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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을 비웃는 '핼러윈'들의 주책바가지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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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방문했던 156명이 좁은 골목에서 뒤엉키면서 압사당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거의 본능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떠올렸다. 사흘 동안 대통령 윤석열, 국무총리 한덕수,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경찰청장 윤희근, 서울경찰청장 김광호, 서울시장 오세훈, 용산구청장 박희영 등의 발언을 들으면서 탄식했다. 또다시 무지하고 무책임한 자들이 앞길이 구만리같은 청춘들을 죽였다.

일반적으로 남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것은 점잖치 못하다. 유치한 말장난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의 망언과 희언을 들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참으로 비열하고, 한심하고, 이상하고, 희한하고, 철딱서니없는 자들이다. 참사 동영상을 보지도 못할만큼 참담한 마음인데,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 혀를 차다가 이제는 화가 치민다.

이상민과 윤희근의 주책바가지

이상민씨는 30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은 아니고 ...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날에는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진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을 지휘하고 통제하기 위해 경찰국이 필요하다던 자가 이제 와서 장관은 책임이 없다니 정신분열증인가?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닥치고 있으라고? 그 발언 자체가 음흉한 정치질이다. 참사는 물론 그 조사까지도 따져봐야 한다.

주요 공직자와 경찰 지휘부는 주최자가 없어서, 관련 규정이 없어서 참사를 막지 못했다고 강변했다. 대통령실은 31일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은 없다”고 했다. 그럼 성탄절에는 왜 경찰이 설치고 다녔나? 예수나 산타클로스라도 강림했나? 윤희근씨도 1일 “주최자 없는 자발적 다중 운집 상황에 대한 경찰 또는 지자체 등의 권한·역할·책임에 대해 많은 의견과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다들 검사, 판사, 경찰 해먹기 위해 헌법·행정법을 마르고 닳도록 공부했던 자들 아닌가. 경찰警察 자체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인데 대체 뭔 소리를 하는가. 주최자가 없어서라고? 한 터럭의 염치도 없는 주책바가지다.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의 궤변

오세훈씨는 정책탐방을 한답시고 21일부터 10일 일정으로 유럽을 돌고 있었다. 30일 급히 귀국한 오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얼버무렸다. 전자우편도 휴대폰도 끊고 휴가를 즐겼나? 실시간 확인은 커녕 사후 보고도 못받았단 말인가? 오씨는 1일 나타나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울먹이고 눈물까지 훔쳤다. 시장이 시민에게 사과하는데 무슨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가? 면피용 생쇼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사죄한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책임소재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조사해 봤자 자신의 형사책임은 없다는 소리다.

31일 조문에 나선 용산구청장 박희영씨의 망발은 더 주옥같다.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고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습니다 ... 이건 축제가 아닙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 그냥 할로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되겠죠.” 이게 과연 공직자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공직이 무엇인지 자기 책임이 무엇인지 전혀 감(개념)이 없는 자 아닌가. 뒷배인 지역구 의원 권영세씨는 몸사리고 침묵중이다.

윤석열과 한덕수의 횡설수설

1일 등판한 윤석열씨는 무식의 나래를 펼쳤다. “드론 등 첨단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해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해야 ... 이번 대형 참사가 발생한 이면도로뿐만 아니라 군중이 운집하는 경기장, 공연장 등에 대해서도 확실한 인파 관리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9월 태풍이 지나간 뒤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기억이나 하는지. 뭔 일만 터지만 되든 말든 습관적으로 하는 소리다.

같은 날 한덕수씨도 거들었다. 외신기자들에게 “이태원 참사는 이른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라는 인파 사고의 관리 통제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아직 인파 관리 또는 군중 관리라고 하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개발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누가 써줬는지 모르겠지만 윤씨와 한씨 모두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굳이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를 반복하는 모습은 궁색함 자체다. 참사를 말하는 자리에서 실실거리며 어설픈 영어로 농담을 던지는 여유라니... 총리는 영어로 말하고 통역은 한국어로 말하는 황당함이여... 이를 어찌 사람이라 하겠는가.

참사 책임자들은 하나같이 제도 탓을 하고 기술 탓을 했다. 법이 없고, 규정이 없고, 매뉴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휴가철이나 연말연시 해돋이에는 매년 참사가 반복되었어야 했다. 아니면 경찰과 소방서가 권한도 없으면서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소리다. 결론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둘러댄 거짓말이다. 매뉴얼만 해도 너무 많아서 못찾을 지경이다. 드론이 없고, GIS가 없고, CCTV가 없어서 이런 참사가 난 것이 아니다. 당시 CCTV는 참사현장을 비추고 있었지만 담당자는 딴짓을 하고 있었다. 문정부에서 1조 5천억 예산을 쏟아부은 재난안전통신망은 제대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이런 데도 무슨 얼어죽을 기술 타령인가.

영정·위패 생략? 사고 사망자?

행정안전부는 30일 전국에 공문을 내려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고 사망자’라 하고, 분향소에 영정과 위패를 생략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인사혁신처는 근조글자가 없는 리본을 달라고 했다. 근조가 안보이게 뒤집어 달라는 소리다. 그런데 누가 이런 발상을 했는지 총리도 장관도 아는 이가 없다. 무당의 향기나 법사의 손길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초상집 가서 밤새도록 울어놓고 누가 죽었냐고 묻는 황당함이랄까. 얼마전 영국에서 조문을 못다해서 욕먹었던 한을 이제서야 풀어냈을 윤씨의 회한인가?

외신도 disaster라 하는데 왜 incident라 하는가? 그래서 누가 밀었나 조사하나?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이라는 자는 2일 “이태원은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다 ... 그런 지명 뒤에 참사, 압사라는 용어를 쓰면 ...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그 지역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는다고 했다. 그러니 ‘사고’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랜다. 업자에게는 이리도 애달프면서 황망하게 죽어간 청춘들에게는 왜 그리도 박할까? 북한 해안에서 변을 당한 공무원은 전직 대통령마저 겨냥할 만큼 국가안보에 중요한데, 서울 한복판에서 깔려죽은 156명은 공무원 한명 값도 못한단 말인가? 결국은 죽은 자도, 책임자도, 참사 그 자체도 잊으라는 소리다.

할로윈을 비웃는 '핼러윈'들

제도나 기술 문제가 아니다. 정치·행정 이론 문제가 아니다. 그냥 사람의 본성과 기본에 관한 문제다. 주요 책임자들의 마음에 백성과 주권자는 없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가진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나 ‘도어스테핑’은 정권의 무지와 무능과 불통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없는 것이 있어 보이나? 이 정권 자체가 참사다. 멀쩡한 할로윈(Halloween)을 두고 근본없는 ‘핼러윈’이라니... Go to hell이다. Sojeong

인용: 박헌명. 2022. 할로윈을 비웃는 '핼러윈'들의 주책바가지. <최소주의행정학> 7(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