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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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자기비대화, 경직화, 자체분열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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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선생님은 가장 포악한 정권의 모습을 자기비대화自己肥大化로 그렸다. 또한 과다한 체제 경직화硬直化나 우경화右傾化라고 했다(1986: 298; 1996: 383). 이렇게 최악으로 진행된 불치병(1996: 390)은 자기희생으로 치유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자아에 의하여 희생하는,” “자신의 자유의사에 의하여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는 결단”이다(1980: 363; 1986: 327; 1991: 49).

정권의 자기비대화

자기비대화(self-aggrandizement)는 주어진 한계를 넘어 권한을 탐하고 끊임없이 확대하는 것이다. 힘으로 타인을 윽박질러 일을 강요하거나 강제로 타인의 권한을 빼앗는 행위다. “아랫사람을 쥐어 짜고 끝임없이 의심하면서 모든 권력을 빨아들인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몸집이 불고 뼈가 휘고 살이 썩어 문드러져도 멈추지 못한다”(박헌명 2022). 자신에 맞서는 정적과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도전을 용납하지 못한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강자의 정의고 공정이고 상식이고 윤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직화(rigidification)다. 지금의 권세가 영원하리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돈 지나친 자기확신이다. 그러니 나와 다르다는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다. 법과 규칙과 이치가 아닌 약육강식 그 자체다. 경우境遇와 합리성을 짓밟는 폭력이다.

“관官이 주도권을 잡는 통치구도에서는 관이 민民을 한낱 관의 통치수단으로 보며, 자기 스스로의 크기를 굉장히 비대화하게 그린다. ... 민이 주도권을 잡는 통치구도에서는 ... 민이 관에 들어가서는 자기희생을 하며 봉사자의 위치를 지킨다”(2001: 109).

소정 선생님은 가장 나쁜 통치는 (1) 선악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관(신문, 방송, 대학, 종교 등)을 망가뜨리고, (2) 걸림돌이 되는 정적을 제거하고, (3) 일반 시민이(어린 아이까지도) 옳게 살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케 해 도덕을 타락시키고, (4) 필요한 문제해결이 아닌 바벨탑같은 전시효과를 노린 정책을 밀어붙이고, (5) 인접국가들이 폭정을 방치하거나 내정에 간섭하는 단계로 진행한다고 적었다(1991: 87-103; 1996: 383-384; 2001: 184-202). “언로를 막는 정부는 언론을 자체 생산하면서 이 자체 생산된 언론을 믿지 않는 사람을 폭력으로 단속한다”(1986: 316). 정치경쟁자들이 정치공작과 악법에 희생되면서 비판과 반대가 위축된다. 일상과 무관한 자기과시용 정책을 남발하게 되면 국민을 자포자기한다. 올바름과 의로움이 아닌 돈과 권력을 쫓을 뿐이다.

과도한 체제경직화와 자체분열

주변국들은 최악의 상태에 이른 정권을 직접 정벌하거나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정권을 농락한다(1996: 383). 정권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체제를 경성硬性으로 유지하지만, 개혁을 거부하고 사회비용을 줄이지 못한 대가는 가격경쟁력 추락이다(389쪽). 즉, 과다한 체제경직화가 통치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국제경쟁력을 잃게 한다(383쪽). 투자, 고용, 내수, 물가, 무역 등에서 빨간 불이 들어온다. 이런 정권의 약점을 알아챈 주변국들은 외교, 국방, 경제, 역사, 문화 등의 이득을 노리고 달려든다.

인접국조차 우습게 보아 정벌을 받을 만한 정권에서는 부도덕한 위정자들이 자기들끼리 싸운다(1996: 389). 자체 분열이다(2001: 147). 약자를 착취하면서도 자기들끼리 재산 분배를 공정히 하지 않아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못살게 굴고 이를 취한다(1996: 397). 애초부터 잇속에서 시작한 이들에게 법과 정의와 공정은 허공 속의 메아리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서로 합종연횡하지만 충돌할 때는 검을 속내를 드러낸다. 자기편 끼리도 믿지 못하고 경계한다. “끝없는 탐욕은 그들의 잇속 관계를 뒤틀리게 하고, 끝내는 자기편끼리도 잡아먹는 아귀다툼으로 몰아간다”(박헌명 2023).

자기비대화는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된다

왜 악한 정권은 자기비대화, 과도한 경직화, 자체분열(self-disintegration)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 첫째는 정당성이 부족해서다. 선거의 공정성과 별개로 유권자 다수가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 상황이다. 권력자의 자질이 부족하여 매사에 좌충우돌하거나,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하고, 밀어붙이는 정책마다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면 유권자의 마음은 돌아설 수밖에 없다. 통치자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된다. 불안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의심하고 감시한다. 정적과 반대파는 물론 자기 편도 믿지 못한다. 누구든 배신자를 찾아내어 보복하는데 혈안이 된다. 민생과 관련이 없는 통치비용과 사회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둘째, 정권의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하다.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해서 나이 많고 덕 있는 이를 소홀히 여기기 때문에 항상 하수인만 데리고 일을 한다(1996: 396). 자리를 얻으려 충성경쟁을 하는 자들이다. 유능하고 정직하고 의로운 인재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말잘듣는 이들이 모인 조직은 위기에 직면해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사실과 진실이 어찌되었든 통치자의 언행을 거스르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안)하는 추종자들의 “지당하옵니다”만 있을 뿐이다. 열등의식을 힘으로 극복하려 든다. 현실과 통치자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면서 문제해결은 요원해진다. 자기확신이 강화되고 경직화된 정권은 자신의 포악한 행동을 스스로 교정할 능력을 상실한다(1986: 317).

결국은 통치자와 그 추종자들의 탐욕 때문이다. 국익을 말하지만 그들만의 잇속이 있을 뿐이다. 시민들이 혹할 만한 일을 벌이지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잇속 앞에서는 부끄러움이 없기 때문에 벌거벗은 힘(naked power)이 강대강으로 부딪힌다. 끊임없이 돈과 권력을 탐하는 자기비대화다. 탐욕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만든 악법조차 지키지 않는 체제는 적에 의해 망하기보다 자기 스스로가 망한다(2008: 347). 폭주기관차같은 자기비대화는 국정을 말아먹고 충복마저 잡아먹고 급기야 스스로를 집어삼켜야만 끝이 난다(박헌명 2022). Sojeong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3. 정권의 자기비대화, 경직화, 자체분열. <최소주의행정학> 8(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