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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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세력의 자기비대화와 체제경직화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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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세력들의 아귀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한 자들의 모습이 아니다. 대선 전부터 불거졌던 윤석열씨와 이준석씨의 갈등은 결국 배은망덕과 토사구팽으로 치닫고 있다.

윤씨 측에서 이씨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당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급기야 검찰에 고발했다. 위원회는 지난 8월 이씨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이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얻어 주호영씨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이씨는 법원에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기어코 주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윤씨 측은 보란듯이 추가징계를 추진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정진석씨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어떡하든 이씨를 제거하려는 윤심(명심)의 집요함은 멈출 줄을 모른다. 벼랑끝에 몰린 이씨는 또박또박 가처분신청을 날리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러한 이전투구는 정치인들의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다. 정당한 선거를 거쳐 권력을 잡은 집단아닌가. 초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설치는 노회老獪 정치꾼들과 30대 여당 대표의 진흙탕 싸움이라니... 참으로 낯설고 씁쓸한 광경이다.

본질은 구세력의 자기비대화다

문득 소정小丁이 종종 언급한 자기확대 혹은 자기비대화(self-aggrandizement)가 생각난다(1991: 119).1) 이는 포악한 통치자 스스로 권력을 한없이 취하는 것을 말하는데(1996: 401), 부끄러워하는 마음(義)을 전제로 한 자기희생의 반대개념이다(405쪽). 그 자리에 부여된 권력으로는 안심하지 못하고 불안감과 열등감으로 더 많은 힘을 탐한다. 타는 갈증에 바닷물을 마시는 격으로 더 많은 힘을 손에 쥘수록 더 많은 불신과 불만이 쌓인다. 수치심이 없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아랫사람을 쥐어 짜고 끝임없이 의심하면서 모든 권력을 빨아들인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몸집이 불고 뼈가 휘고 살이 썩어 문드러져도 멈추지 못한다. 자기비대화는 국정을 말아먹고 충복마저 잡아먹고 급기야 스스로를 집어삼켜야만 끝이 난다.

악한 정부에서 볼 수 있는 “과다한 체제 경직화”도 마찬가지다(1996: 383-390). 포악한 통지자는 우선 자기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못하게 하고, 정치 경쟁자를 죽이고, 국민 일반이 옳게 살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케 하고, 정치정당성 확보(전시효과)를 노리고 “큰 일”만 내세우고, 급기야 외국에게 내정간섭을 당하게 된다.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타국이 죄없고 선한 백성을 구하기 위해 악한 정권을 정벌하거나 악한 통치자가 효율성이 낮은 구질서(과도한 통치비용, 정경유착, 부패 등)의 경직성을 높인다(383쪽). 구세력(친일파, 군사독재자, 이에 빌붙어 기생하는 기회주의자)에게 구질서는 생명줄이어서 나라를 망치는 줄 알면서도 마약처럼 어찌할 수 없다.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다. 효율은 떨어지고 비용은 상승하여 국제경쟁력은 곤두박질친다.

악한 정부의 과도한 체제경직화

소정은 <論語> 子罕편을 인용하여 과도한 체제경직화를 설명했다. 子絶四 毋意毋必毋固毋我(공자는 네 가지를 완전히 끊어버렸는데, 사사로운 뜻이 없고, 기필코 하겠다는 마음이 없고, 집착하지 않았고, 이기심이 없었다). 이와는 반대로 구세력들은 일을 사사로운 뜻(私意)으로 하고, 순리를 따지지 않아 친일·쿠데타·독재를 가리지 않고 기필코 일을 해야 한다며 달려들고, 그 일이 잘못되었어도 반성이나 개선없이 계속 고집하고, 드디어는 사사로운 자기들의 잇속(私利)을 챙긴다(1996: 391). 체면이고 뭐고 없이 인간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이해관계에만 몰입되어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1991: 120-121). 公이 아닌 私, 義가 아닌 利에 함몰된 나머지 남의 몫까지 빼앗아 게걸스럽게 삼키는 자다.

기득권을 틀어쥔 구세력은 과도하게 체제를 경직시킨다. 자신의 뿌리가 된 체제를 관리할 능력도 없고, 개혁할 용기도 의지도 없다. 이들의 생리는 다음과 같다(1996: 392-398). (1) 경험이 많고 덕이 있는 이를 소홀히 여기고 아부하는 하수인만 데리고 일한다. 소신있고 전문성이 높은 자가 아닌 연줄이 닿은 자들을 중용한다. 소위 “윤핵관” 뿐만 아니라 형님·동생으로 지낸 검사들과 허접한 “유지”들이 완장차고 설쳐댄다. (2) 잘못을 고치라는 완곡한 말을 듣기는 좋아해도 실제 고치지 않는다. 국민을 바라보겠다고 했지만 거울만 들여다 보는지 반성도 없고 오류를 바로잡지도 않는다. (3) 자기네끼리 잘못을 숨겨주는 집단이기주의를 갖는다. 하수인들은 일상이 된 통치자의 허물을 덮느라 사실과 진실을 외면한다. 윤씨와 “유지”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4) 웃사람은 아랫사람을 못살게 굴고 자기들끼리도 재산 분배를 공정히 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틀어져 대통령, 당대표, 원로, 당원이 서로 머리끄댕이를 잡고 흔든다. (5) 한번 관직을 떠난 후에도 끈질기게 이익이 되는 자리를 차지한다. 총리실이든 장관실이든 찢어진 낙하산을 타서라도 용하게 자리를 꿰찬다. 10년 전 장관이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구세력끼리는 이심전심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 (6) 이러니 수구 기득권을 해체시키는 데 백 년이 걸린다.2) 소정이 자기비대화와 과도한 체제경직화를 불치병이라 부른 까닭이다(390쪽).

권력자의 자질이 문제다

깜냥이 안되는 자가 뜻밖에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를 범해 벌어진 사달이다. 격물치지格物致知가 안되니 시도 때도 없이 자유타령이고 사주점괘질이다. 품격은 커녕 막말과 삿대질을 남발한다. 스스로 부족한 줄도 비판을 감내할 줄도 모른다. 정직하지도 반성하지도 고치지도 않는다. 부창부수夫唱婦隨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니 답이 없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열심이다. 벌써 권력비대화와 체제경직화 막바지다. Sojeong

끝주

1) 자기확대는 self-enlargement 혹은 enlargement of self로 직역할 수 있지만 소정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 Bertrand Russell에 따르면 이런 표현은 자신의 지식한계를 뛰어 넘어 다른 차원에 이르는 자기초월(intellectual self-transgression)이다.

2) <論語> 子路편은 如有王者 必世而後仁(천명을 받은 성군이 있다 해도 반드시 30년이 지난 후에 인정仁政이 이루어진다)라고 적고 있다.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2. 수구세력의 자기비대화와 체제경직화. <최소주의행정학> 7(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