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왜 이재명은 절대 안된다는 것인가?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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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멈추고 있는 니이가타 역에 보슬비가 내렸다. 만대교 쪽으로 걸었다. 성기던 빗줄기가 배게 꽂혔다. 영사관에 도착할 때쯤 기어이 바짓가랑이를 다 적셨다. 투표를 마치고 역으로 돌아올 때엔 갑자기 폭우로 변해 바람을 타고 휘몰아쳤다. 왠지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성북구청에서 김대중씨에게 투표하고 나오면서 느꼈던 허탈함이랄까. 소정선생님도 “나는 김대중씨가 당선된 해에 치러진 대선 때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면서 이제 당신을 정치의 고해로 송별한다며 울먹였지만...”(2006, 534쪽)이라고 회고했다. 주술(점괘와 술) 정권 3년이 30년 같았고, 친위 반란 6개월이 6년 감옥 같았다. 부지불식 찾아오는 가위눌림을 풀고 이제는 곤히 잠들 수 있다는 기대감일까? 이젠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일까?

왜 이재명만은 안된다는 것인가?

무모했던 12.3 내란이 두 시간 반만에 좌초되고 김여사 정권이 탄핵되면서 수구기득권세력은 광분했다. 권력을 내놓게 생겼고 기득권을 빼앗길 절체절명의 위기를 직감한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재명에게 권좌를 바치게 된 꼴이니 배알이 뒤틀려 터질 지경이다. 벌써 수년 째 이씨에 대한 저주, 공작, 수사, 기소, 재판을 최대치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있으니 미칠 노릇 아닌가.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침착하게 내공을 다지는 모습에 넋을 잃었다. 답이 없다. 유시민의 말대로 이 “개발도상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 일신우일신하고 있다.

김문수는 이재명이 천박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했다. 입법·행정·사법을 손에 쥐고 흔들테니 괴물방탄, 방탄독재, 괴물독재, 총통독재를 할 것이라고 했다. 히틀러보다 더하다고 했다. 가족이 범죄자인데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고 했다. 죄가 없다면 왜 방탄유리를 덮어쓰고 방탄조끼를 입나, 나는 안입는다, 총맞을 일 있으면 맞겠다고 했다. 이게 살수에게 칼맞고 생사를 헤매던 사람에게 할 소리인가. 수구기득권은 이재명이 되면 공산화된다, 김정은 나라된다(장동혁), 이재명국이 된다(한기호)며 게거품이다. 수십년 동안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옭아매던 흑색공작이다.

내란 전에는 식구들에게 모진 욕설을 했네, 뇌물을 받았네, 북한에 돈을 보냈네, 누구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네, 위증하라고 시켰네 등 펜과 법으로 나름 그럴듯하게 엮었다. 하지만 지금은 밑도 끝도 없이 일단 지르고 본다. 사실이 어찌 되었든, 논리가 어찌되었든 개의치 않는다. 법이고 절차고 따지지 않는다. 얼마나 급했는지 빤쓰까지 홀랑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날뛰는 형국이다. (차라리 쥐새끼를 찍을지언정) 이재명만은 절대로 안된다는 강박(자기최면)에 자신들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헷갈린다. 엉겁결에 이재명을 찍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안철수, 한기호, 손학규... 급기야 김정재는 이재명을 쏠 총알이 아깝다고 화끈하게 내질렀다. 인간의 바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기회주의 수구기득권이 작정하고 발악하다

왜 이재명은 절대 안된다는 것인가. 대체 이재명이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단 말인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그에게 찍힌 낙인은 과하다. 딸의 장학금과 아들의 과제로 엮여 감옥에 갇힌 조국만큼 터무니없다. 하물며 자기들이 기소하고 신문과 방송에 광고질을 해놓고서 “확정적 중범죄자”로 비난하는 철면피임에랴... 전과로 치면 이명박이 탁월하고 김문수도 만만치 않찮은가? 금수저의 전과는 훈장이고 흙수저의 전과는 불도장인가?

이른바 반이재명을 내세우는 자들을 보자. “일극체제”라 비난하거나 “비명횡사”라며 민주당을 뛰쳐나간 이낙연 조응천, 김종민, 이원욱, 홍영표, 윤영찬, 전병헌, 설훈... 수구세력에서는 한덕수, 한동훈, 안철수, 권영세, 권성동, 김기현, 나경원, 손학규, 황교안, 이준석... 하다 못해 이명박, 박근혜, 이인제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윤석열이 임명한 장차관, 기관장, 임원, 판사들을 보라.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고 육사와 충암고가 거들고 있다. 인권위원회고 금융감독원이고 서울대·검사판이다. 정파와 이념과 무관하다.

한마디로 기득권을 쥐고 흔들고 있는 못난 성골·진골들이다. 고귀하고 똑똑한 자신들이 천하고 무식한 자들을 통치하여 계몽시켜야 한다. 그들의 책무이고 진리다. 그런데 겁대가리없이 사회지도층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대드는 놈들이 있으니 용납할 수 없다. 하물며 천출에 없는 집에서 변변하게 배우지도 못한 자들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김대중이 그랬고, 노무현이 그랬고, 그나마 가방줄 있던 문재인도 그랬다. 이번엔 공돌이, 그것도 상고도 아닌 검정고시 출신이니 더 말하여 무엇하리. 금수저 체면에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 나부랭이와 말을 섞어야 하다니... 말도 안되는 세상이 되었다. 대굴욕이다. 그런데 이따위 근본없는 자들이 선하고 지혜롭고 유능하니 골칫거리다. 좌파·간첩·빨갱이라 조리돌림을 해도, 짓밟을수록 더 강해져서 일어나니 환장할 노릇이다. 마음만 급해서 뛰다가 그만 제풀에 고꾸라진다.

21세기에 전국 비상계엄이라니... 전시도 아닌데 국회에 완전무장한 군인이 난입하다니... 불법계엄 해제나 반란 수괴 탄핵이 왜그리 힘드나. 판사와 검찰이 엉터리 법해석으로 내란 수괴를 감옥에서 풀어주었다(법원이 룸싸롱인 줄 착각하고 酒邪질을 했나?).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이틀 만에 6만쪽을 읽고 파기환송했댄다. 사실관계를 뒤바꿔 대선 직전 야당후보를 지우려는 대법원. 희대稀代의 활극이다. 야당대표는 1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100번 넘게 압수수색하더니, 수백만원짜리 명품가방을 받은 검사 마누라에게는 전화기를 고분고분 압수당하는 검찰. 여야합의가 없어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못하겠다는 대통령과 총리, 김문수 후보를 주저앉히고 한덕수로 바꿔치려고 벌인 주옥같은 협잡의 향연들.

제정신이 아니다. 강호의 도는 사라지고 비열한 아귀다툼만 남았다. 경우가 없어도 이리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여지껏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 어려운 일들을 해낸 자들이 누구인가?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막장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 잘나고 고귀한 서울대, 하바드, 판검사, 육사 나리들이 벌인 판타지 무용담이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상식이고 양심이고 다 내팽개쳤다. 닥치는 대로 짖어대고 물어뜯을 뿐이다. 온갖 특혜를 누리면서 고상한 척은 다 해온 수구기득권의 본모습이다. 어쩌다 상황이 궁해져서 날것 그대로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화려한 학벌과 말빨로 협박하고 사회를 갉아먹는 양아치들이다. 처참하게 썩어 문드러진 사회의 암종이다.

보수가 아니라 기회주의자다

이들 수구기득권은 보수도 뭐도 아닌 그냥 기회주의다. “합리적 보수”나 “자유 민주주의”나 어불성설이다. 말장난이다. 합리성이 없는 보수나 자유가 없는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그저 이들은 밥(잇속)과 앙심(저주나 혐오)을 추종할 뿐이다. 그들만의 무한대 자유(남은 무한대 속박)가 지고지순한 가치다. 특권은 당연하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과 의무는 천한 것들의 몫일 뿐. 이것이 자칭 주류들의 합리성이고 자유다. 그때그때 유리한 대로 이 말을 하다가 정반대로 말을 바꾼다. 설명도 이유도 없다. 수치심도 없다. 이런 무한대의 자유가 기득권이 자랑하는 품격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그렇게 저주했던 자들이 이제는 180도로 바뀌어 김대중 정신을 말하고 노무현 정신을 칭송한다. 그들이 죽어줘서(근심거리가 사라졌으니) 진심으로 감사한 것이다. 이재명이 죽으면 감읍하여 밤새 곡을 할 자들이다. 제주 4.3 비극이 공산주의자의 폭동이라던 김무수가 선거를 앞두고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며 평화공원 찾았다.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없다. 니들 빨갱이들이 죽어줘서 내가 호강하게 생겼으니 고맙다는 뜻인가. 체면이고 뭐고 다 손익 장사다. 대통령 후보를 밤낮으로 갈아엎는 것은 이들에겐 일도 아니다. 김문수가 단일화를 안한다고 사람취급도 안하다가 후보가 되자마자 안색을 바꾸어 굽실거린다. 횡설수설이든 갈지자 행보든 눈치도 염치도 없다. 어차피 서울대·판검사가 결정하면 개떡같은 소리라도 무지렁이들은 당연히 받아들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없는 존재이니 언제나 주변인이다. 강자에 빌붙어 기생해야만 하는 자다. 그러니 미국에 맞서겠다는 노무현이 무모하고, 일본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문재인이 어처구니없다. 언제나 힘센 놈에게 붙어먹으면서 기득권을 유지한 자들이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가혹하다. 순리이자 진리다. 중국이 쳐들어 오면 사대事大파, 러시아가 차지하면 아라사俄羅斯파, 일본이 점령하면 친일파, 미국이 밀고 오면 종미파로 변신한다. 외계인이 와도 탈바가지라도 먼저 뒤집어 쓸 것이다. 전쟁이 나든 나라가 망하든 상관이 없다. 기득권만 움켜쥘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나라를 팔아넘길 자들이다. 일제시대에 나라가 없었으니 국적이 일본인 것은 이들에게 너무나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미군정시절에는 미국인이고, 정부수립 후에는 “미국인 호소인”이다. 북한이 통일하면 국적이 북한이고, 강도가 들어오면 누구에게나 딸과 마누라를 내어줄 자다. 더이상 내 것이 아니지 않은가. 누가 주인인들 어떠하리, 나 하나 호의호식하면 그만인 것을... 삶의 지혜인가, 인생 철학인가?

결국은 내 밥그릇과 앙심이다

온실에서 웃자란 화초들은 눈비바람을 맞으며 살아온 야생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처절한 피와 땀과 눈물을 알지 못한다. 수구기득권에게 이재명만은 절대로 안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말 범죄자여서도 아니고, 공짜연애질을 해서도 아니고, 욕쟁이어서도 아니고, 거짓말장이여서도 아니다. 자신들의 철밥통을 빼앗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럴만한 능력과 지혜와 의지가 있고, 그것을 대중이 간파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재명에게 어설프게 덤볐다가 실력으로 이길 수 없음을 이제서야 안 것이다. 지식이든 일이든 말이든 도저히 상대하기 어렵고 두려운 존재이나 인정하자니 자존심이 운다. 바위같은 평정심이니 더이상 법공작이나 말공작이 통하지 않는다. 마지막 카드인 암살도 여의치 않다. 대책이 안선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해 칼맞은 골치덩이를 빨리 이송한 응급의료헬기를 얼마나 저주했을까(간발의 차이였는데 아깝다).

이재명은 내란에 연루된 수구기득권 동지들을 끝까지 색출하여 악착같이 처단할 것이다. 자주독립국가랍시고 불경스럽게 일본과 미국에 고개를 쳐들 것이다. 불멸의 귀족인 서울대·판검사·육사에게 공평하게 감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반상을 가리지 않고 능력과 품성에 따라 자리를 줄 것이다. 이런 더러운 세상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또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겠다는 망상에 빠져 기본소득이니 지역화폐니 퍼주면서 서민의 호주머니를 불릴 것이다. 그 결과 빈부격차가 줄어 쌍놈들이 귀족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도한 세상이 될 것이다. 경천동지할 일이다. 더 이상 우리들이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천것들과 마찬가지로 법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 “개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한 좌파 독재와 공산 지옥을 어찌 눈뜨고 지켜볼 것인가?

살아남아 준 이재명이 고맙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아 준 이재명이 고맙다. 지난 겨울 그가 칼맞고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차마 결과를 쳐다볼 수 없었다. 그저 숨만 붙어있기를 소망했다. 온갖 이간질과 음해와 모함에도 그를 버리지 않고 지켜준 깨어있는 시민들이 고맙다. 추운 겨울밤 비상계엄에 놀라 허겁지겁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이 고맙다. 부당한 명령을 회피하거나 거부하여 국민을 지킨 장병들이 고맙다. 눈쌓인 한남동 거리에서 은박담요를 뒤집어 쓰고 밤새워 영장집행을 촉구한 “키세스 우주전사”들이 눈물나게 고맙다. 다 이재명의 얼굴이다.

소정 선생님은 “권력의 남용 하에서 의미있는 고난을 겪은 사람만이 평화를 만든다”(1980: 365)고 했다. 그런 사람들만이 새로운 사회를 여는 대안이 된다. 이재명은 참혹한 고난을 참고 인내하며 극복한 자다. 잇속을 쫓아 날뛰는 기회주의자들의 유혹과 공격을 맨몸으로 견디어 온 자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지만 끝끝내 국민을 배신하지 않았다. 이재명이 김대중이고, 노무현이고, 문재인이다. 천출이라 수없이 구박받고, 짓밟히고, 매맞았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서럽고 억울한 일을 당했어도 수백 수천 번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새싹처럼 고개를 드시라. 나무처럼 일어서서 물처럼 흐르고 꽃처럼 피우시라. 이제 간절하게 품었던 뜻을 마음껏 펼쳐 보시라. Sojeong

인용: 박헌명. 2025. 왜 이재명은 절대 안된다는 것인가? <최소주의행정학> 10(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