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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제보사주, 개발특혜?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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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구야당에게 여권의 주요 인사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고발사주” 사건이 사회를 흔들고 있다. 조국교수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내비친 두 집단의 공조가 사실인 듯하다. 검찰의 국정농단이다. 전 검찰총장으로서 유력한 대선후보가 된 윤석열씨가 벼랑에 몰렸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수구세력의 되치기가 들어왔다. 조성은씨가 언론에 제보하는 과정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제보사주” 의혹이다. 제보사실을 반박할 수 없으니 조씨가 국정원장과 특수관계라느니, 고급차를 탄다느니 마구잡이로 던지고 있다. 제보자를 깎아내려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물타기다. 문제의 본질을 비틀어 은근슬쩍 핵심을 피해가는 교묘한 술책이다. 수구언론이 달려들어 확대재생산하자 어느새 “고발사주”가 “제보사주”로 뒤바뀌어 추석밥상에 올랐다.

“고발사주”에서 “제보사주”

군사정권이 물러간 지 30년이 지났지만 그때 그 시절의 언어공작은 여전하다. 국민들이 “부정선거”라며 비난하면 독재정권은 잽싸게 “선거부정”라는 말을 언론에 푼다(1991: 99). “부정선거”는 정권의 진퇴가 걸린 심각한 사안이지만, “선거부정”은 재판으로 해소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라는 느낌이다(2001: 198). 박정희씨가 “부정부패”로 위기에 몰리자 “서정쇄신”을 들고 나왔다. 쿠데타 정권의 수괴인 전두환씨는 생뚱맞게 “사회정화”를 한답시고 시민들을 삼청교육대에 몰아넣고 매질을 했다.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가정보원이 심리전단 소속 직원을 동원하여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른바 국정원의 선거개입사건이다. 하지만 수구세력들은 민주당 인사들이 떼거지로 몰려가 연약한 여성을 감금했다며 역공을 펼쳤다. 불법 공작을 수행한 국정원 요원은 순진무구한 여성이 되고, “댓글사건”은 “감금사건”이 되고, “관권선거”는 “인권침해” 사건으로 뒤바뀌었다. 이에 분개한 표창원 교수는 방송에 나와 “그게 무슨 감금이예요, 잠금이지”라고 일갈했다.

2018년 2월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문재인 정권은 드라마처럼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성공한 “평화올림픽”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수구세력은 “평양올림픽”이냐며 조롱했다. 눈꼴사나운 참에 나름대로 운을 맞춰 빨갱이칠을 했다. 잔치집에 가서 딴지를 놓고 흔들리는 집토끼를 잡아놓았으니 남는 장사였던 셈이다.

진리성의 언어공작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진리성(Ministry of Truth)은 빅브라더를 위해 밤새워 “진리”(날조되고 왜곡된 공작용 언어)를 만들어 내고, “진리”를 믿지 않는 자들을 잡아다가 패는 관청이다. 수구기득권 세력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진리”의 자가발전소인 셈이다(1991: 90). 타락한 정치인, 법조인, 교수, 언론인, 종교인, 운동가들이 부역자로 동원된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으로 이어졌던 음습함과 포악함이다. 민주정부가 권력기관을 해체하면서 청산해왔던 적폐다.

하지만 수구세력의 진리성이 아직도 건재함을 본능으로 느낀다. 파괴되지 않고 분산·이전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밤새 머리를 쥐어뜯으며 “진리”를 창조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옳든 그르든, 정적을 해치울 수 있는 꼼수를 개발하는 것이다. 중정과 안기부에서 꽃피웠던 음흉한 언어공작의 향기가 풍겨난다. 수구 정치인이든 검찰이든 언론이든 출처는 달라도 재료와 논리와 음조音調는 같다. 누가 써준 원고를 돌려가면서 반복해서 읽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단순한 잔머리가 아닌 영리함과 집요함이 있다.

정권을 빼앗겼지만 진리성 출신들은 실력도 있고 힘도 여전하다. 수구 언론의 기술은 녹슬지 않았고, 수구 웹포탈과 사회매체(Social media)의 파급력은 막강하다. 또한 흩어졌다가 일시에 모여 화력을 집중하는 조직력도 보여준다. 사실도 논리도 없는 낭설이라 해도 이들의 언어공작은 최소한 절반은 성공할 수 있다. 시시비비를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적의 예봉을 피하고 묻지마 지지자를 다독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보사주”에서 “개발특혜”

한동안 “제보사주”가 신문과 방송을 뒤덮더니, 이제는 부동산 “개발특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개발자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다. 이미 “고발사주” 물증이 나온 마당에 “제보사주”로는 국면을 전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까?

이번에도 수구 언론이 이재명씨의 아들이 개발회사인 화천대유에 다녔다며 불을 당겼다. 기다렸다는 듯이 수구세력들이 들고 일어나 들쑤시고 다니고 있다. 진리성에서 발신한 “진리”를 수신했는지 주문처럼 외고 “떼창”으로 부르고 있다. 화천대유는 누구꺼냐, 하루만에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개발사업에 위험이 없었다, 자본금 5천만원으로 천배 수익이 났다, 성남시민이 받아야 할 뭉치돈이 소수 투자자들에게 배분되었다... 대법원의 판단이 이미 나왔지만 진리성 요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구세력의 공세는 터무니가 없다. 이 사업은 애초에 토지주택공사가 공공개발로 추진했지만, 이명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여 민간개발로 돌렸다. 이때 온갖 불법탈법으로 복마전이 되어 사업이 좌초되었다. 2010년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씨가 공공개발로 방향을 바꾸자 수구 정권과 도지사(남경필)와 시의회가 발목을 잡았다. 지방채 발행도 좌절되자 어쩔 수 없이 혼합형 공영개발로 돌린 것이다. 성남시가 사업성패와 관계없이 먼저 5천억원을 받고 나머지를 민간이 나누어 갖기로 한 사업이다. 우연히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민간의 몫이 커졌지만, 그 반대였으면 그들의 몫이 쪼그라들었거나 손해를 보았을 수도 있었던 사업이다.

수구세력의 “진리”는 사실을 왜곡하고 날조하였다. “이재명 게이트”라 하지만 등장인물은 곽상도(아들), 원유철, 남욱, 최재형 등 수구세력 일색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 자본금 5천만원은 혹세무민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 자본금 9천억인데, 21조 영업이익을 냈으니 23배 수익율인가? “진리”는 또한 논리도 일관성도 없다. 시장경제를 경전처럼 떠받들던 자들이, 민영개발에 그리 집착하던 자들이 이제와서 공공개발을 왜 안했느냐 따지고 있으니... 사유재산에 애닯던 자들이 민간회사가 폭리를 취했다며 투자자가 누구냐, 누가 수익배분을 설계했냐고 묻고 있으니... 그런 식이면 조선일보와 삼성전자의 투자자(방씨와 이씨 일가)와 수익배분은 왜 묻지 않는가? 수천 수만 배를 벌었다 한들 법을 지키고 꼬박꼬박 세금을 냈으면 그만 아닌가?

깨어있는 시민들을 속일 수 없다

수구세력의 공작은 카멜레온 같아서 “고발사주”에서 “제보사주”와 “개발특혜”로 변화무쌍하게 진화하고 있다. 토건세력을 앞세운 기득권자들은 자신의 밥그릇에 재를 뿌린 이재명이 저주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작은 복수가 아니라 비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씨는 모든 택지개발을 공영화하겠다며 되치기를 했다. 역시 이재명이다. 수구세력은 그동안 정신없이 뿜어낸 말이 너무 많아 주워담기도 어렵고 반박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인과응보다. 아무리 교묘하고 화려한 언어공작이라 해도 사실과 진실을 오래 덮을 수는 없다. 깨어있는 시민들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Sojeong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1. 고발사주, 제보사주, 개발특혜? <최소주의행정학> 6(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