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처음 연혁 도움말 연락처 WP TS Steemit

도어스테핑인가? 도그스테핑인가?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8

2

 
2
0
2
3

2

지난해 말 “바이든이 쪽팔려”로 한바탕 곤욕困辱을 치른 윤석열씨가 “도어스테핑”을 전격 중단했다. 번번이 설화를 촉발했지만 나름 많이 즐겼을 놀이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쏟아내도 기자들이 토달지 않고 경전외듯 받아 적는 모습에서 느끼는 뿌듯함이랄까? 그 맛을 잊고 당장 MBC의 반란을 진압해야 하는 심정은 참으로 쓰리고 아렸을 것이다. “봤지? MBC 때문에 도어스테핑은 없는 거야? 알아서들 해.”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설친다더니 이제는 한동훈씨가 대신 도어스테핑의 짜릿한 맛을 즐기는 듯하다.

Doorstepping이 무엇인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도어스테핑은 주제어처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왜 지도자가 국민에게 굳이 생소한 외국어로 말하는가? 대체 도어스테핑이 무엇이란 말인가?

Doorstep은 명사로 출입문에 오르는 계단이나 문에 가까운 공간을 말한다. 동사로서 언론인이 취재 대상자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서 대상자가 말하고 싶지 않더라도 말을 거는(취재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자들이 대상자의 집 근처에 잠복하고 있다가 대상자가 나타나면 들이닥쳐 다짜고짜 마이크를 들이미는 짓이다. 당사자로서는 집에까지 쳐들어왔으니 예상치 못한 기습에 놀랄 수밖에 없다. 외통수처럼 피할 데도 없으니 대단히 난감하고 불쾌한 일이다. 말하자면 “깜짝 문간취재”라 할 수 있다. 조국씨와 그 식구들에 대한 기레기들의 막가파식 “뻗치기”에 꼭 맞는 표현이다.

Dogstep과 "Dogstepping"

Doorstep과 비슷하게 dogstep라는 말이 있다. 강아지가 높은 곳에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계단이다. 물론 강아지가 걷고 뛰는 모습(춤)을 묘사하는 말일 수도 있다. 동사형을 만든다면 “dogstepping”은 아마도 강아지(기레기)를 주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길들이는 행위 쯤으로 정의될 것이다. 지정한 장단에 맞춰 무조건반사로 춤추고 구르도록 훈련시킨다. 감히 주인에게 반항하지 못하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주인을 물어뜯지 못하도록 세뇌시키는 일이다.

윤씨의 도어스테핑은 도그스테핑이다

윤씨의 도어스테핑은 doorstepping과는 전혀 다르다. 첫째, 장소가 윤씨의 집이 아니라 누구나 아는 집무실이다. 언제든 피할 수 있다. 둘째, 문앞 계단이나 문간이 아니라 미리 문답할 준비가 된 복도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세째, 따라서 윤씨가 깜짝 놀랄 일도 없고, 기자들이 하염없이 “뻗치기”를 할 일도 없다. 서로 출퇴근시간만 챙기면 된다. 네째, 기자들에게 질문을 미리 받는다고 하는데, 형식상 즉흥문답일 뿐 전혀 긴장감이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면 너무 박한가? 물론 마련된 답안을 윤씨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좌충우돌 돌발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다섯째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으로 주체와 객체가 뒤바뀌어 있다. 기자들이 윤씨를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윤씨가 어떤 말을 흘리면 기자들은 그저 주워먹을 뿐이다.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독이 묻었는지 아닌지는 관심 밖이다. 본인도 뜻도 모르고 기억도 못할 말 아닌가. 여섯째, 그러므로 윤씨가 도어스테핑의 범위와 형식과 절차 모두를 결정한다. 기자들은 선택지가 없다. 윤씨의 심사가 뒤틀리면 버럭질을 하거나 해당 기자를 콕 찍어내면 그만이다. 그의 “Yuji 민주주의” 언론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상적인 doorstepping이라면 지도자는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객체가 되어야 한다. 항상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가 국민 앞에 선 마음으로 명확하고 간결하게 답해야 한다. 일정한 장소를 정하거나 횟수와 시간을 조정할 수는 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거리를 미리 받거나 불편한 질문이라며 화내지는 말아야 한다. 보도내용이 좀 틀리고 맘에 안든다고 고발하지 말아야 한다. 아담(공직자)은 어떤 경우에도 신(국민)이 금지한 선악과(언론의 양심)를 따먹지 말아야 한다(1991: 89-91).

윤씨의 도어스테핑은 “도그스테핑”(똥강아지 길들이기)에 가깝다. 주체인 윤씨가 정해진 시간에 나와 종을 치고 먹잇감을 뿌리면 객체인 기레기들이 꾸역꾸역 몰려와 정신없이 모이를 쫀다. 일단 허겁지겁 목구녕으로 넘기고 보는 게걸스러움은 똥인지 된장인지 따지지 않는다. 그럴 짬도 없다. 미운털이 박힌 오리들은 주둥이를 사정없이 걷어차고 순종할 때까지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윤씨의 “도어스테핑”은 중단되었으나 “도그스테핑”은 멈출 줄을 모른다.

윤씨의 도어스테핑은 “본인만 말할 자유”를 누리고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용두질인 셈이다. 애초부터 소통은 없었다. 게다가 내용이 없거나 틀리거나 비뚤어져 있다. 짧고 좁고 얇고 가볍다. 게으르고 무성의하다. 태도도 불량하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는 커녕 만냥 빚을 덤으로 얹고 있다. 건성건성 멋대로가 화근이다.

못난이 열등생의 허장성세

윤씨와 그 측근들의 말은 종종 귀를 거슬리게 한다.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황당한 논리가 사람을 좌절시킨다. 동의없는 사진과 위패가 이차가해라니... 뜬금없이 영어를 섞는 말법은 차라리 고문이다. 대체 누구에게 말을 하는가? 영어를 모르면 국민도 아닌가? 조미료가 범벅된 음식을 씹는 불쾌함이다. 절로 구역질이 난다.

“문간취재”가 아니라 꼭 “도어스테핑”이어야 하나? “혼잡관리”가 아닌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라고 하면 뭐가 있어 보이나? “가븐먼트 인게이지먼트”나 “레규레이션”이라고 “어그레시브하게” 내지르면 좀 유식하게 들리나? Government engagement가 정부규제면 civic engagement는 시민규제가 되는가? 유권자를 욕보이는 짓이다. 대개 삼류 못난이들이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를 하려다 사고를 친다. 엉겁결에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꿰찬 열등생들의 허세랄까. 뭘 좀 아는 자는 요란스럽게 주접떨지 않는다. 그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할 뿐이다. 벼는 여물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언젠가 가게에 꼬마를 데려온 어느 강남아줌마의 귀티나는 훈계가 생각난다. “디스(this)는 대인저(danger)야. 그니까 돈타치(don’t touch)에용. 오-케이(Okay)?” 도어스테핑이라... 딱 그 수준이다. Sojeong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3. 도어스테핑인가? 도그스테핑인가? <최소주의행정학> 8(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