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처음 연혁 도움말 연락처 WP TS Steemit

수구기득권 세력의 사대주의와 기회주의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8

6

 
2
0
2
3

6

지난 3월 윤석열 정부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제3자 변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한 대법원의 판결과 어긋난다. 인권과 법은 사라지고 일본 극우정권이 내세운 돈얘기만 남았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성노예로 불러야 마땅하다) 문제 합의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도 아닌 정부가 일본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였다. 어릴 적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고초를 당한 피해자들의 한을 돈푼이나 뜯어내려는 노파老婆의 떼쓰기로 치부했다. 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윤정권은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입장이라 밝혔지만 해양투기에 반대한다는 말은 차마 못한다. 시찰단이랍시고 보냈지만, 방사선 물질로 오염된 시료를 독립적으로 확보하지도 못한 과학적·객관적 검증은 말장난이다. 처리된 오염수가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했다. 혹자는 기꺼이 마시겠다고도 했다. 일본 총리나 장관의 말이 아니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생리와 습성

2021년 4월 일본이 방류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게거품을 물던 자들이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자들이다. 묻지마 “한미일 동맹”에 집착한 나머지 눈과 귀를 닫고 있다. 국민건강과 해양환경을 우려한 사람들의 문제제기는 “괴담”으로 몰아세운다. 여차하면 압수수색으로 홀딱 벗겨내고 구속기소로 때려잡을 태세다. “언로를 막는 정부는 언론을 자체 생산하면서 이 자체 생산된 언론을 믿지 않는 사람을 폭력으로 단속한다”(1986: 316).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소정 선생님은 이들을 ‘구 세력’이라고 불렀고, 구체적으로 친일파와 군사독재자, 이에 동조한 기회주의자들의 연대 세력으로 규정했다(1996: 390-391). 수구기득권 세력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을 꿰뚫는 그들의 생리와 습성이 있다.

첫째, 기득권자는 고치라는 완곡한 말을 듣기는 좋아해도 정작 허물을 고치지는 않는다(1996: 392). 공자는 사사로운 뜻이 없으며, 기필코 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며,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며, 이기심이 없다고 했는데(子絶四毋意毋必毋固毋我), 이들은 일을 의로 하되 私意로 하고, 기필코 일을 해내야 한다며 친일·쿠데타·독재를 가리지 않고 밀어 붙이고, 일을 한 후에는 잘못되었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계속 고집하고, 끝내 일이 사사로운 자기들의 私利가 된다(391쪽). 자기 잘난 맛에 꿈 속을 살고 취해서 죽는 자라고 했다(398쪽). 무당의 주술에 신들린 듯 작두를 타는 呪辭정권과 막걸리·맥주에 취해 바지춤을 늘어뜨린 채 횡설수설하는 酒邪정권의 모습이다.

둘째, 자기네끼리의 잘못을 숨겨 주는 집단이기주의를 갖는다(395쪽). 자신의 불법·범법·탈법·편법은 기득권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정적의 사소한 잘못과 실수는 일벌백계해야 하는 중범죄라는 세계관이다. 세째, 이들은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해서 나이 많고 덕 있는 이를 만홀漫忽히 여기기 때문에 항상 하수인만 데리고 일을 한다(396쪽). 성실하고 강직하고 유능한 자가 머물지 않는다. 네째, 수구 세력들은 한번 관직을 떠난 후에도 끈질기게 이사장, 총재, 회장, 위원장 등 이익이 되는 자리를 계속 차지한다. 국가안보실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까지 지인이나 “올드보이”를 고집한다. 다섯째, 기득권 세력은 자기들끼리도 재산 분배를 공정히 하지 않아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못살게 굴고 이를 취한다(397쪽). 그들은 단지 끼리끼리 이해가 맞아서 의기투합했을 뿐이다. 끝없는 탐욕은 그들의 잇속 관계를 뒤틀리게 하고, 끝내는 자기편끼리도 잡아먹는 아귀다툼으로 몰아간다. 마지막으로, 수구기득권 세력을 해체시키려면 백 년이 걸린다(394쪽). 그만큼 친일파와 군사독재자와 이에 빌붙은 무리들이 끈질기게 기득권을 틀어쥐고 있다.

그냥 사대주의에 찌든 기회주의자들이다

수구기득권 세력은 事大에 찌든 자들이다. 강자에 대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스스로는 어느 것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는 강박이다. 그러니 언제나 강자에게 의지해야 연명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다. 과거에는 대륙의 대국이었고, 일본이었고, 이제는 미국으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일제 식민사관과 우민화 정책의 결실일까? 대국이 원하는 대로 절기에 맞추어 朝貢과 貢女를 보냈듯이 천황폐하를 위해 징용·징병·성노예는 물론 숟가락까지 징집해 보냈다. 이제 미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손발을 걷어붙이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돌격대장으로 나섰다. 당연한 의무이자 예의이자 承恩이다. 대국에 토다는 것은 물론이고 빳빳이 고개를 쳐든다는 것 자체가 불경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소부장” 독립과 일본 불매운동을 감행한 것은 이들에게는 어처구니 없는 짓이자 9족을 멸하고도 남을 죄다. 하물며 돈벌기 위해 몸을 판 할망구들에게 사과하고 자발적으로 징용에 나선 할배들에게 배상을 하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사대주의자들의 정신줄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처자식을 기꺼이 상납하고 망설임없이 나라도 팔아먹을 자들이다. 일본과 미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윤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수구 세력은 흔히 보수라고 말한다. 우파라고 자부한다. 기득권이기에 보수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언행에는 일관성이 없다. 그때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둘러대기 때문이다. 그냥 기회주의자들이다. 그래서 잡초보다 더 질기게 살아남는가 보다. 보수주의자라면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 독도 등에 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취했을 것이다. 나라의 근본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질서와 예절에 순응하는 품격을 보였을 것이다. 안보가 어쩌느니 늘어놓지만 번번히 북한에게 쥐어터지고 포탄인지 마호병인지도 헷갈리는 안보구멍이다. 시장을 만병특효약처럼 들먹이지만 정작 시장을 제멋대로 주무른다. 요행이 아니라면 시장이 망가지고 경제가 망한다. 자유를 부르짖지만 자신을 비판하는 학문과 문화와 놀이는 그냥 놔두지 못한다. 영화든 만화든 노래든 검찰을 동원하여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을 기세다. 자유는 자기편의 특권일 뿐이지 남의 편에게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역린을 거스르는 윤정권의 대일 행보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본질을 드러낸다. “내 나라를 빼앗았던 나라의 악을 용서할 능력이 없는 정권이 용서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한 일본이 전과를 뉘우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 용서할 자격이 있는 세력이 용서하고, 악을 저지른 자가 전과를 뉘우쳐야 한다는 이 두가지 요건이 한국 정치에서는 ... 충족되지 않고 있다”(2008: 148).

기회주의자의 생리를 깨달아야

소정 선생님은 이솝우화를 빌어 악한 통치자는 상대를 속이기 위해 위장하고 교묘한 말을 한다고 했다(2001: 138).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세우며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존재가 아니다(148쪽).

문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윤씨는 마치 구박받고 탄압받은 피해자 행세를 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엄호를 받으며 검찰총장이 되었고,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도 문재인씨는 끝까지 그를 내쫓지 않았다. 나쁜 강자는 백성에게 아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걸인같이 구걸을 하여 얻어낸 것으로 백성을 해치기도 한다(139쪽). 코로나에 지쳐 잠시 혼미해진 유권자들이 정의와 공정으로 위장한 자의 교묘한 말에 속아 어리석게도 자신들을 해칠 도끼 자루(검찰을 동원할 권한)를 스스로 내어준 셈이다.

강자는 또 약속을 어긴다고 했다(139쪽). 병사월급 200만원부터 시작하여 여성가족부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등 이제 약속뒤집기는 일상이 되었다. 윤씨가 대선기간 약속했던 간호사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나 스스로 거부하였다. 약속한 적이 없댄다. “바이든이 쪽팔려서”가 “날리면”으로 둔갑하는 마당이니 할 말을 잃을 수밖에... 국민이 납득하는 말을 하여 신뢰를 얻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방법을 사용해서 일을 하는 민주 정부가 아니다( 240쪽).

결국 수구기득권 세력은 기회주의자들이다. 그들 자신의 잇속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국익은 그들만의 사익이며, 나라의 미래는 그들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나랏일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일이다(142쪽).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법이다. 사대주의와 기회주의 세력의 생리를 꿰뚫고 있어야 처절하게 당하지 않는다. 탈바가지를 뒤집어 쓴 자의 참모습을 알아봐야 하며, 긴가민가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가지 말아야 하며, 국익과 미래라는 모호한 구호에 덮여있는 채울 수 없는 탐욕을 알아봐야 한다. 깨어있는 유권자의 냉철함이 절실한 계절이다. Sojeong

인용: 박헌명. 2023. 수구기득권 세력의 사대주의와 기회주의. <최소주의행정학> 8(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