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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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달 14일 사임했다. 장관에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8월 9일 장관후보로 지명된 이후 수구세력들은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하였다. 수구 야당은 시간을 질질 끌면서 의혹공세에 집중하다가 9월 2일로 예정되었던 인사청문회를 무산시켰다. 조후보자는 당일 11시간 가까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여당과 야당은 우여곡절 끝에 6일 인사청문회를 열었고,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상태에서 문대통령은 9일 장관임명을 결정하였다. 이른바 “조국전쟁”이다.

“가족사기단”과 “가족인질극”

수구 야당은 반발하면서 조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적법하게 임명된 장관을 장관이라 부르지 못하겠다며 꾸역꾸역 “조국씨”라고 우겼다. 제기된 의혹을 반복하여 물고 늘어지면서 국정감사는 “조국감사”가 되었다. 수구 언론도 조장관에 대한 집요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검찰발 기사를 뿌려대고 있다. 검찰의 행보에 따라 국면이 요동치고 있다. 이젠 조장관 여식이 꼴지인 주제에 포르쉐를 타고 다녔고, 시험도 치지 않고 대학원까지 진학했다는 낭설은 벌써 고조선 시절의 얘기가 되었다. 약발이 다한 소재는 사실이든 아니든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수구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파렴치한 “가족사기단”이라는 낙인이 판결문에 찍힌 느낌이다.

검찰은 조장관 식구들은 물론 그 주변 사람들까지 샅샅이 훑고 있다. 수구 세력의 고발에 따른 적법한 조사라고 했다. 인사청문회일정이 합의된 다음 날인 8월 27일 강제수사를 시작하여 정국을 흔들었다.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6일 밤에는 조장관 배우자를 조사없이 기소하였고, 16일부터는 여식女息과 자식子息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23일에는 11시간 동안 조장관 자택을 수색했다. 지금까지 백여 차례에 이르는 압수수색이 있었다. 수구 언론과 야당은 검찰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마침내 조장관의 당질(9월 16일), 배우자(10월 24일), 동생(10월 31일)이 차례로 구속되었다. 이제 검찰의 칼날은 조장관을 향하고 있다.

이에 유시민씨는 유튜비 방송 <다스뵈이다>와 <알릴레오>에서 참전을 선언하면서 이 사건을 “가족인질극”이라고 규정했다.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조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해 검찰이 조장관의 식구들을 잡아놓고 벌이는 인질극이라는 말이다. 아무리 털어도 조장관에게서 먼지가 나오지 않으니까 병약한 배우자를 앞세우고, 딸과 아들을 고졸로 만들겠다며 위협한다. 애초의 계산법으로는 검찰이 청와대에 불가 신호를 주면 문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고, 안되면 압수수색과 기소로 겁을 주면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고, 이것도 안되면 실력행사를 통해 대통령이 장관임명을 포기하도록 한다. 관련자를 구속기소하고 피의사실을 흘리면 여론을 흔들 수 있다. 지지율 하락을 이겨낼 장사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문대통령과 조장관은 검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꽉막힌 인간”들이었다. 웬만하면 다들 알아서 물러나고 자수하건만, 참으로 눈치도 요령도 없이 쇠심줄같이 질긴 자들아닌가. 그래서 사달이 난 것이다.

비록 장관이 사임을 했지만 검찰은 여기서 없던 일로 돌릴 수도 없다. 사퇴하든 말든 목표는 조장관이기 때문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장관의 식구들이 “가족사기단”임을 증명해야 한다. 정경심씨를 구속한 뒤에도 수차례 불러야 하는 까닭이 있다. 사실보다 형식이다. 검찰 체면에 “모냥빠지는” 일은 죽기보다 싫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4일 <뉴스공장>에 출연한 조민씨는 고졸이 되어도 상관없으니 어머니가 검찰의 압박에 못이겨 자녀를 지키기 위해 허위자백을 할까봐 괴롭다고 했다. 현직 부장검사인 임은정씨는 조장관의 사임을 두고 “[검찰이] 죽을 때까지 찌르니, 죽을 수밖에”라고 적었다. 하지만 가족인질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찌르니, 죽을 수밖에

검찰조사를 지켜보자면 의금부에서 무슨 대역죄인을 다루는 듯하다. 조장관 식구들이 저질렀다는 혐의는 진학(인턴쉽, 장학금, 논문저자), 표창장, 사모펀드, 웅동학원 문제다. 과연 최고 검사들이 달라붙어 두 달 넘게 조사할 사항인가? 학생이 인턴쉽을 하루 더하고 덜하고, 고등학생이 제 1저자가 되는지, 장학금이나 표창장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가 왜 이리 문제가 되는지, 또 왜 밝히기 어려운지. 컴퓨터를 잘 모른다는 정씨가 어떻게 포토샵으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인지. 대놓고 “스펙”을 권하는 그런 법제도를 만들어 활용해놓고 이제와서 전혀 몰랐던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이 옳은 일인지. 수백 억이 왔다갔다 판에 기껏해봤자 30억도 안되는 돈을 가지고 기업을 주물렀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지.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웅동학원의 “어르신”이 “애”로 취급하는 조장관이 이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했다는 것인지. 불법을 저질렀다면 경중에 따라 벌을 받을 일이지만 검찰이 시퍼런 칼을 들고 밝히려는 혐의들은 초라하다 못해 허무하기까지 하다. 반면 세월호 침몰, 삼성의 경영권 승계, 신속처리안건 파동,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등에 대한 조사는 어찌하여 이리도 더디고 물러터진 것일까?

조장관에 대한 비난은 (1) 불법이나 탈법이 아니라 윤리와 도덕에 관한 것이다. (2) 평소에 정의와 공정을 강조하면서 입바른 소리를 하던 사람이 뒤로는 떳떳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3) 게다가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의 몫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첫번째 비판은 과하지 않다면 타당하다. 하지만 나머지는 불순하고 악랄하다. 붓다나 예수나 공자를 모셔와서 법무부장관을 시키자는 소린가? 언행일치를 못했다고 해서 정의와 공정을 말하지 말라는 것인가? 수구세력의 일상화된 언행불일치는 으레 그러려니 하면서 진보세력에게는 가혹하게 도덕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합당한가? 또한 문대통령과 조장관을 강자로 보고 비난하는 것은 착시錯視다. 정말 그랬다면 언론이든 야당이든 검찰이든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들지 못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기득권을 주물러 온 세력이 한순간에 해체되겠는가?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하루 아침에 평등·공정·정의가 실현될 것이라 믿었나? 기득권을 틀어쥐고 있는 수구세력의 교활한 계략에 놀아나는 순진함이다.

지난 8월 23일부터 서울대, 고대, 연대, 부산대에서 촛불집회가 개최되었다. 참석자들은 불공정과 진상조사를 외쳤지만,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자신만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을 뿐이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절한 불공정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대학가 집회는 그 자체로 기득권의 다른 이름이다. 과학고, 외고, 자사고 학생들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정작 개혁되어야 할 적폐가 정의가 죽었다고 외치고 있으니... 주최자 논란도 있었지만 대학가 촛불집회가 500여명에 머물고 흥행에 실패한 까닭이다.

진영논리? 국론분열?

결국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적나라한 힘겨루기다. 친일반민족세력과 일반 백성의 가치 충돌이다. 조장관의 친구라는 진중권씨는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가지고 지금 미쳐버린 게 아닌가”라며 한탄했다. 참여연대의 김경율 회계사와 신문칼럼을 써온 서민 교수 역시 다들 진영논리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모두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강자의 힘에 당했던 피해의식이랄까, 도덕우월성에 대한 집착이랄까, 강박이랄까? 왜 그 가혹한 잣대를 조장관 식구들에게만 들이대는가? 자기 편에 가혹하고 남의 편에 관대한 것이 정의이고 진리인가? 옳든 그르든 무조건 권력자를 깎아내리고 비난해야 하는가? 어용御用을 피하고 지조를 지키는 일이니 멋져보이는가?

국론분열이라는 말도 음흉하다. 국론이 통일된 적이 언제 있었던가? 수십, 수백만이 모인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천여 명이 모인 태극기집회를 찬반이 팽팽하다고 보는 자들의 궤변이라니... 어쨋든 나라가 시끄러우니 죄가 있든 없든 조국이 물러나고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렵고, 돼지열병이 위험하고, 국가안보가 위태롭다고 하지만, 어쨋든 결론은 조국사퇴다.

수구 야당은 장관후보로 지명되기 전부터 조장관을 벼르고 있었다. 조국을 주저앉히기 위해 조국이 사노맹이라고 헐뜯고 검찰에 고발하였다. 평소 그가 “강남좌파”로서 사사건건 자신들을 (정의와 도덕성으로) 괴롭혔기 때문에, 또 가만놔뒀다가는 미래의 후환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토록 시끄럽게 들쑤시고 다닌 것이다. 과도한 응징이다. 허망하게 정권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분풀이다. 나라가 어찌되든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수구 야당도 언론도 검찰도 같은 편에 서서 적폐청산과 개혁을 흔들고 좌초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광화문에서는 수구 여당과 일부 기독교단이 주최하는 태극기집회가 벌어지고, 서초동과 여의도에서는 개싸움국민운동본부 주도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수구 세력은 상대방이 사실을 외면하고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있다고 비난하지만 자신의 진영논리는 말하지 않는다. 유시민씨는 진영이 나뉘어 서로 다투는 것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본다. 단지 얼마나 정당하게 합리성으로 논리를 겨루는가를 따질 뿐이다.

사실 진영이 있다면 수구 기득권이지 나머지는 진영이랄 것도 없다. 지킬 것이 있으니 성을 쌓고 방책을 세워두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백성들은 그냥 순리와 상식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보고 있다. 지킬 것이 없는 자들은 가진 자가 극도로 포악해질 때 서로 손을 잡고 떨쳐 일어날 뿐이다. 진영이 나뉘어져 있다면 그것은 가진 자가 포악하게 해먹었다는 증거다. 수구 세력들은 강고한 진영을 갖추고 있으면서 단결한 백성들을 진영논리라며 비난한다. 무조건 잇속을 지키자는 무논리가 생존과 정의를 쟁취하자는 논리를 비웃는 비열함이다. 끊임없이 의혹과 유언비어를 쏟아내어 백성을 이간질하는 자들의 음흉한 논리다.

“강남좌파”가 선택한 고난의 길

나는 조장관과 식구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설명을 들어도 입학전형이든 사모펀드든 우회상장이든 와닿지 않는다. 만일 의혹이 사실이었다면 조장관은 애초에 자리를 사양했을 것이다. 두달 넘게 식구들이 무방비로 조리돌림당하는 것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9월 2일 조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대부분 지켜본 후 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조국은] 이른바 강남좌파라지만 충분히 현실을 치열하게 살았고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다... 여식의 진학이나 인턴이나 장학금 문제를 사과하긴 했지만 과한 비난이다. 그저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놓치고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그런 수많은 일상의 조각일 뿐이다... 이런 사람에게 범죄사실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검찰이 욕보겠다.”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검찰수사는 이례적이며 지나치다. 수구 야당과 언론의 응원을 받으며 정예수사팀이 한 집안을 털었지만 정작 조장관에 대한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쯤되면 수사능력이 형편없었거나 애초부터 겨누었던 중대한 범죄사실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시민이나 김어준씨가 어렵지 않게 확인한 사실을 검찰이 아직도 뒤지고 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검찰은 어떻게든 조장관을 넘어뜨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족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누군가 견디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기를 고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공소권 없음”으로 깔끔하게 후퇴를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만의 사람들이 매주 서초동과 여의도에 모여 촛불을 밝힌 까닭은 무엇인가? 이러다가는 자신도 조장관처럼 저렇게 대책없이 난도질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연민이자 분노다. 그래서 검찰을 가만 놔둬서는 안되겠다고 각성한 것이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정신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국이다”라고 뜻은 자연인 “조국”을 좋아하고 그 배우자 정씨를 응원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면 누려야 하는 기본권과 평범한 일상을 검찰의 횡포로부터 지키기 위함이다. 그 마음이 하나 둘씩 모여 거대한 촛불의 파도가 된 것이다.

의미있는 고난과 조국의 평화

수구세력은 왜 조국이 아니면 안되냐며 따진다. 쓸만한 인물이 그리도 없느냐고 힐난한다. 하지만 조국만 아니면 누구라도 괜찮다거나 왜 조국은 안되는가를 말하지 않는다. 물론 “가족사기단”이라고 몰아붙였지만, 사실은 검찰개혁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조국이 아니어도 누구든 사명감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하려는 자는 용서할 수 없다. 속으로는 조국이 정말 개혁을 잘할 것같으니까, 그래서 나라가 잘 되는 끔찍한 결과가 나올까봐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주저앉히려는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이다. 그것은 곧 문재인을 끌어내리는 일이라고 믿는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주는 교훈은 전쟁이 끝났다고 평화가 자동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전쟁 중에 의미있는 고난을 통해 대안을 창출하는 자가 생겼을 때에만 평화가 온다는 점이다(1991: 333; 2008: 101, 270). 박근혜 탄핵으로 강자의 폭력이 잠시 멈추었을뿐 백성들이 원하는 태평성대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개혁의 첫걸음을 떼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조장관은 집안, 학력, 외모, 재산, 관운 등에서 “금수저”였지만 꽃길이 보장된 기득권편에 서지 않았다. 스스로 고난의 길을 선택하여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었다. 앞으로도 일가친척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겠지만 끝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의 자기희생으로 검찰개혁이 이루어지고 마침내 정의와 인권이 세상의 원칙으로 정착되길 바란다. 曺國의 의미있는 고난이 祖國의 평화를 가져오길 바란다.

같이 읽기

  1. 윤석열의 선택과 최소주의자가 걷는 길
  2. 고대생의 촛불집회와 배부른 자의 투정

인용하기: 박헌명. 2019. 조국전쟁: 曺國의 고난과 祖國의 평화. <최소주의행정학> 4(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