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비열하고 비겁한 공직자들의 입놀림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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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의 파렴치한 입놀림이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시시비비를 따지기도 지친다. 그냥 깃털보다 가벼운 존재들의 발광發狂이 역겨울 뿐이다. 지식이나 법 문제가 아니다. 이념이나 종파 문제가 아니다. 멀쩡하게 생겨먹은 공복들에게 사람사는 세상의 경우를 기대하는 것이 왜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자괴감이 든다.

비열하고 비겁한 오세훈의 입놀림

GTX-A 삼성역 건설현장에서 80개 기둥 중 50개에서 주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갯수로는 2,500개, 무게로는 200톤에 가까운 철근이 기둥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지난 해 11월 10일 발주처인 서울시에 보고했는데, 서울시는 올해 4월 29일 철도공단과 국토부에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중대한 사안인지 사소한 문제인지, 시공이 잘못인지 감리가 잘못인지, 서울시가 보고를 안했는지 철도공단이 안했는지를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사물을 다루는 공학 문제를 두고 왜 다투는지 모르겠다. 법과 절차에 따라서 문서로 일을 하게 되어있는 관료조직에서 자초지종을 밝히지 않고 서로 네 탓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사실 그대로를 밝히면 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정말 황당한 것은 5월 18일 오세훈의 발언이다. 그는 이 사건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원리원칙대로 했고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아직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왜들 호들갑이냐는 식이다. 빼먹은 철근 대신 철판대기를 덧대면 안전보강이 훨씬 잘된다고 떠벌린다. “니 집을 그따위로 지어도 그런 소릴 할텐가?” 그 좋은 방법을 두고 왜 비싼 철근을 수백톤이나 박아넣으려고 했을까? 정말 사고라도 났으면 풍장치고 잔치라도 벌일 작정이었나? 시장이라는 자가 작년에 벌어진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선거철에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니... 아무것도 몰랐으니 심심한 위로라도 해주랴? 아님 표창장이나 훈장이라도 주랴?

지난 26일에는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가 무너져 세 명이 죽거나 다쳤다. 또 서울시, 철도공사, 국토교통부, 시공사,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직급이 높은 공무원일수록 명확하게 답을 하지 않고 말을 돌린다. 제일 어처구니없는 것은 해체작업을 추진했던 오세훈의 입놀림이다. “현재로서는 직무가 정지돼 있지만 현직 시장으로서 정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비참해서 울고 싶을 심정이니 손수건이라도 건네주랴?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그 비열한 말장난이다. 왜 깨끗하게 “시장으로서 사과드립니다”라는 그 한마디를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토를 다는가. 시장직무가 정지되어 있음을 내내 강조하면서 굳이 기어나와 시장질을 하는 얍삽함이여. 직무가 정지되었음에도 굳이 광화문 “받들어 총” 준공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는 잔머리여... 책임져야 할 자리에서 책임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고 폼내고 돈써서 생색내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소리다. 시민에 대한 봉사는 없고 오직 선거 승리만 있을 뿐이다. 공치사는 내 몫이고 절대 책임은 안진다는 오씨 특유의 정신줄이다. 다섯살박이에서 성장을 멈춘 늙은 어린이의 소아병인가.

송언석, 정용진, 정몽규의 입놀림

야당 원내대표인 송언석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에 가지 않았는데, “나는 더러버서 (광주에) 안간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송씨는 더러워서가 아니라 “서러워서”라고 했다고 둘러댔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덮기 위해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우격다짐을 벌였다.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며 우기면서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법사슬에 옭아맨 짓거리 그대로다. “서러워서”나 “날리면”이나 말이 안되는 줄 알면서도 기득권의 힘만 믿고 밀어붙인다. 부적절한 입놀림은 실언이겠지만 왜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지 못하는가? 제1야당 원내대표의 처신이라니...

지난 26일에는 신세계 회장 정용진(공직자는 아니지만)이 나와 스타벅스의 “탱크탁” 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다. 사과를 한다고 나왔으나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그래서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이 무슨 궤변인가. 누군가가 좋은 미래를 위해서 정씨를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그 생각을 존중하여 암살을 받아들이겠는가? 2024년 11월 7일 윤석열이 대국민담화에서 국정농단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사과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항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말하지 않았다. “니들이 하도 징징대니까 대인인 내가 큰 맘먹고 사과해주는 거야. 더 바라지 말고 먹고 떨어져...” 판박이다. 망둥이가 뛰니 꼴두기도 뛴다고 했던가. 며칠 전 29일 축구협회장 정몽규가 월드컵이 끝난 뒤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논란과 비판은 부덕의 소치이며 대표팀을 지원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다. 명백한 불법임을 법원이 판결했는데 무슨 뚱단지인가. 또 자신과 감독이 최대 걸림돌인데 무슨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번 월드컵까지 확실하게 발목을 잡아 말아먹겠다는 소린가?(똥차 회장과 감독만 없어져도 아무리 못해도 8강은 노릴 전력 아닌가?) 자리는 달라도 이 자들의 언행에는 참으로 일관성이 있다. “내 책임이 아니라 다 니들 책임이야, 찌질이 아랫것들아!”

책임을 지우는 방법은 유권자의 몫이다

공동의 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협력한다. 조직의 행정이다. 혼자서 못하는 일을 합리적으로 나누고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 협력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도록 규칙(법)과 절차를 만든다. 계서제(hierarchy)에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만큼 권한을 부여한다. 권한은 어디까지나 일을 잘하기 위하여 부여하는 것이지 특권이 아니다. 당연하게 권한(예산)에 비례하여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A]uthority be commensurate with responsibility.” (Simon et al., 2010, p. 215).

오씨 등은 권한만 내세웠지 책임을 감내하지 않았다. 유권자가 원하는 가치(예컨대, 안전과 복지)가 아닌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데 몰두했다. 그래서 일이 제대로 안되고 망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한덕수, 한동훈 추경호, 최상목, 조태용, 심우정, 조희대 등 고위 공무원(정당지도자)과 계엄군 장교들의 무책임한 입놀림을 참담하게 바라본 까닭이다. 국민이 너희에게 부여한 권한의 무게를 알고는 있는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라고 총리, 장관, 시장, 장군 딱지를 달아줬는데 감히 국민을 배신하다니... 즉각 비상계엄이 불법임을 명백하게 말하고 반란군을 진압하기는 커녕 반란군에 편에 서서 거짓말로 주권자를 농락하고 있으니 참담할 뿐이다. 일반 시민들도 직감으로 아는 반란을 공직을 맡은 자들이 법원을 들먹이며 얼버무리는 비루함이라니...

공직자의 책임은 공식적으로 법원(judicial controls), 입법(accountability to the legislature), 계서제(hierarchical controls)를 통해 묻게 되어 있으나, 어느 것도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Simon et al., 2010). 결국은 유권자의 몫이다. “투표할 때마다 유권자의 의식수준이 논의되는 것도 다 교묘한 말에 속아 도끼자루할 것을 나무꾼에게 내주지 말라는 이야기다”(2001: 139). 정파에 영혼을 털리고 달콤한 말장난에 놀아나면 공무는 망가지고 예산은 거덜나고 공기관은 무너진다. 민생은 파탄나고 일상은 괴로움의 연속이다. 걸어가다 갑자기 땅이 꺼지거나 돌벼락을 맞아도 하소연할 수 없다. 언제 무너진 건물 밑에 깔려 헐덕거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못된 나무꾼은 밑도 끝도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로 대중을 한없이 타락시킨다. 사리분별이 모호해지고 선악이 뒤바뀌면 퇴화된 사람과 짐승의 구분이 없어진다. 야만의 아귀다툼만이 남을 뿐이다. 그때까서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그러니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망각하고 입을 함부로 놀린 머슴들은 가차없이 끌어내려 멍석에 말아야 한다. 주권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권한을 멋대로 사용한 대가를 처절하게 물어야 한다. 권한에 비례한 책임을 모면할 길이 없음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강택시와 한강버스에서 돈 뿌리는 재미를 봤으니 한강자전거, 한강스쿠터, 한강잠수열차, 한강잠수헬기, 한강스노우보드 등 온갖 헤괴한 짓거리를 반복할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못된 머슴에게 총칼을 쥐어 줬으니 어쩌겠는가. 머슴보다 게으르고 어리석은 주인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주사酒邪와 주술呪術에 미쳐 날뛴 비상계엄을 힘겹게 멈추어 세웠으나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Sojeong

참고문헌

인용: 박헌명. 2026. 비열하고 비겁한 공직자들의 입놀림. <최소주의행정학> 11(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