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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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의 1984년과 윤석열의 2022년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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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Orwell의 소설 <Nineteen Eighty-Four>는 사람의 행동과 생각은 물론 영혼까지 통제하는 큰놈(Big Brother, B-B) 체제에서 인간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다. 집사람과 별거중인 39세 Winston Smith는 진실성(Ministry of Truth)의 기록부(Records Department)에서 당의 지침에 따라 과거를 완벽하게 날조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진실은 소각되고 언어는 파괴되는 1984년

전지전능인 큰놈은 항상 옳고 항상 성공하고 항상 승리해야 한다. 큰놈의 언행이 과거 행적과 다르면 책이나 잡지나 신문 등에 적힌 원래의 사실과 그림과 숫자를 폐기하고 현재의 것으로 바꿔치기 한다. 단순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억소각통(memory hole)에 넣어 완전히 삭제해버린다(42쪽). 큰놈 체제를 위해 과거를 날조하고 왜곡하는 현실통제(reality control)는 끊임없이 사람의 기억을 무너뜨린다(37쪽). 승리한 거짓말은 역사가 되고 진실이 된다.

큰놈은 곳곳에 모니터(telescreen)와 마이크(microphone)를 설치하여 사람들의 언행을 감시한다. 잠자지 않는 눈과 귀다(174쪽). 사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범죄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뒤바뀐 사실에 의심을 품는 것은 사상범죄(thoughtcrime)다. 큰놈의 언행에 대해 걱정과 불편을 내비치면 표정범죄(facecrime)다(65쪽). 순결은 당에 대한 충성이고 성행위는 반란이고 욕정欲情은 그 자체로 사상범죄다(71쪽). 중앙정보부에 해당하는 애정성(Ministry of Love)과 사상경찰(Thought Police)은 큰놈에게 위험한 자들을 감시하고 여차하면 잡아다가 매질을 하여 물고物故를 내거나 영혼까지 완전히 개조시킨다.

결국 사람들은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외톨이로 살면서 아무 생각없이 각자에게 주어진 일만을 하고 주어진 정보와 노래만 듣고 주어진 음식만을 먹고 주어진 놀이만을 해야 한다. 연구부(Research Department)에서는 새말사전(Newspeak Dictionary)을 만들어 단어를 파괴하고 언어의 표현감을 잘라낸다(54쪽). 단어를 줄이고 단순화함으로써 생각할 범위를 줄인다(55쪽). 언어의 환원이다. 큰놈은 궁극적으로 모든 개념을 한 단어로 표현하도록 하여, 말하자면 사상범죄라는 말조차 존재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2022년 윤석열은 윈스턴인가? 큰놈인가?

윤석열씨의 언행을 보면 스스로 큰놈이라도 된 듯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진실이고 무슨 짓을 해도 공정과 정의라는 투다. 덩치값도 못하는 검사질이다. 사실이 어찌되었든 검사가 기소하면 죄가 있는 것이고 안하면 죄가 없는 것이다. 김학의는 화질이 선명한 동영상이 나와도 무조건 무죄여야 하고 한명숙은 물증없이 진술이 오락가락해도 반드시 유죄여야 한다.

윤씨가 사고(말실수)를 치면 검은옷들이 일사불란하게 사실을 뒤집고 왜곡하여 진실로 둔갑시킨다. 언어공작이다. 소정은 이런 자들을 수구기득권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진실의 자가발전소라고 했다(1991: 90). “이 새끼”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 국회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다. 이태원 참사가 아니라 사고이고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다. 이렇게 먹이를 흘려주면 수구세력(언론)이 물어다가 방방곡곡에 떠벌린다. 진실을 의심하는 자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빨갱이라 짖어댄다. 입다물라는 협박이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하고,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37쪽). 결국 권력잡은 놈이 다 해먹는다는 소리다.

윤씨는 “전쟁은 평화, 자유는 노예, 무지는 힘(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 Ignorance is strength)”이라는 큰놈의 기치에 충실한 듯하다. 평화를 말하면서 대책도 없이 강대강이다. 어찌 원점타격을 하고 전술핵을 배치한단 말인가? 허구헌날 자유를 들먹이지만 정적의 자유는 없다. 당원이 아닌 노동자는 그저 포르노와 복권(lottery)이나 즐기는 개돼지다. “Proles and animals are free”(75쪽). 물에 빠져 죽든 압사당하든 무슨 대수인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패기가 솟구쳐 좌고우면하지 않고 폭주한다. 정치, 외교, 국방, 경제, 문화가 폭싹 망해도 무지의 힘은 죽을 줄을 모른다.

윤씨는 윈스턴처럼 의심이 많아서인지 측근에만 의지한다. 윤씨의 언행에 맞추는 그들의 현실통제는 반성을 불가능하게 한다. 윈스턴의 1984년을 살고 있다. 답이 없다. 어쩌면 그는 지금 공상의 여인 “유지”를 만나 마지막 자유를 불사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윈스턴처럼 큰형님(백성)에게 끌려가 영혼까지 털릴 운명인 것을...

줄리아는 줄리의 초상인가?

윈스턴의 애인은 공상부(Fiction Department)에서 일한다. 26세 싱싱한 그녀는 포르노부서(Pornsec)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싸구려 포르노물 책자를 만들다가 이제는 소설기계(novel-writing machine)로 허접한 얘기를 쓰고 있다(136-137쪽). 당의 지시니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관심 밖이다. 그녀는 똑똑하지도 않다. 과거와 현재, 사실과 진실에 관심이 없다. 큰놈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고 믿지도 않지만, 어차피 실패로 끝날 반란은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한다(138쪽). 인생은 단순히 쾌락을 즐기는 것이라고 믿는다. 16세때 60세 노인과 첫경험을 한 후 당원들과 수십 차례 성관계를 맺는다. 이런 행위까지 간섭하고 처벌하는 당과 법을 저주할 뿐이다.

세간에 알려진 줄리도 비슷하다. 젊고 당돌한 미술전공자로서 박사학위로 강의까지 했댄다. 최근 예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아름답지는 않다. 똑똑하거나 재능이 있지도 않다. 알만한 작품도 없고, 요란하게 기획사를 운영하지만 실속은 없다. 학위 논문은 남의 것을 베낀 것이고 영어도 한자도 처참한 수준이다. 이력을 돋보이게 날조했지만 금방 탄로날 만큼 허당이다. 엄마와 함께 부동산과 주식으로 부당한 수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도 줄리는 귀신처럼 수사와 기소를 피해왔다. 학생 때부터 유흥업소에 나가 힘깨나 쓰는 늙은 남자(검사)들과 어울려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소문이다. 천박하나 특유의 요설로 뒷배를 갈아타면서 돈과 권력을 탐했다. 참으로 화려한 인생이다. 줄리는 윈스턴의 여인처럼 영화같은 애정행각에도 아이를 갖지 못했다. 윈스턴이 사랑하고 끝내 배신한 여인의 이름이 바로 줄리아(Julia)였다. Sojeong

참고문헌

인용: 박헌명. 2022. 윈스턴의 1984년과 윤석열의 2022년. <최소주의행정학> 7(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