 저소득층에게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소상공인희망복지금”은 방역 조치로 입은 피해에 대하여 최대 2천만 원을 지급하고, 앞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한다. 늦었지만 결론을 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보편과 선별이 아니라 목적을 물어야 한다

나는 정치권이 보편이니 선별이니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못마땅하다. 목적에 따라 방법을 달리하면 되는 일인데, 목적은 따지지 않고 방법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길어진 방역으로 지치고 배고픈 민생을 달래기보다는 정치득실을 따지며 이전투구하는 꼴이라니...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과 보상은 그 자체로 선별이다. 누구를 소상공인으로 정의할 지, 방역 조치로 인한 손해를 어떻게 추정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다.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구청,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객관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경기부양이 목적이면 신용카드, 현금, 상품권 별로 정부지원금의 효과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국민지원금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지급”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대상을 정의할 것인가? 가구원수와 맞벌이가구를 고려하여 6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 합산액이 80 percentile 이하(고액자산가 제외)로 기준을 정했다. 예컨대, 5인 외벌이가구 지역가입자는 합산액이 42만 3백원 이하여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의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첫째, 경계에 있는 가구를 납득시키기 어렵다. 왜 79%는 되고 81%는 안되는가? 왜 7할이나 9할이 아니라 8할인가? 둘째,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지 아닌지를 건강보험료로 결정할 수 있는가? 80% 이하는 나이, 직업, 지역에 상관없이 전부 어려움을 겪고, 그 이상은 어떤 경우든 어려움을 겪지 않는가? 아무렴 코로나19가 부자와 사장과 장관을 알아보겠는가? 모두에게 지급하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보편이냐 선별이냐가 아니다. 왜 정부가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가? 재난을 당하여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말하자면 구휼미救恤米를 풀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부자에게는 구휼미를 주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정부가 기준을 정했으니 군말 말고 줄이나 똑바로 서라. 관료주의의 완장질이다. 이런 발상이라면 기준을 더 낮춰야 한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을 지경이라면 사실상 빈민이니 대략 20%면 족할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40만원 넘게 내는 5인 가구가 굶어죽게 되었으니 구휼미를 달라면 말이 되는가?

구휼미가 아니라 정당한 사례금이다

먼저 재난의 성격을 따져보자. 자연재난은 화산, 지진, 산불, 폭풍, 해일, 홍수, 가뭄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다. 사람은 자연재해를 막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포항지진처럼 인재人災에 가까운 경우도 있지만 자연재해는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 다만 재난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들을 구하고 일상을 회복시켜줄 것인가를 따질 뿐이다.

사회재난은 화재, 환경오염, 전염병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 전염병은 인간의 지식 수준에 따라 통제불가능하기도 하다. 14세기 유럽을 휩쓸던 흑사병이 그러하다. 당시 인간은 흑사병의 원인도 속성도 몰랐기 때문에 미신과 주술에 매달리다 속절없이 1억명이 목숨을 잃었다. 왕조시절 역병이 발생하면 흔히 해당 지역을 폐쇄하고 집이며 사람이며 짐승을 모조리 불태워 없앴다. 접촉하면 전염되어 죽는다는 것 외에 아는 것이 없으니 궁여지책이었다. 귀신의 저주를 경외하고 하늘을 원망하고 임금을 책망할 뿐이었다.

하지만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로 인한 폐렴의 원인과 증상과 속성을 단시간에 알게 되었다. 중국 안과의사 李文亮(Li Wenliang)의 살신성인 덕분이다. 코로나19가 전염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람 간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쓰고, 환기와 소독을 자주 하면 감염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백신을 생산하여 접종을 하고 있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가 과거 페스트균과 달리 인간이 통제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구성원이 서로 접촉을 줄이고 개인위생에 철저할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의 부주의한 행동이 간접적으로(누구도 모르게) 많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외부성(externality)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들의 의식과 참여와 실천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른바 K-방역이 성공한 것은 지도자가 과학(의학)에 기반하여 판단을 내렸고, 해당 공무원과 의료진이 방역에 헌신했고, 국민들이 방역 조치에 비교적 잘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자연재난과는 달리 코로나19 방역에서는 공과를 따질 수 있다. 급여를 받는 공무원과 의료진은 그렇다손 쳐도 방역에 적극 동참한 국민들의 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영업시간을 줄이고, 손님 간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삼가고, 환기를 하고, 손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 하나하나는 일상의 일이지만 가장 큰 방역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델타변이가 크게 유행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따라서 공동체를 위해 방역 조치를 따라준 국민 모두에게 사례謝禮해야 한다. 불쌍하니 굶어죽지 말라고 구휼미를 줄 것이 아니라 공로를 인정하고 포상해야 한다. 공동체의 주인 스스로 오랫동안 참고 견디어낸 것을 서로 위로하고 치하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혜를 베푼다는 투의 “재난지원금”이나 “국민지원금”이 아니라 주권자의 당연한 몫인 “방역(협조)사례금”이나 “방역(실천)격려금”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구태여 선별을 한다면 소득수준이 아니라 방역 조치를 잘 따랐는지를 따져야 한다. 영업시간을 어기거나, 집합금지나 개인거리를 지키지 않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의 위반자를 가려내야 한다. 부자든 서민이든 공동체를 배신하는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내하고 실천하는 시민 의식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Sojeong

같이 읽기

인용하기: 박헌명. 2021.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방역사례금이다. <최소주의행정학> 6(8): 1.

2021. 08. 4 마지막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