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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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이재명의 공천이 무서운 이유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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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이 21대 당선자 전체의 45%, 지역구 의원의 39%(163명 중 64명) 교체로 끝났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여느 선거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여당 뿐만 아니라 공천을 받지 못한 자들은 “친명횡재 반명횡사”라는 주문을 외고 있다. 매일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측근공천, 특혜공천, 방탄공천, 멸문공천이라고 헐뜯고 있다. 그러면서 현역 다수와 용산파가 자리를 꿰찬 여당은 매끄러운 공천으로 찬양하기 바쁘다.

흙수저 이재명이어서 할 수 있는 공천

수년 째 이어지고 있는 이재명에 대한 수사로 측근 대부분이 구속되어 있는 마당에 무슨 측근공천이고 특혜공천이란 말인가? 이씨가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영입한 후보나 경선에서 이긴 후보는 당연히 “친명”이고 탈당이나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반명”이어야 한다는 어거지다. 평생 비주류로 살아온 이씨에게 밀려난 무능한 주류의 비루함이다. 비명, 친문, 주류가 학살되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고민정 윤건영 이인영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선출직 평가 하위 10%나 20% 성적표를 받은 자들의 심정은 이해하나 당원과 당직자, 지역주민, 동료 의원이 평가한 결과를 당대표가 어떻게 마음대로 조작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공천의 핵심은 현역 물갈이였다. 정치 신인과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고, 현역 의원에게 당원 50%가 포함된 경선을 요구했다. 평가 하위 20%까지 최대 30%까지 감산하고, 중도사퇴, 탈당, 징계 등에도 25%까지 감산하였다. 한마디로 당원의 기대치에 맞게 처신하고, 말하고, 행동한 후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규칙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당대표 문재인, 위원장 김상곤, 위원 조국)에서 제안하여 정착된 것이다. 당원, 동료 의원, 일반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공천하겠다는 의지다. 다선이든 현역이든, 수박이든 호박인든 공정한 평가에 따라 정당의 추천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유권자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머슴을 퇴출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과 상식을 실제 현실에서 적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관행을 깨뜨리는 일이기에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민주당은 정치라는 이름으로 원칙과 상식을 적당히 뭉개고 유권자들을 좌절시켰다. 김종인(2016), 추미애(2016-2018), 이해찬(2018-2020), 이낙연(2020-2021) 모두 공천 규칙을 온전히 적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명이 일을 냈다. 우직하게 참고 견디며 원칙과 상식을 지켜냈다. 흔들림없이 공천 규칙과 절차를 밀어붙였다. 어쩌면 그가 금수저가 아니어서 가능했는지 모른다. 꽃이 아닌 들풀이어서 학연 지연 혈연에 빚을 지지 않은 그였다. 맨몸으로, 피땀으로 갈고 닦은 재능과 겸허함과 부지런함으로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느덧 김대중과 노무현이 되었다. 사실 당내외 수구 기득권 세력들이 이씨에게 온갖 비난과 저주를 퍼부었다. 언론 대들보에 이씨를 거꾸로 매달아 놓고 몽둥이질을 해댔다. 이씨는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다. 무차별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버텨냈다. 이씨가 멋대로 만든 공천 제도가 아니었지만 구구절절 변명하지 않았다. 아프다는 외마디없이 그저 묵묵히 할 일을 했다. 처절하게 피눈물을 흘려 본 흙수저의 집념이다. 기득권을 누려온 자들은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원칙과 상식의 무서움이다.

정치효능감을 각성시킨 민주당 공천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혼선도 있고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어정쩡한 타협도 없이 규칙과 절차에 충실한 공천이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당원들의 기대에 반하는 언행을 보였던 자들이 당원들의 표로 응징당했다는 점이다. 당원과 지역 주민들이 공천 제도에서 정치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긴가 민가하다가 철옹성같던 현역들이 경선에서 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유권자들이 각성한 것이다. 다선 현역인 박용진이 지역구 경선에서 두 번이나 패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재명이 박씨를 싫어하든 말든 깨어난 유권자들이 몰려가 가감산없이 박용진을 끌어내렸다. 후보들에게는 등골이 오싹한 일이다. 친명이나 반명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유권자들의 뜻에 부응했느냐를 물을 뿐이다. 이것이 제도에 의한 공천이다. 가히 공천 혁명이라 할만 하다.

이제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당원과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여의도 짬밥이나 당대표와의 친분은 차라리 흠결이다. 당원과 민심이 가리키는 대로 “측근공천”이나 “방탄국회”가 아니라 “용산공천”과 “방탄대통령”으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쿠데타”에 맞서야 한다. 의정활동 뿐만 아니라 지역구 관리도 게을리할 수 없다. 막말, 음주운전, 부동산 투기 등으로 유권자들을 화나게 해서는 안된다. 성골이든 진골이든 두품頭品이든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뭐가 문제인가

이대표는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을 사당화했다고 비난하는 자들이 시비거는 말이다. 그러면 바이든 행정부(Biden Administration)는 뭐란 말인가? 바이든이 대통령으로서 이끄는 행정부가 무슨 문제란 말인가? 이재명이 당대표로서 규정과 절차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한심한 소리다. 자신이 당대표를 하면 민주주의고, 남이 하면 “친문패거리”와 “친명독재”인가? 문재인이, 이재명이 물러나면 선거에서 승리하나? 그 다음은 누구인가? 적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자들만 남아서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꽃길만을 걸어온 정통 주류들은 천출 비주류인 이씨에게 허무하게 밀려난 현실을 부정하고 저주를 질투처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왜 8할의 당원들이 이씨에게 지지를 몰아줬는지를 곱씹어봐야 했다. 싸움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승복할 일이었다. 월등한 실력 차이를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소인배들은 당원들의 뜻을 외면하고, 돌아서서 딴소리를 하고, 동지의 뒷통수를 갈겼다. 찌질이 패배자의 지지리 궁상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모습이다. Sojeong

참고문헌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4. 흙수저 이재명의 공천이 무서운 이유. <최소주의행정학> 9(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