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홍명보와 노태악의 강 건너 불구경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11

7

 
2
0
2
6

7

월드컵 축구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대 0으로 패했다. 그냥 참패가 아니라 6.25 몬테레이 참사라 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좋은 선수들이 출전했는데 최약체라고 알려진 선수단에게 역대급 졸전 끝에 무너진 것이다. 비기기만 했어도 32강 아니었던가. 이제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판이니 너나없이 분노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 축구를 했던 사람도, 국가대표로 나섰던 사람들도 날선 비난이다. 경기가 끝난 후 땅을 치며 분을 삭이는 이강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홍명보는 정몽규와 함께 월드컵을 확실하게 말아먹은 것이다. 그 어려운 사명을 완수한 불굴의 집념이 대단하다. 이번 월드컵이 낳은 스타는 매시도 호날두도 손흥민도 아닌 홍명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이 없고 영혼이 없는 홍명보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축구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 수비수가 세 명이어야 하는지 네 명이 나은지 잘 모르겠다.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써야 하는지 최전방 공격수로 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경기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있다. 경기에 지더라도 멋있는 기량과 끝까지 경기에 집중하는 투지를 보고 싶다. 보는 사람이 즐겁도록 축구를 하는 손흥민을 좋아하는 이유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는 한국 선수단의 경기를 하나도 보지 않았다. 유투비에 올려진 짧은 요약본을 힐끔 봤을 뿐이다. 우리 선수단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으면서도 기대하는 바가 없었다.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기 싫었다. 축구단을 운영하는 자들의 행태에 진저리가 났다. 문체부의 감사에서 드러난 축구협회의 불법탈법은 거침없고 오색찬란했다. 그 활극의 주인공이 정몽규와 홍명보와 그 패거리들이다.

홍명보는 이기든 지든 재미없고 짜증나는 축구를 보여줬다. 전략 전술이란 것이 상대와 상황에 따라서 변화해야 하는데 늘 똑같다. 전진하지 못하고 공을 뒤로 돌리다 허무하게 골을 먹는다. 상대 골대에 공을 넣어야 이길 것 아닌가. 축구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지. 훌쩍 큰 선수들에게 땅꼬마 옷을 입혀 옥죄고, 다양한 재능을 해묵은 다식판에 넣고 찍어내는 모양새다. 정상급 선수를 구닥다리 기계틀에 소모품처럼 돌려쓰면서 갈아넣고 있다. 한마디로 답이 없다. 사람들은 “(니가 좀) 해줘” 축구라고 했다. 게다가 선수를 편애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인맥 축구”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홀대하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메시인들 멀쩡하겠는가? 고대나 울산 출신이 그리 대단한가? 정말 대단한 성골 뼉대기 나셨다. 이건 축구가 아니라 정치질이다.

홍명보의 강 건너 불구경에 좌절하다

홍명보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듣고 탄식했다. 머리굵은 인간이 개과천선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구나. 자신을 버렸고 이제 한국 축구밖에 없다더니 홍명보는 사실 영혼을 버렸구나.

감독이라는 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연스레 말을 한다. “[한국 경기에 대한] 외신의 혹평은 뭐 정확하겠죠.” “저희가 [경기를 더]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이라니, 지금 남 얘기를 하고 있는가? 유체이탈幽體離脫이다. “왜 갑자기 [경기력이 나빠졌는지]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예요.” 선수단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 심리적인 상태, 더운 날씨를 들먹였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면서 남의 탓으로 돌리는 감독이라니. 깜냥이 안되는 자다. 본인이 암덩어리임을 모르고 횡설수설이다.

홍명보는 경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고 했다. 공자왈 맹자왈같이 하나마나한 소리다. 하지만 그 책임을 언제 어떻게 질 것인가를 말하지 않았다. “저희가 어느 그룹에 갈지는 모르겠지만은... 더 중요한 건 선수들이 지금 얼마만큼 회복을 할 수 있느냐... 지금까지 쭉 해왔던 거를 갑자기 ... 바꾸는 것도 ... 별로 좋은 건 아니라고...” 혹평이나 비난이 빗발치든 말든 끝까지 지금 하던 그 방식대로 쭈욱 가겠다는 소리다. 요행으로 승자진출전에 나간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안봐도 비디오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이 말한 책임이란 그저 입발림일 뿐이다.

선거업무를 모르는 선거관리위원장 노태악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부정선거에 홀린 자들이 잠실 개표소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여야는 물론이고 시민단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성토하고 있다. 많은 직원들이 선거철만 되면 휴직을 하고 일반 공무원들에게 일을 떠넘겼다. 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 출근하고 수백만 원 수당을 챙겼고, 전국 17개 시도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선거당일 선거관리위원 두 명만 출근을 했다. 채용비리도 벌어졌다. 헌법기관이라면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해왔던 것인가.

선거관리위원회가 집중포화를 맞는 차에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책임을 진다며 사퇴했다. 노태악을 포함한 주요 간부들은 국정조사에 출석을 거부하거나 지각했다. 국정조사에서 보인 노태악의 자세와 태도는 충격 그 자체였다. 최악이다. 대법관과 위원장을 겸직했다는 자가 천하 태평이다. 사태파악을 못한 것인지 자기일인줄 몰랐다는 소린지... 선거관리 업무를 따져 물어도 아는 것이 없다. 눈만 꿈뻑이며 아랫사람이 답하기를 기다린다. 배우자를 출장에 동행시킨 것도 아래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 아는 것이 없으니 답할 것도 없고 책임질 것도 없다는 투다. 과분한 특혜를 우아하게 받아먹으면서 아랫 것들이 해먹는 것을 못본 척한 것이다.

수구기득권의 민낯이다. 성골이네 진골이네 폼을 잡지만 하는 짓은 양아치보다 못하다. 끼리끼리 해먹는 것은 축구협회나 선거관리위원회나 다를 바 없다. 실력도, 양심도, 품격도 없는 자들이다. 예술성이나 창의성과 원수진 “푸세식”들이다. 공공의 일을 모르면서, 일을 못하면서, 일을 안하면서 자리를 뭉개면서 꿀만 빨고 있다. 상식있는 일반인이 협회장을 하고 감독을 하고 위원장을 했어도 이 지경은 면했을 것이다. 주적이 있다면 바로 이들 패거리들이다. 수많은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었으니 즐거움을 얻지 못해 비난하는 것(不得而非其上者)이 아니다. 자리에 있으면서 여민동락與民同樂을 못했으니 이제 혹독한 처분을 달게 받으시라. Sojeong

인용: 박헌명. 2026. 홍명보와 노태악의 강 건너 불구경. <최소주의행정학> 11(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