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이 한창이다. 4월 7일 추미애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9일에는 전재수가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경선에서 패한 한준호와 이재성의 반응이 흥미롭다.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일이 쉬울 리는 없겠지만, 그 논리와 태도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에서 배제되고도 백의종군한 정청래과 이재명을 범죄자로 팔아넘긴 이낙연의 선택을 보는 듯하다.
이재성의 유쾌한 패배와 한준호의 뒤끝
이재성은 유투비 계정에 건달풍의 패배승복 동영상을 올렸다. 선거운동원에게 “괘안타, 다들 욕봤다”면서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 “재수 도와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참으로 유쾌통쾌하다. 그는 원팀으로 선거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소정 선생님은 “공은 동지들에게 돌리고 불리한 것은 자신이 담당하는 것”이라 했고(1996: 429), “... 동지들끼리 서로 원망해서는 안된다. ... 못난 운동가의 특징은 대의를 안보고 중얼거리는 일”이라고 했다(1983: 255). 이씨의 자세는 자신은 물론 경쟁자인 전재수와 민주당의 품격까지 높였다.
반면 한준호는 패배후 올린 동영상에서 “아직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후보가 우리당의 후보가 됨으로 인해서 앞으로 이 본선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 경기도정이 어떻게 될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도민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경우없는 자의 궤변이다. 무슨 근거로 추미애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단언하는가? 추미애가 본선에 나가면 패배하고, 이기더라도 경기도정을 망친다는 것인가? 추미애를 선택한 시민과 당원이 무지렁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잘못된 경선이 아닌 한 깨끗히 승복하고 본선에서 협조하는 것이 상식이다. 궁시렁거리며 남을 탓하고 깎아내리기 전에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해야 했다.
한준호는 교묘한 말로 아군을 헷갈리게 하고 분열케 했다. 선거철의 광인처럼 적군의 언어로 아군을 공격했다. 섯부른 중얼거림이 자신의 목을 옥죄는 줄도 모르고... 지난 3월 10일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장인수기자가 대통령 공소취소거래설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음모론이라며 애먼 김씨를 몰아붙였다. 장씨의 발언이 설익은 것을 맞지만 과민하고 과격한 반응이다. 사실판단에 관한 문제아닌가. 이제 무도하고 포악한 시절이 지나고 호시절이 찾아왔으니 바야흐로 권력자의 측근이라거나 소신파라는 이름으로 “튀는 자”들이 나올 때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려먹었다(我是他非)는 정신줄로 자신의 잇속을 탐하는 자들이다. 남에게 내어줄 줄을 모르는 소아병자들이다. 대의를 보지 못하고 대중의 값싼 입맛에 맞는 말을 마구 쏟아내는 자들이다.
곽상언의 언행이 위험한 까닭
곽상언은 지난해 9월 11일과 올해 3월 20일 YTN(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하여 신격화된 유투비 방송이 정치권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자신은 교주가 된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제사장정치 혹은 북한의 세습권력과 같은 유훈정치라 했다. 또한 노무현의 죽음을 정치도구로 이용해 먹는 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작 자신은 노무현 정신을 말하고 장인의 그늘을 즐기고 있으면서 남들에게는 노무현을 이용하지 말라니...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들리다가도 이것인지 저것인지 아리송하다.
누가 정교분리를 부정하는가? 누가 남의 죽음을 이용해먹는 일을 곱게 볼 것인가? 하나마나한 소리를 공자왈 맹자왈 하고 있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 비겁하게 모호함 뒤에 숨어 동지에게 화살을 쏘고 있다.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다지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김어준, 봉하마을에 검찰개혁을 보고하러 간 정청래, 민주당에 쓴소리를 던진 유시민을 겨누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가 딴주머니를 차고 있음이다.
김어준과 유시민이 살아온 길을 봐라
김어준의 <겸공>은 구독자가 2백만이 넘고 보통 20만명이 생방송을 시청한다. 지상파방송, 종합편성, 보도전문 등을 포함해도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말 한마디로 후원금 계좌를 채우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수 있는 영향력이다. 어떻게 김어준과 유시민이 그런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일까? 우선 방송과 신문이 수구기득권의 한 축이 되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언론이라 말하기도 부끄럽다. 시민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고 공공선을 향한 여론형성에 훼방을 놓았다. 둘째, 정치권, 권력기관, 사회단체가 주권자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 <겸공>의 성공은 TBS를 고사시킨 오세훈과 역겨운 구정물을 퍼나른 수구언론의 합작품이다. 세째, 김씨가 남보다 일찍 팟캐스트와 유투비를 받아들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뉴스 생산체제를 구축한 결과다. 수구언론과는 달리 인터넷시대의 환경변화에 아주 잘 적응했다.
물론 그들의 감각과 역량이 탁월했다. 어느날 갑자기 줄을 잘 서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피나는 노력으로 갈고 닦아 이뤄낸 성과물이다. 공空으로 얻는 횡재가 아니다. 그들은 잘생긴 것도, 키가 큰 것도, 목소리가 좋은 것도, 노래나 연기를 잘하는 것도, 학벌이 대단한 것도 아니다. 값비싼 장비로 도배하거나 거대한 조직을 거느린 것도 아니다. 그냥 얼굴과 몸이 아닌 내용으로 승부하여 기존 언론을 뛰어넘은 것이다. 사실을 밝히고, 합당한 논리를 다투고, 평범한 시민들의 눈에 맞추었다. 실수도 오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실과 상식이란 과녁을 향했다. 김씨가 툭툭 내뱉는 역설과 독설과 반어反語와 반말은 종종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허름한 주막집에서 깍뚜기와 함께 먹는 국밥이다. 양념덩이로 맛내거나 고상하게 멋부리지 않는다. 거칠지만 날것 그대로의 맛이다. 진국이다. 가식이 없다. 돈을 더 많이 벌어 포르쉐를 타고 다니겠다며 대놓고 앙탈을 부린다. 한마디로 그들의 말(책)이 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줬고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주었기 때문이다.
곽씨에 따르면 김어준은 상왕上王이나 교주가 되어 공천에 개입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낙인찍는다. 상왕의 말은 곧 진리이니 신앙처럼 떠받들어야 한다. 교주의 권위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다. 권씨 말이 정말 맞다면 김어준은 이재명을 불러들여(초대가 아니라) 원하는 검찰개혁을 교시하고, 정청래와 조국을 초치招致하여 합당을 지시하고, 선거구별 공천자를 불러줬을 것이다. 이것이 신정체제의 정치권력이다.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교주의 말에 어찌 감히 토를 달 것인가? 이 얼마나 고루固陋한 발상인가. 아직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윤건희 시대를 살고 있나? 국민을 개·돼지처럼 짓밟은 낭만을 추억하는가? 과연 심중에 광기어린 비상계엄을 가로막은 깨어있는 시민과 당원이 있기는 한건가? 그의 소신은 수구기득권을 향하고 있다.
김어준의 힘은 이성과 상식
곽씨는 수구세력을 끌어들여 진보든 보수든 유투비 정치권력은 피장파장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려했다. 하지만 어떻게 김어준과 전한길 따위를 등치시킨단 말인가? 기린과 똥파리를 비교하는 어리석음이다.
김어준과 유시민은 일방적으로 소식을 전달하고 훈계하기보다는 시민의 시각에서 말을 풀고 해석하고 뜻을 나누었다.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 시민사회의 합리성과 양식을 살찌웠다. 그들의 말(의견)을 강요하거나 무오류를 주장하지 않았다. 동의하고 말고는 시청자(독자)의 몫이다. 단지 그들의 말에 동의한 시민들이 많았을 뿐이다. 뜬금없는 막말, 기괴한 얘기, 가짜뉴스로 사람들을 현혹하여 잇속을 챙기는 자들과는 근본이 다르다. 만일 김씨가 이성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말을 계속한다면 그의 영향력을 봄눈처럼 사라질 것이다.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참고 들어줄 얼빠진 신도라면 애초에 구독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어준의 힘은 뒷배와 신앙이 아니라 이성(합리성)과 상식에서 나왔기 때문다.
권씨가 주장한 신격화된 유투버, 제사장 정치, 상왕정치(충정로 대통령) 등이 허무한 까닭이다. 적들이 원하는(듣기 좋아하는) 말폭력이다.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치사회활동을 종교활동(제정일치)으로 정의하고, 정교분리政敎分離에 따라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는 것 아닌가. 이재명은 많은 혐의로 기소되었으니 범죄자다, 그러니 선거에 나오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오래 전 흘러간 조중동의 논법이다. 곽씨가 과연 김어준의 방송과 발언을 제대로 보고 들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4월 4일자 <주간조선>은 권씨의 과격한 말이 어떻게 아군을 분열시키는지 잘 보여준다.
잇속이 없으니 순수하다
김어준과 유시민은 나쁜 수구기득권으로부터 핍박을 받았다. 요주의要注意 인물이었다. 걸핏하면 권력기관과 정적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지난 12.3 내란에서 체포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던 김씨는 살해되어 서해바다에 수장되었을 운명이었다. 유시민도 정청래도 젊은 시절 독재자에게 끌려가 한계상황을 경험했다. 한준호도 곽상언도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맞아죽을 일이 없으니(적의 경계대상이 아니니까) 세상이 무지개빛으로 보이는 것이다. 장인인 노무현이 각을 세었던 조선이 들어주고 잘 써주니 신나고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운가? 아직 세상살이가 짧은 탓일까?
수구기득권의 집요함과 음흉함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던 김어준은 눈꼽만치의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해 극도로 절제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주식도 건드리지 않고, 세무전문가에게도 흠을 잡히지 않게끔 세금처리를 했고, 전화나 메신저 등 기록이 남는 대화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여성과 단둘이 있는 자리를 피했다. 유씨도 비슷했으리라. 쉬운 일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도 아직까지 그들에게서 폭력, 사기, 탈세, 성비리 등을 찾아내지 못했다. 한계를 넘나들며 지독하게 살아온 최소주의 인생이다. 기댈 곳이 전무한 천출이기 때문에 돈을 먹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살았다는 이재명과 궤를 같이 한다.
이렇게 살아온 그들에게 잇속이 있다면 이성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이 걸어간 길이다. 어떻게든 국회의원이나 장관자리를 꿰어 찰 생각이 없다. 현안에 대한 이해와 진단을 돕고,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을 조언해주고, 소외받은 자들에게 홍보할 자리를 마련해주었지만, 정부나 기업에게서 돈을 받거나 당선자에게 삥을 뜯어내지 않았다(그랬다면 진즉에 검찰이나 경찰에게 물어뜯겨 사달이 났을 것이다). 독립성을 위해 <겸공>은 전혀 광고를 하지 않는다. 세속적인 잇속이 없으니 그들에게 권력이 다 무슨 소용인가. 후원금이든 감투든 잇속을 취하기 위해 혈안이 된 기회주의자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다.
여론조사 꽃은 김어준의 정화
특히 <여론조사 꽃>은 김어준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업적의 정화精華다. 여론조사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구기득권은 여론조사를 만지작거리면서 솔솔한 재미를 보았다. 김어준은 딴지마켓, 겸손공장 등으로 번 돈을 과감하게 투자하여 교과서에 가까운 여론조사를 수행하였다. 기존 여론조사기관과 차별화된 과학적인 조사방법(표본추출, 자료처리, 분석, 해석 등)과 압도적인 표본수로 여론조사의 기준을 세웠다. 그동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를 비교하면 <여론조사 꽃>의 정확도는 놀랍다. 정론正論의 꽃이다. 이제서야 우리 사회도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반갑기 그지없다. 게다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돈을 퍼부어 오염되지 않은 여론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 김어준의 기여가 참으로 높고 크다. 그 결과 이제 수구기득권세력은 온갖 꼼수로 여론을 조작하기 어렵게 되었다. <여론조사 꽃>이 그들의 기세를 무참히 꺾었다. 그만큼 수구기득권의 원성과 저주가 넓고도 깊다.
김어준과 유시민은 바람직한 운동가의 행적을 따르고 있다. 현실은 그들이 고유한 삶을 영위하도록 허락하지 않았고, 그래서 합리성과 상식에서 멀어진 현실을 바꾸고자 헌신했다. 시민사회가 어려울 때일수록 그들이 등판하여 상황을 헤쳐왔다. 그 대가로 오랫동안 협박과 비난을 받았지만 원망하지 않았다. 헌신의 대가로 감투를 탐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 바람직한 운동자는 개혁을 이룬 후에 “자신의 고유생활로 돌아갈지언정 운동을 통한 이득...을 바라지 않는 점에서 자기희생의 덕목을 지닌다”(1991: 26). 우리는 김어준과 유시민이 정말 귀한 줄을 알아야 한다.
돌과 가라지를 골라내는 법
곡식이 자라는 밭에는 돌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억지로 모든 돌을 제거하려면 힘이 많이 들고 오히려 흙의 물빠짐이 나빠진다. 물론 돌밭이 되지 않도록 과격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돌을 골라내야 한다. 곡식이 한참 클 때 돌을 골라내다가는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마테오복음 13절을 빌어 가라지(풀)를 없애는 방법을 적어본다(2008: 571).
집주인이 자기 밭에 좋은 밀씨를 뿌렸다. 원수(수구기득권)가 어느날 밤에 몰래 밀 가운데에 가라지(기회주의자)를 덧뿌리고 갔다.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가 되어서야 가라지들이 드러났다. ... 원수의 소행임을 안 집주인은 가라지를 거두어낼지를 묻는 머슴에게“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선거)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수확 때에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가차없이 처단하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말했다.
깨어있는 시민은 사소한 이견과 갈등을 인내하고 극복한다. 함부로 동지를 비난하지 않는다. 적들의 흉계에 경거망동하지 않고 차분히 지켜본다. 다만 심판의 날이 되면 못된 가라지를 표로 찍어낼 뿐이다.
같이 읽기
- 김범준. 2026. 故 노무현 사위 곽상언 "김어준은 교주, 유튜브 권력 스스로 신격화 시도". 주간조선. 2026년 4월 4일
- 김준우. 2026. 곽상언 "유시민, 故 노무현 자신의 이익 위해 활용...앞으로 제사장 정치 더 커질 것". YTN 뉴스정면승부. 2026년 3월 20일
- 김준우. 2025. 곽상언 작심발언 "격분하는 사람이 '유튜브 권력....과거 언론도 노골적 개입 안 해". YTN 뉴스정면승부. 2025년 9월 11일
인용: 박헌명. 2026. 과격하고 분열하는 돌과 가라지. <최소주의행정학> 11(5):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