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나랏일을 맡게 된 이재명씨의 인사가 연일 화재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파격과 신선함이 있다. 사람쓰는 일을 두고 설왕설래하며 시시비비를 따지는 모습이 반갑다. 점괘와 술로 연명하던 정권에서는 아무런 의미없는 짓이었다. 3년 만에 정치가 돌아온 것이다.
이재명이 사람을 데려다 쓰는 법
이재명씨는 인사人事로 말하고 있다. 주술 정권에서 양곡관리법을 “농망법”으로 저주하던 송미령씨를 유임시켰다. 철도기관사로 일하던 민주노총 출신의 김영훈씨를 고용노동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명박에게 참패한 정동영씨를 20년 만에 통일부장관으로 불렀다. 코로나19 사령관으로 불렸던 정은경씨는 보건복지부 수장으로 돌아왔다. 소위 친윤검사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온 임은정씨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되어 가시밭길을 가볍게 헤쳐가게 되었다. 조만간 박정훈 대령과 백해룡 경정도 제 자리로 돌아와 기준을 잡을 것이다.
수구 기회주의자들은 아직도 세상이 바뀐 것을 자기부정하면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다.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민석씨를 재산 2억원과 과잉학위로 몰아붙이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철새 “김민새” 이후 18년 동안 정치야인으로 살았던 그였다. 국회의원으로 돌아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게다가 기가 막히게 반란을 알아채고 판을 뒤집어 엎었으니 “웬수덩어리”아니겠는가?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셈법에서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온 존재이길래... 차라리 수백억 재산에, 수십억 탈세에, 허위 학위에, 막 살아온 인생이라면 동족이라며 환영했을 것이다. 말을 그렇게 하지만 걸고 넘어질 거리가 없으니 온갖 몽니를 부릴 수밖에. 사실 이재명표 인사가 부러운 것이 반이고 정말 이재명이 잘해서 기어코 일을 낼 것 같은 공포감이 반이다.
방위병 출신 안규백이 군작전을 모른다?
제일 눈에 띈 이는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안규백씨다. 그는 지난 15년 가량 국방위원회에서 일했다. 위원장도 역임했다. 하지만 그는 장교출신도 장군출신도 아니다. 40년전 방위병(보충역) 출신이다. 당연히 군생활도 일천하고 부대를 지휘한 경험도 없다. 그저 대학에서 인문사회를 공부했을 뿐이다.
역시나 수구세력들은 그가 군작전을 잘 모른다느니 군의 사기가 걱정되다느니 시비를 건다. “장관은 방위, 군통수권자는 군면제라니... 군대 한번 자알 굴러가겠다...”라는 비아냥이다. 기레기들이 어딜 가겠는가? 그럼 “합참의장은 계엄사령관도 못찾아 먹는 핫바지, 장관은 고교 선배, 방첩사령관은 고교 후배, 군통수권자는 짝눈 군면제”면 천하무적인가? 이런 최강 진용(사실은 기강이 무너진 당나라 부대)에서 실패하기도 어렵다는 그 쉬운 반란을 말아먹은 까닭은 무엇인가? 군 지식과 경험이 차고 넘치신 육사 장군들은 어찌하여 국회로 쳐들어가서 의원을 끄집어내려 했단 말인가. 대체 육사·육대에서 뭘 배웠길래... 군통수권자라도 제멋대로 계엄을 선포할 수 없음은, 군대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음은 방위병도 다 아는 상식 아닌가?
안씨가 국방위원으로서 얼마나 많은 군 지식을 쌓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방위원회에서 15년이면 군생활 30년 경력보다 중요한 정보를 더 많이 오랫동안 경험했다고 봐야 한다. 군에서 목에 힘주는 장성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국방위원회 아닌가. 별을 오래 달아도 보통 10여년이지, 15년 이상 장성으로 경력을 보낸 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 오래 국방위원회를 취재한 기자도 없을 터이다. 서당개 3년이 풍월이면 국방위 15년은 공명孔明의 지략이다. 이럴진대 누가 감히 그의 꾸준함을 비꼴 수 있단 말인가. 한번 방위병은 영원한 방위병인가? 꼴값하는 수구세력의 정신줄이다.
일반 상식을 구현할 의지가 중요하다
군통수권자와 국방장관에게 중요한 것은 주권자의 적(통치자의 적이 아니라)을 어떻게 규정하고 국민의 무력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합당하게 결정하는 일이다. 총과 대포와 미사일을 어떻게 쏘는지, 병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전개하는지, 전투기와 전함을 어찌 운용하는지, 전쟁물자를 어찌 관리하고 보급하는지는 (장성급) 지휘관의 일이다. 무력을 갈고 닦는 것은 군인의 몫이고 그것을 어찌 사용하는가는 주권자(정치)의 몫이다. 공화국에서 문민통제는 당연한 일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주권자가 공감하는 원칙과 상식을 엄정하게 구현할 일반인이다. 방위병이 아니라 군면제자라 한들 무슨 문제인가? 장애인이나 여성이나 30·40대 국방장관이라 한들 무슨 상관인가? 일반 상식과 주권재민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중요할 뿐이다.
해방후 국방장관 절대 다수가 장성출신이지만 불법계엄과 반란에 맞선 자는 단 한명도 없다. 장태완·정병주 등 극소수 장교들이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다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북진통일을 떠벌리다 부산도 모자라 하와이까지 도망간 이승만(여순 항명, 제주 4.3, 4.19 혁명), 빨갱이 낙인을 지역갈등으로 잠재우고 평생독재를 꿈꿨던 박정희(5.16 반란, 10월 유신, 부마항쟁, 10.26 저격), 권력욕에 눈이 멀어 살인마 낙인을 감수한 전두환(12.12 군사반란, 5.17 내란), 그리고 계엄선포 2시간만에 계몽령이라며 꼬리내리고 지금까지도 질척대는 “윤건희.” 통수권자의 탐욕과 몰상식과 무책임이 부른 비극이었다. 이들에게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었다. 자신과 마누라에게 항거하는 자는 누구든 적일 뿐이다. 군대와 경호원들을 당연하다는 듯 사병과 호위무사로 써먹고 내버렸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누가 국민의 편에 섰고 누가 “윤건희” 편 섰는지 상기해보라. 군지식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장군이라는 자들이 명령은 무조건 따른다는 정신줄이라니... 국민을 지키고 나라를 구한 이들은 일반 상식을 가진 시민들과 국회의원들과 장병들이었다. 군작전은 모르지만 사리와 도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상식인이다. 주권재민이 무슨 뜻인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만일 안씨가 국방장관이었다면 명백한 불법계엄이라며 거부했을 것이고, 주권자를 배신한 “윤건희”와 똥별 똘마니들을 잡아다가 패대기를 쳤을 것이다. 이 시대가 정말 원하는 국방장관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인용: 박헌명. 2025. 방위병 출신 안규백이 국방장관이 된다면? <최소주의행정학> 10(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