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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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를 수호하지 못한 서해수호용사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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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월의 네째 금요일이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제 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피격 사건에서 생명을 잃은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라고 한다. 윤석열씨는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 8회 기념식에 참석하여 희생자 55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고 한다. 군대도 가지 않은 윤씨가 울먹였다고 한다. 박근혜씨의 대국민사과 눈물처럼 맥락이 없고 공감이 없다. 그냥 생뚱맞다는 생각이다.

대체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것인가?

주요한 길목마다 “그대들의 이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혹은 “그대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구세력들의 일사불란함이다. 야당이 내건 현수막은 찾아볼 수 없다. 기념일 자체가 정쟁의 산물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안보위기에 처한 박근혜 정권이 내놓은 궁여지책아니던가. 애국을 빙자한 반공멸공이고, 안보를 빙자한 수구정권 수호아닌가. 누가 이런 쉬어터진 빨갱이 굿판에 장단을 맞출 것인가?

현수막에 적힌 문구를 보면서 혀를 찬다. 위대한 승리를 기억하겠다가 아니라 처절한 패배를 잊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1999년 6월 7일부터 15일까지 도발한 북한군을 물리쳤던 제 1연평해전이 아닌, 피해가 많았던 제 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을 기억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름을 잊지 않겠다고 적은 55용사를 보면 그 의도가 읽힌다. 제 2연평해전(6명),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47명),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피격(2명)이다. 천안함 사건을 끌어들여 매년 안보장사를 해먹겠다는 것이다. “북한군에게 이렇게 당했어요. 많이 아파요. 전 공산당이 싫어요. 때찌해주세요.” 딱 “이승복 어린이” 수준이다. 그런데 저항할 수 없는 어린 아이가 아니라 훈련 중인 초계함이 어뢰에 맞았다는 점에서(정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더 한심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이순신은 잊고 원균을 기억하라?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군인의 책무다. 그래야 국토와 국민을 지킬 수 있다. 서해수호를 했다는 용사들은 실제로 서해를 지키지 못했다. 국지전이었길래 망정이지 전면전이었으면 나라를 빼앗겼을 것이다. 한마디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패잔병들이다. 이들이 임무수행중 희생된 것 자체는 존중받아 마땅하며, 자초지종을 잘 따져서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뼈아픈 교훈이 아니라 나라를 수호한 영웅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일은 그저 황당할 뿐이다. 당장 제 1연평해전에서 승리한 장병들은 그럼 뭐가 되는가? 한산도대첩(1592년)과 명량해전(1597년)에서 승리한 이순신과 조선해군의 헌신과 희생은 당연한 것이고, 1597년 칠천량에서 140여척을 잃고 2만여명을 몰살시킨 원균의 참패는 나라를 지킨 헌신과 희생으로 기억해야 하는가? 1951년 5월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중국군에게 허무하게 궤멸당한 유재흥의 3군단을 국토수호의 상징으로, 처참하게 죽어간 장병들은 호국영웅으로 길이길이 기억해야 하는가? 허면 1950년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맥아더와 그 때 희생되었던 장병들은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수구세력의 기회주의와 안보팔이

공을 세우면 그에 합당한 상을 내리고 죄를 지으면 합당한 벌을 내리는 것이 상식이다. 서해수호의 날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패장인 최원일 함장이 최근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방송에 나섰다. 어뢰에 맞았든 암초에 부딪혔든 부하장병 수십 명을 수장시킨 지휘관의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전쟁의 최대 치욕으로 기록된 현리전투의 패장 유재흥은 참형을 받기는 커녕 박정희 정권에서 국방부장관까지 해먹었다. 한국군 7사단과 2군단을 궤멸시켜 아군을 위기에 빠뜨리고, 3군단을 해체시켜 군작전권을 미군에 넘기게 한 장본인이 2004년에는 노무현씨의 군작전권 환수를 반대하는데 앞장섰다. 현충원이 웬말이냐.

수구세력의 정체성과 정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념도 뭐도 아닌 힘과 돈을 따라다니는 기회주의자들이다. 유씨는 일본군 장교로 독립군과 맞섰고 미군정 시절 제주 4.3항쟁을 짓밟았음에도 승승장구했다. 미군을 등에 업고 친일세력을 앞세워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정적을 빨갱이로 몰아 때려잡은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검사출신인 윤석열씨가 검사들과 지인들을 요직에 앉힌 것도 마찬가지다. 최씨도 수구정권에서 북한군에게 피격을 받았기 때문에 안보장사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었다. 국민을 편갈라 줄세우는 빨갱이 타령에 적합한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신상필벌에 엄격한 정권이었다면, 만일 일본자위대에게 쥐어터졌다면 유씨든 최씨든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승리를 꿈꾸지 못하는 만년 패자의 정신줄

수구세력은 강한 자에게 비굴하고 약한 자에게 포악한 모습이다. 스스로는 무엇을 할 수 없다거나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는 열등감과 무기력증이다. 일본이 강제로 쳐들어와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약해서 나라를 빼앗기고 고초를 당했다는 식이다. 자학이다. 허니 일본에게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죄하기는 커녕 불매운동과 국산화라니... 하물며 미국의 요구에 감히 고개 빳빳이 들고 토를 다는 일임에랴.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강자의 그늘 아래에 있어야 한다. 일본 앞에 허리를 접고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목숨줄처럼 잡고 있는 까닭이다. 간이든 쓸개든 다 내어주고서라도 자신들이 호의호식하면 그만이다. 악착같이 약자를 쥐어짜서 조공으로 바친다. 국민들이 성노예로 끌려가거나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을 먹는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하여 299명이 익사당하고, 2022년 이태원에서 159명이 압사당했지만 무슨 대수인가? 강자가 원하는 안보장사에 들러리가 되어줄 패전 55용사만이 귀할 뿐이다. 감히 승리를 꿈꾸지도 못하는 만년 패자의 정신줄이다. Sojeong

인용: 박헌명. 2023. 서해를 수호하지 못한 서해수호용사. <최소주의행정학> 8(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