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와 공직자의 자세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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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직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헙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또박또박 사퇴의 변을 찍어내는 윤총장의 모습에 비장함이 서려있다.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독재 투사의 절규인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의 사자후인가?

공무원인가? 정치인인가?

윤씨는 지난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꾸준히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우리 사회가 퇴보하고 헌법 가치가 부정되는 위기 상황”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다.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중수청 설치를 검찰 폐지로 보고 잔뜩 뿔이 난 자의 푸념으로 들린다.

“이 검찰을 지탱해온 헙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검사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 검찰이 오랜 세월 쌓아올린 반칙과 특권이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 어떤 위치에 있든지 검찰지상주의와 검사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어제는 대구고등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진행중인 ...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꽃다발을 건네며 마중을 나왔고, 많은 지지자들이 윤씨를 연호했다. 공무원이 아닌 개선 장군이나 대선 후보에 걸맞는 위엄이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뒤 여권과 갈등을 빚다가 하차한 윤석열씨는 김영삼 정권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로 발탁되었지만 대쪽같은 행보로 좌충우돌하다 사표를 내던졌던 이회창씨에 비견된다. 윤씨와 이씨는 권력자에 맞서는 거침없는 행보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수구세력의 부름을 받고 대선 후보가 된 이씨처럼 윤씨도 지리멸렬支離滅裂인 수구야당의 대선 후보로 우뚝 서는 꿈을 꾸고 있는가? 시시비비와는 별개로 지금 이 순간 윤씨는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있다. 숨길 수 없는 욕망의 분출이다.

열혈 공무원 윤석열의 길

윤씨가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이었다면 어떤 길을 선택했을까? 윤씨도 검사에 취임할 때 “나는 ...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선서했을 것이다.

윤씨가 현재 상황을 헌법가치가 부정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정부가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인식했다면 그 결기를 행동으로 보여주었어야 했다. 조직이든 인맥이든 법기술이든 모든 화력을 집중하여 반란세력을 진압했을 것이다. 부하검사를 사방팔방 풀어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어 죄를 그리고 판을 짰을 것이다.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총리든 대통령이든 굴비엮듯이 끌고가서 물고를 냈을 것이다. 진압작전에 협조하지 않는 불순무리들은 경찰이든 법관이든 학자든 언론인이든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잡기술을 걸어서라도 기어코 자빠뜨렸을 것이다. 한 나라의 총리를 파렴치한 범죄인으로 만든 솜씨가 어디 가겠는가? 이 나라가 망하고 검찰이 무너지는 판에 못할 짓이 무엇인가? 나라가 곧 검찰이고 정의가 곧 검찰인데... 게다가 현재 검찰이 가진 권능과 기개는 군사반란 수괴인 박정희와 전두환의 무력과 용맹에 못지 않다.

윤씨의 구국 운동이 설령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윗사람을 들이받고 꼬마 검사들을 달고 다니던 낭만 칼잡이 아닌가. 검찰공화국의 헌법이 무너지는 판에 두목인 총장이 모른체 하거나 도망갔다면 열혈 윤석열은 끝장났을 것이다. 식구들까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해도 멋있게 한 판 뜨고 칼을 맞는 것이 낫다.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불의와 범죄에 맞섰다는 자부심,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움으로써 국가에 봉사했다는 명예를 믿기 때문이다. 역사가 자신의 결백과 고뇌와 용기와 희생을 기록해주리라... 국민도 헌법도 검찰도 아닌 그냥 “자뻑”일 뿐이다.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

윤씨는 결국 칼을 버리고 사직서를 던졌다. 민주주의 퇴보와 헌법 파괴는 수사일 뿐 사실은 검찰 수호를 명분으로 개인의 탐욕을 불사른 것이다. 정치권에게는 검찰을 건드리지 말라면서 스스로 정치질에 푹 빠진 정치 검찰의 민낯이다. 5년 만에 완전한 민주주의국으로 복귀한 마당에 무슨 헌법 타령인가. 중정과 안기부의 설계인지 윤씨의 항의성 사퇴는 모양새도 좋고 시기도 절묘했다.

윤씨가 올바른 공직자라면 임명권자와 입법부에 대하여 과격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 정말 헌법상 책무를 저버렸다거나 갖은 압력을 넣어 검찰의 정치 중립을 훼손했다면 절차에 따라 부당함을 밝힌다. 여의치 않으면 법에 따라 수사하고 기소하면 된다. 국회에 의견을 전달하고 묵묵히 입법사항을 집행하면 된다. 진실만을 쫓는 공평한 검사라면 자신이 곧 진리가 아니라 언제든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인간임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상급자와 뜻이 다르다면 조용히 물러날 뿐 날세워 비난하거나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Sojeong

같이 읽기

인용하기: 박헌명. 2021.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와 공직자의 자세. <최소주의행정학> 6(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