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조동진의 <제비꽃>에서 초월윤리를 읽다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제
11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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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월

바야흐로 악인들의 전성시대다. 나쁜 자들이 여기저기 들쑤시며 행패와 추태를 부리고 있다. 밖으로는 생뚱맞게 전쟁을 벌여 몇년 째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안에서는 혼자 자기 몫을 챙겨 제목구녕에 쑤셔넣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내란편에 선 수구기득권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중도와 진보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다.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 이젠 인터넷 매체를 보는 것도 짜증이 난다.

<제비꽃>으로 읽는 초월윤리

가슴아픈 것은 죄없는 한글과 말이 난데없는 수난을 당한다는 점이다. 마음을 정화하고 감동을 주는 말과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 말은 가시가 돋아 있고 글은 독이 묻어 있다. 말폭탄에 혼비백산하고 글지뢰를 밟고 공포에 떤다. 너도 나도 앞다투어 더 세게 몰아친다. 봐서 괴롭고 들어서 화가 난다. 그냥 옆에 있다는 죄로도 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말과 글이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서운 시절이다.

요즘 소정 선생님의 초월윤리를 어떻게 쉽게 설명할까 고민하고 있다. 거창한 이론이나 모델로 풀어보는 일은 별 소용이 없다. 비폭력, 개인윤리, 사회윤리, 자기희생이라는 덕목 자체가 추상적이고 혼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오래 전 초월윤리를 처음 들으면서 금새 조동진의 <제비꽃>을 떠올렸다. 많은 위로를 받았던 이 노랫 가사가 초월윤리의 취지를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초월윤리의 사회윤리에 대응되는 한 가지 연이 빠졌다는 것이다. 계절로 치면 봄(소년기), 여름(청년기), 겨울(노년기)에서 가을(중장년기)이 빠져 있다. 과거, 현재, 영원은 있으나 꿈을 말하는 연이 비어 있다. 하여 자기희생에 해당하는 마지막 연 앞에 사회윤리에 해당하는 연을 다음과 같이 추가하여 보았다.

제비꽃 (증보판)
* 원가사: 저작권자 조동진의 제비꽃(1985)
** 가사증보: […]로 표시된 세번째 연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언젠가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지긋이 따스했고
뒷뜰엔 곱달빛 너의 숨결은 그윽이 속삭였지
아주 오래 향기로 머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첫번째 연은 싱그러운 봄이다. 제비꽃같은 작은 소녀는 조심스레 꿈을 키운다. 비폭력이다. 새로 나온 순이 욕심이 지나쳐 무리하게 성장하려다가는 봄눈에 얼어죽고 만다. 이런 시간은 과거의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두번째는 비바람을 맞고 뙤약볕 아래서 힘겹게 일하는 여름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취직을 하고 돈을 버는 시기다. 개인윤리다. 치열하게 현재를 사는 한숨의 시기다. 세번째는 성장의 과실을 만끽하면서 이웃과 나누는 가을이다. 사회윤리다. 여유롭고 우아하게 즐기는 미래를 말한다. 마지막은 가진 것뿐만 아니라 자신마저도 버리고 영원을 향하는 겨울이다. 자기희생이다. 욕심도 고집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감동의 시간이다. 이런 해석은 어쩌면 “꿈보다 해몽”일는지 모른다.1)

조동진의 가사가 그저 수수하고 담백하여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멋스럽지 않은 멋이 이 시인 음악가의 매력이다. 초월윤리를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영어로 번역해 보았다. 언어의 특성을 활용하여 한글 싯구절에 숨어있는 뜻을 나름대로 살려보았다. 원곡의 아름다움과 진한 여운을 해치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Violet (with an inspired poetic sequel interpolated)
* Original lyrics and music by © 1985 Cho, Dong-jin.2)

When I first met you, you were a little girl,
a violet in your hair, and you beamed and told me,
“I long to fly far away, like a bird.”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When I met you again, you had grown so honestly worn,
a bead of sweat on your brow, and, with a faint smile, you sighed,
“Even the smallest things move me to tears.”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When I saw you one day, you looked so gracefully warm,
the lovely moonlight over the garden, and you breathed words of reverence,
“I long to linger on as your scent.”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When I saw you for the last time, you looked so peaceful,
a wistful gaze far beyond the window, and, with a serene smile, you whispered,
“I wish to remain awake even in the deepest night.”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mm

동지를 밟지 말고 크게 품어라

요즘 “당정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면 한심하다. 꼭 해야 할 말이 아닌 것을, 사실이 아닌 것을, 사리에 맞는 말도 아닌 것, 모르는 것을 마구 쏟아내 사달을 낸다. 무조건 남을 찍어 눌러 해치는 말이다. 남의 말을 곱씹어 듣지 않고 아전인수로 해석하여 반격한다. 듣기만 해도 노여움을 부르고 폐부를 찌른다. 거칠고 아프고 흉악하다. 한마디 한마디가 포탄이 되고 미사일이 되어 공방을 불달군다. 그 자체로 폭력이다. 악순환은 끝간 데 없다.

아마도 이런 목불인견目不忍見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내가 언젠가 너를 보았을 때 너는 곱게 도도했고, 뒷뜰엔 곱달빛 너는 웃으며 섬찟 속삭였지, “아주 오래 왕처럼 누리고 싶어”]. 기회주의 인간들의 타락이 이렇게 끔찍하다.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는 나몰라 하고 공과 누릴 것만을 찾아 물불 안가리는 탐욕의 화신들 아닌가. 나는 이렇게 번역하고 싶다. [When I saw you one day, you looked so gracefully aloof, the lovely moonlight over the garden, and, smiling, you breathed words of chill, “I long to reign for ages, like a king.”]

포악한 매국정권 아래서 비폭력으로 맞서 싸운 동지다(1연). 폭파되고 수장될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친위반란을 막아선 전우다. 내란을 옹호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수구기득권의 발악을 이겨내고 정권을 되찾은 동무다. 엄혹한 현실을 함께 손잡고 극복해온 동행이자 길동무 아닌가. 살아남았다는 것만 해도 서로 눈물이 나오는 혈육같은 동료 아닌가(2연). 이제 좀 숨쉬고 살 만하게 되었다 해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차갑게 등돌리는 짓은 배신이다. 우아하게 웃고 있지만 기회를 잡은 뒤 섬뜩하게 자신의 야욕을 노골적으로 귀에 속삭인다. 피땀으로 일을 도모했던 동지의 등에 칼을 꽂고서 죽어가는 벗을 끝까지 능욕하는 짓이다.

참으로 비열하고 음흉한 기회주의자의 모습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수구기득권을 극복했지만 그들이 내세운 대안은 주체만 바뀌었을 뿐 수구기득권과 다를 바 없다. 모든 공을 취하고 끝까지 자기만 해먹게다는 것이다. 나만 존재할 뿐 정적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지고 뭐고 정당한 싸움도 아닌 죽느냐 사느냐의 이전투구일 뿐이다. 간디(1948/1983)는 동료를 천대하는 것으로 자신이 높아진 듯 여기는 속내를 알 수 없다고 한탄했다(p. 135). 대의명분에 투철하지 않은 무장혁명이 대개 실패로 끝나는 이유다. 애초부터 자신을 희생하는 개혁이 아니라 서로가 권력을 탐했기 때문이다.

꼭 할 말만 공손히 하라

비폭력, 개인윤리, 사회윤리, 자기희생으로 자신을 초월한 자들은 차마 동지에게 등을 돌릴 수가 없다. 온갖 고난을 이겨낸 흔적은 가릴 수 없으나 그 무게만큼 여유가 있고 따스하다.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에 대한 존경, 감사, 사랑의 마음을 그윽하게 흘릴 뿐이다. 이심전심이다. 얼마나 은근하고 진한 마음인가. 내가 잘난 향기가 아니라 동지의 향기(헌신)를 잊지 않고 오래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다. 아끼는 연인이든 눈물나는 동료든 가까운 이웃이든 근본적으로 다를 수 없다. 이것이 사회윤리다.

설령 동지에게 흠이 있다 해도 함부로 모질게 비난하지 않는다. 동지가 실수를 했거나 서운케 했어도 넓게 품는다. 최근 악동뮤지션(악뮤)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을 들었는데,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어린 젊은이도 아는 상식을 왜 나이 먹은 자들이 외면하는 것인지...

동지가 좀 틀렸다 해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맘에 들지 않는다 해도 대역죄인처럼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것 조차도 자신의 생각이지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비판을 둘러싼 부질없는 공방이 불편한 까닭이다. 진정한 동지라면 오히려 따스하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확인하고 뜻을 물었을 것이다. 설령 뜻이 다름을 확인했다 해도 비열하게 비수를 꽂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고 품격있는 이별을 선택할 것이다. 너의 향기가 곧 자신의 향기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품은 대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 지난 수개월을 이어온 말전쟁은 사실 길거리 건달들도 갖고 있는 품격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다. 마약에 취한 양아치들이 마구잡이로 벌이는 난동에 가깝다. 꼭 할 말이 아닌 시궁 물을 사방에 뿌려대 너죽고 나죽자는 어리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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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차라리 침묵하라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전당대회의 본질입니다.” 유시민에게 화내지 않는 것이 반명이고 분열주의인가? 신천지가 당에 개입했는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가? 누가 반명인지, 누가 분열주의자인지, 누가 신천지인지, 그래서 그들이 언제 어디서 연합을 했는지 밝힐 수 있는가? 근거를 대지도 못하고, 사실인지도 모르는 것을 떠벌려 평지풍파를 일으키다니... 자해다. 오직 정적을 꺾고 자리를 취하려는 자의 저열한 수작일 뿐이다. 정적을 무차별로 깎아내리는 자들의 탐욕은 나라를 불태울 지경이다.

대개 빨갱이인지를 묻는 자들이 빨갱이들(나라를 말아먹는 매국노)이다. 주적이 누구인지를 묻는 놈들이 나라를 좀먹는 주적이다. 마찬가지로 친명인지 반명인지 묻는 놈들이 주적이다. 다음에는 친석인지 반석인지로 아군을 찢어발길 것이다. 분열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바로 분열로 이득을 얻는 분열주의자들이다. 다 쓸데없는 소리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면 대통령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소리도 매한가지다. 수구기득권의 말이다. 발언이 맞는지 틀리는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방귀뀐 권력자에게 “각하, 시원하시겠습니까?”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것 아닌가. 그 꼬라지가 진저리나서 개혁하자는 것인데, 결국 똑같은 짓은 한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틀리거나 나쁜 말을 하면 도시락이라도 싸들고 다니며 묻고 비판하고, 그것으로 안되면 멱살잡이라도 해야 한다. 주권자의 권리다. 이것이 허용되지 않으면 윤석열이고 독재가 된다.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니다. 완전히 반란이 진압된 듯하지만 내란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이재명 정부를 흔들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수구기득권은 얼마전 경상도 본진에서 막무가내 화근들을 불러들여 요즘 독무대 막장을 연일 벌이고 있다. 싸구려 모리배들의 엽기행각에 애꿎은 선량들만 고통받고 있다.

꼭 할 말만 해라. 근거 있는 말만 해라. 가시를 뽑고 독을 씻은 뒤 조심스레 말하라. 사실이나 진위를 잘 모르면 입을 닫고 남의 얘기부터 경청하라. 주워들은 얘기를 함부로 빼고 더하고 비틀어 옮기지 말라. 이도 저도 잘 모르겠거든 그냥 침묵하라. 꾹 참아라. 최소한의 비폭력이다. So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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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주

1) 소정 선생님은 한 제자의 혼례에 참석하셔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Park, 2015). 봄에는 청춘남녀가 만나 꼭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 결혼 후에 다른 남자나 여자에게 눈을 돌리면 약속 위반이다. 여름에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열심히 사랑해서 자식을 낳아야 한다. 단, 정당한 세금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가을에는 땀흘려 키운 과실을 수확하여 여유롭게 즐긴다. 단, 성취를 혼자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했던 이웃과 나눈다. 존경과 감사와 사랑을 담아 보답한다. 마지막 겨울은 자기 몫은 물론 자기 자신을 버린다. 나무가 끝까지 잎새들을 붙들고 있으면 눈보라에 시달린다.

2) This version was translated and augmented by Hun Myoung Park, who was inspired by the original masterpiece. The stanza enclosed in brackets [...] is an independent poetic interpolation written by the translator.

참고문헌

같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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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박헌명. 2026. 조동진의 <제비꽃>에서 초월윤리를 읽다. <최소주의행정학> 11(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