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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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를 망가뜨린 "김여사" 운전법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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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제1사단장 임성근씨가 진술서에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이 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작전을 수행한 대대장들이 자신의 지시를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녕 별을 둘 씩이나 단 자의 언행이란 말인가. 현재 권력을 틀어쥔 자들의 정신줄과 행동방식을 고스란이 드러내고 있다.

수색이 아니라 죽든지 말든지

지난 7월 19일 예천 내성천에서 수해로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던 해병대 포병대대 채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폭우와 영주댐 방류로 거세진 유속 때문에 장갑차 투입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붉은 티셔츠를 갖춰입은 장병들이 줄지어 손을 잡고 허리높이까지 강물을 훑고 있었다. 물속 움직임을 방해하는 멜빵장화를 신기면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았으니 위험천만한 짓이었다. 차라리 죽으라는 소리다.

어이없는 인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병대는 1주간 자체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덮었다. 자식을 잃은 가족은 절규하고 전우를 잃은 장병들은 고통에 신음하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악몽에 시달리는 동료 병사의 어머니는 9월 13일 임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그 병사는 전역 당일(10월 24일) 임씨를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사단장의 지시를 왜곡하여 전달했다고 지목된 대대장은 반발하며 지난 12월 9일 상관인 임씨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콩가루 집안이 되었다.

해병대 수사단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결과를 7월 30일 이종섭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이씨는 31일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조사보고서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이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다섯 차례 전화를 걸어 혐의사실과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외압을 느낀 박대령은 법의 취지대로 8월 2일 조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당일 저녁 이첩 자료를 가져갔고 해병대는 박대령의 보직을 해임했다. 21일 국방부 조사본부는 기존 8명이 아닌 사단장 등을 제외한 대대장 2인을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다시 이첩했다. 군검찰은 8월 8일 박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했고 3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군사법원은 9월 1일 기각했다. 박대령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와 군사법원법에 따라 사단장 등 8인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하고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장관에게 대면보고한 후 경찰에 이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무슨 변명을 해도 지휘관 책임이다

임씨의 강변은 그 자체로 황당하다. 사단장이 절대로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수차례 지시를 내렸다는데 무슨 해석이(그것도 정반대로) 필요하단 말인가? 극단적 관료제인 군대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포기하면서까지 집단으로 항명을 할 까닭이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씨가 박대령만 콕 집어 군법을 들이 댄 까닭은 무엇인가? 모든 부하들이 장군의 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엉터리 부대라는 말 아닌가? 그래도 지휘관이랍시고 염치도 없이 “난 하지 말라고 했떠여. 재들이 말을 안들었떠여. 때찌해주세여”하고 자빠졌으니... 어느 장병이 이런 똥별의 말을 따를 것인가.

사고부터 사건처리까지 의문 투성이다. 빠르게 흐르는 흙탕물에 들어가라면서 왜 구명복을 입히지 않았을까? 물 속에 장화라니 웬말인가? 한 해병대 전역자는 복장으로 보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작전이고, 물에 들어간다면 당연히 고무보트와 구명줄(로프)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 상식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애초에 잘 준비된 계획이 아니라 급하게 변경된 비정상 작전이라는 뜻이다. 자식같은 부하들을 무방비로 사지로 내모는 짓이었으니 대대장이나 중대장(포대장) 선에서 결정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장병들의 안전보다 대민 지원과 선전에 몰입한 지휘관의 과욕이 사달을 낸 셈이다. 임씨가 강물에 들어가 수색하는 장병들의 사진을 보고 훌륭한 공보활동이라고 칭찬했다지 않은가.

임씨는 초기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31일 오전 윤씨의 “격노” 이후 말을 바꾸었다. 김사령관 역시 조사관에게 진실되게 조사했으니 잘못된 것이 없다던 말을 뒤집었다. 박대령의 소신을 항명으로 옭아매고 애초에 요구받은 대로 실무자만 때려잡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대통령도, 국가안보실도, 국방장관도, 차관도, 사령관도, 사단장도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만 난무하다. “귀신잡는 해병대”가 아니라 “귀신에 홀린 해병대”가 되었다. 해병대의 기강과 명예는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망치는 “김여사” 운전법

국가기관에서 벌어진 중요한 일인데 명령과 그 정당성을 뒷받침할 문서도 없고 설명도 없다. 군 사망사건에서 범죄혐의를 인지하면 지체없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해야 하는데, 국가안보실에서 수사자료를 요구하고, 국방차관과 법무관리관이 전화질을 하는 것이 정상인가? 해병대가 경찰에 이첩한 서류를 국방부가 가져갔는데, 이것은 회수인가, 탈취인가? 박대령의 죄는 항명이 아니라 지체없이 이첩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지 않은가. 법이든 관행이든 납득할 방법이 없다. 합리성에 기초한 멀쩡한 관료제가 아니다.

이성과 상식에 초연한 “김여사”의 운전법이다. 제멋대로 편을 가르고 자기 편에게만 특혜를 주는 자들이다. 다른 편은 없는 죄를 만들어서라도 괴롭히지만 가족과 측근에게는 무한한 자비를 베푼다. 맘대로 권력을 휘두르지만 결코 책임은 지지 않는다. 국무위원들이 국회의원을 다그치고 탄핵소추를 당한 이상민씨가 당당한 것은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임성근씨는 이명박 청와대에서 김태효씨와 이종섭씨와 같이 근무했다. 2022년에는 힌남노 피해자 구조작전으로 당시 위기에 몰렸던 윤씨를 구해냈다. 내 사람에 대한 눈물겨운 보은이었을까? 개념없이 괴팍한 아집에 빠진 “김여사”가 민주주의와 관료제와 군대를 허물고 있다. Sojeong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4. 해병대를 망가뜨린 "김여사" 운전법. <최소주의행정학> 9(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