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박빙이라는 예측이 무색한 완승이었다. 연임에 실패한 뒤 성추행 입막음, 기밀문서 유출, 의회난입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그가 천신만고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트럼프의 선동질과 과격한 미국 유권자
트럼프가 배설하듯 쏟아낸 거짓, 막말, 혐오, 저주가 삶에 지친 미국인들을 흔든 것일까? 불법 이민이든 낙태든 러우전쟁이든 뭐든 간에 유권자들은 “닥치고 미국우선주의”를 선택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녹록치 않았던 탓일까? 고난을 참지 못하고, 속임수에 넘어가 정신줄을 놔버리고, 과격하게 난동을 부린 것일까? 명백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도덕, 금욕, 근면으로 미국을 세웠던 청교도는 스러지고 있는가? 아님 그만큼이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잘못한 것일까?
적반하장인 “장님무사”의 민낯
오전 10시에는 윤석열씨가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했다. 국민께 진심어린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뭐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를 얼버무리면서 어찌 되었든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3년차의 자신감일까? 할테면 해보라는 자세로 기자, 야당, 국민에게 훈계질을 했댔다. 습관성 반말에 “미쳤냐” “무식한” “까지고” “인마” 등을 거침없이 내뱉았다. 어눌하지만 기껏 우리말로 질문한 외신기자를 못알아듣겠다며 생깠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건달의 걸쭉함이다. 말이든 손짓이든 태도든 그냥 추접하고 상스럽다.
정말 5분을 참고 듣기가 어려웠다. 알맹이없는 횡설수설이었다. 야당이 박수를 안쳐서 시정연설을 안갔다느니, 검사 때 쓰던 전화로 많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통화했다느니, 국어사전을 새로 써야 한다느니, 집사람이 제대로 사과하라고 해서 나왔다느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밴댕이 소갈딱지이고, 법과 무관하게 막살아온 제멋대로이고, 마누라에게 쩔쩔매는 등신이라는 것 아닌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모른다. 사실과 거짓, 공과 사, 공식과 비공식을 구분하지 못한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다. 그때그때 아무렇게나 둘러댈 뿐이다. 건들건들 성의도 없다. 세상이 자기 주위로 돈다는 다섯살배기의 아집과 유치함이다.
기껏 사과해 놓고 뭐가 잘못인지 알려달라니 황당하다. 초상집에 가서 밤새도록 구슬프게 곡을 해놓고 아침에 누가 죽었나고 묻는 겪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지리의 뚝심이자 용맹이다. 얼치기 “앉은뱅이 주술사”에게 바보취급을 당하면서도 찍소리 못하는 “장님무사”가 감히 부부싸움을 하겠다니... 순진한 집사람의 전화기를 보자고 할 배짱도 없는 사랑꾼이 꼴에 사내랍시고 앙탈을 부리는가? 술취한 공처가의 주사인가? 반항인가? 철딱서니없는 “낭만자객”의 기개가 가상하다.
민심을 속인 나무꾼의 도끼질
소정 선생님(2001)은 이솝우화를 인용하여 악한 통치자는 백성에게 아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급하면 구걸이라도 해서 권력을 취한 뒤, 그 권력을 도구삼아 백성을 해친다고 했다.
"하루는 한 사람이 손에 도끼를 들고 숲에 와서 하는 말이, 뭘 하나 만들고자 하니 나무들에게 작은 가지를 달라고 말한다. 나무들은 마음이 좋아서 그에게 나뭇가지를 준다. 그 준 나뭇가지를 갖고서 이 사람이 뭘 만들었는지 아는가? 나뭇가지로 도끼의 손잡이를 만들었고, 이 사람은 이 도끼로 나무들을 차례로 잘나냈다. 투표할 때마다 유권자의 의식수준이 논의되는 것도 다 교묘한 말에 속아 도끼자루 할 것을 나무꾼에게 내주지 말라는 이야기다"(2001: 139).
윤씨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친 시민들을 선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무식한 삼류 바보들을 데려다가 나라를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를 장악한 운동권이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자신이 정의를 세워야 했던 검찰총장이었음을 알고는 있는지... 확정적 중범죄자인 야당 후보와 토론하는 것이 어이없다고 했다. 말폭력에 가까운 과격한 발언으로 민심의 분노를 자신의 물꼬로 끌어들였다. 수많은 질문에 엉뚱한 동문서답이나 버럭으로 대꾸했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도 않고 그냥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의 “부자되세요”나 박근혜의 “국민행복시대”와 같이 뜬구름잡는 소리였다.
하지만 윤씨가 쏟아낸 막말은 자신에게 저주가 되어 돌아왔다. 삐뚤어진 이념에 사로잡혀 미국과 일본의 바짓가랑이에만 매달렸다. 몰빵 외교는 실속은 커녕 호구가 되어 비웃음만 샀다. 홍범도 장군 폄훼, 일제징용 배상금 변제, 역사교과서, 사도광산 문제 등에서 친일 본색를 드러냈다. 주요 공직을 전리품처럼 종일·종미, 검사, 선후배, 이웃주민, 첨꾼 등으로 채웠다. 법사·보살이 설치니 일이 잘될 리가 없다. 문정권에서 잘 나가던 수출은 고꾸라졌다. 무역적자가 불어났다. 서민들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아우성인데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었다. 병사월급으로 장난치다 장교와 부사관을 흔들었다. 남북긴장을 조성하더니 대북전단을 오물풍선으로 돌려받았다. 게엄령, 친위쿠데타, 살상무기지원, 우크라이나 파병까지 의혹 투성이다. 무리한 의대생 증원으로 교육과 의료가 난장판이 되었다. 국민을 갈라쳐 네 편을 공산·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때려잡을 테세다. 그들만의 공정과 상식와 통합이었다.
깨어나고 단결하여 끌어내려야 한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10.29 참사, 해병대 채상병 사망,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김씨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대통령 관저 이전... 사건이 사건을 덮고 윤씨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 김대남씨와 명태균씨는 김씨와 윤씨가 살아가는 법을 증언하고 있다. 장님무사가 밤낮을 헤매는 동안 주위에서 알뜰하게 해먹고 있다는 소리다. 이제 잇속이 틀어지니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것이다. 지지율이 1할 대로 내려앉았지만 끝까지 버틸 각오다. 이명박과 박근혜처럼 그 천한 자질과 됨됨이를 알고서도 국민 스스로 도끼자루를 쥐어줬다.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포악한 나무꾼의 도끼질에 속절없이 잘려나갈 것인가. 자, 이제 어찌할 것인가.
인용: 박헌명. 2024. 트럼프의 기사회생과 장님무사의 도끼질. <최소주의행정학> 9(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