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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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가 온세상을 뒤덮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재앙이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떠들 수 있었던 일상이 참으로 꿈결같다. “그 당연함”의 소중함이여...

한국은 한발 앞선 진단키트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COVID-19 방역에 나섰다. 세계의 주목을 끈 이른바 K-방역이다. 하지만 수구 야당과 언론에 비친 한국은 한마디로 최악이다. 독재 권력이 폭주하면서 방역은 물론 민생도 망했댄다. 백신확보에도 실패했으면서 1,200억원이나 들여 엉망진창인 K-방역을 홍보했댄다. 재난지원금을 뿌려 표를 매수한다며 악다구니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봉쇄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빼돌려서 마스크 대란을 자초했다는 억지와 날조가 아직도 반복된다. 수년간 맞아왔던 독감백신은 접종받은 사람이 죽었다며 게거품물고 나자빠지고, 초고속으로 개발되고 긴급사용이 승인·권고된 코로나 백신은 당장 맞아야 한다며 숨넘어갈 지경이다. 똥이든 된장이든 약이라면 달라는 대로 돈을 퍼주고 단숨에 목구녕으로 쑤셔넣을 기세다.

과연 K-방역은 망했나? 한국 정부가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했나? 같은 통계치를 두고도 극과 극으로 치닫는 숫자놀음은 의미없다. 대신 한국과 일본의 자가격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여 답을 찾아보자.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입국하다

감염병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수 개월간 머물렀던 식구가 지난 달 중순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연말이 되고 COVID-19가 기승을 부리자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비자를 받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소속 기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규정준수 서약서였다. 바뀐 외무성의 규정/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처음에는 발급해주지 않겠댄다. 대사관에 문의했더니 그냥 아무 데서나 구해서 내랜다. 황당하다. 다행히 기관이 입장을 바꿔 발급해 주겠댄다. 그런데 Line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일본 스마트폰 번호가 있어야 한댄다. 급하게 중고 아이폰을 장만했다.

서약서 내용은 철저했다. 입국 전 14일부터 체온, 호흡, 피로 증상을 기록해야 했다. 출발 72시간 안에 진단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이민국에 제출해야 했다. 만일을 위해 의료보험(여행자보험)에 가입하랜다. 입국할 때 스마트폰에 Line 앱을 설치하고 14일간 건강상태를 보건소에 보고하랜다. 또 노동후생성의 코로나접촉확인 앱(COCOA)을 설치하고 현위치 정보를 기록하랜다. 입국시 감염검사를 받고 지정된 장소에 격리된댄다. 음성판정이 나오면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이나 택시로 이동하랜다. 격리기간 중 사무실에 나오거나 낯선이를 만날 수 없댄다. 해당 증상이 보이거나 양성으로 판정되면 보건소와 상담소에 위치/이동 정보를 제공하고 조사에 협조하랜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소독제로 손을 씻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체류자격확인서에 필요한 출생증명서와 증명사진은 다행히 전자파일로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달 반을 기다린 확인서 원본은 서약서와 함께 제출해야 했다. 수개월째 임시 중단·지연·재개로 불안한 우체국 EMS 대신 Fedex로 보냈지만, 그마저도 1주일 넘게 걸렸다. 어렵사리 마련한 서류는 여행사를 통해서만 제출할 수 있었다.

출국을 며칠 앞두고 체온 기록과 진단검사 결과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지가 왔다. 나리타공항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입국하기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식구는 공항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고 발열검사만 받았을 뿐, PCR 검사를 받지 않았고, 격리되지도 않았다. 모바일 앱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듣지 못했다. 적혀진 규정과 현실이 한참 달랐다.

일본에서 자가격리는 권고다

자가격리 규칙은 강했다. 14일 간 온 식구들이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학교도 유치원도 사무실도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음식재료를 사러 나갈 수도 없다더니, 나중에는 한사람만 마스크 쓰고 다녀오랜다. 직원은 시청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가격리가 끝나기까지 단 한번도 시청에서 전화를 하거나 전자우편을 보내지 않았다. 누구도 어떤 모바일 앱을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같이 밥을 먹고, 방을 쓰고, 잠을 자도 되는지 안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 시청에 전화를 했더니, 식구가 도착한 줄도 몰랐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잘 모르는지 그냥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만 했다.

쉽게 말해 자가격리는 그냥 본인이 알아서 집에 머무는 것이었다. 소속 단체나 공공 기관이 자가격리를 점검하고 관리하지 않았다. 본인이 마음대로 밖으로 나가 무슨 짓을 하든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격리대상자가 길거리에 돌아다닌다는 소리다. 실효성도 없는 일을 꼬치꼬치 적어놨지만 통제도 안(못)하면서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개인에게 조목조목 따지겠다는 것 아닌가? 관료들의 빨간띠질이다.

한국에서 자가격리는 의무다

한국의 입국절차와 자가격리 규정은 대체로 일본과 비슷하다. 외국인은 출발 72시간 내에 발급받은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고, 발열검사를 받은 후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물론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서약서를 받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 자가격리는 의무사항이다. 입국한 외국인은 안전보호앱을 설치하고 매일 건강상태를 입력해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 체온을 측정하여 보건소에 통지한다. 또 보건당국이 직접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여 점검한다. 일본과는 달리 숙박시설(호텔)에 머물 수 없다. 격리 장소를 무단으로 벗어나면 손목안심밴드가 채워지거나 지정된 시설에 격리당한다. 자가격리가 끝나기 전에 PCR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자가격리중 생활수칙은 매우 구체적이다.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의복, 침구, 식기, 세면대,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식구 간 접촉을 최소화하되, 얼굴을 맞대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2미터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보건소에 먼저 연락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는 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음식 등을 제공하기도 하고, 격리대상자가 사용한 쓰레기 치워주기도 한다.

그럼 동경에서 한번 살아보시라

일본의 자가격리는 권고사항이다. 개인의 선의에 맡기고 사후책임을 묻는다. 개인의 사생활과 자율성을 끔찍이도 존중하는 것인지, 공동체의식과 기술과 의지가 부족한 것인지... 한마디로 각자도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앱을 설치하는 것에서부터 격리해제 진단검사까지 철저하게 통제된다.

최근 COVID-19의 전파 속도가 가파르다. 미국은 매일 20만명이 확진되고 있으며, 영국은 6 만명에 이른다. 일본은 매일 2만명 검사에서 4천명이 확진되고 있고, 한국은 10만명 검사에서 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의심이 들면 길을 가다가도 무료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일단 집에서 37.5도 이상으로 3-4일 앓아야 한다).

한국은 지나칠 만큼 과감하고 치밀하게 대처하고 있다. 많은 인력과 자원과 기술이 동원되는 일이다. 그 고역을 버텨내고 있는 공무원과 의료진의 사투가 눈물겹다. K-방역을 헐뜯고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수구세력들이여. 그럼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는 뉴욕, 런던, 동경에서 한번 폼나게 살아보시라. Sojeong

인용하기: 박헌명. 2021. K-방역은 망했나? 자가격리 한일비교. <최소주의행정학> 6(1): 2.

2021. 01. 09 마지막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