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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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10.26과 윤석열의 10.29 PDF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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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뉴스외전>(2022. 11. 10)에 출연한 유시민씨는 윤석열 정부의 6개월을 열역학 제2법칙으로 풀어냈다. 윤정권의 무지와 무능과 무책임으로 사회 전반에 무질서도(entropy)가 증가했고, 10.29 참사는 그 귀결의 하나라는 것이다. 윤석열, 한덕수, 이상민 등 책임자들은 구차하게 자리에 눌러앉아 있고, 현장에서 참사를 수습한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악몽을 꾸듯 취조당하고 있다. 뇌가 작동하지 않아 손발이 움직이지 못한 것인데, 이제와서 사태를 직감한 뇌가 손발을 잘라내겠다며 성내고 있다. 경우없는 짓이다. 정적 제거에만 혈안이 되어 칼춤을 추고 있는 정권이다. 유작가는 무지성이고 개념없는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박정희의 10.26과 윤석열의 10.29

소정은 1971년 서울대 부속병원 인턴의 집단농성을 해결하기 위해 보사부 주사가 아닌 문교장관과 국무총리가 나서는 것을 보고 박정희씨의 국가비상사태를 예감했다(1991: 339-340). 마땅히 주사가 할 일을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연달아 나서야 하는 정권의 난맥상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불법탈법을 가리지 않고 별별 짓을 다 저지른다. 사회의 합리성과 효율성은 곤두박질치고 상황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다. 상식이 무너지고 민심이 이반離叛해도 권력욕은 기어코 극단적인 강경책으로 이어진다. 소정의 불길한 예감은 72년 10월 유신이었다. 헌정파괴 쿠데타 7년 만에 박정희는 궁정동 안가에서 술먹다 심복 김재규의 총에 맞고 죽었다.

10.29 참사 직후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에 매일 방문해서 무표정으로 참배하는 윤씨를 보면서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구태여 사고 사망자라 부르고,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패륜이라 매도하고,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며 설레발이다. 내외국인 158명이 희생되었는데도 구청장, 서울시장, 경찰청, 행정안전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말로는 추모와 위로를 말하지만 실제는 슬픔과 분노를 차단하느라 용쓰고 있다. 뭘 모르면서 엉뚱한 일만 저지르고, 사고 수습은 고사하고 황당한 언행으로 짜증과 분노만 돋구고 있다. 대통령조차도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를 모르면서 막 질러대고, 외눈박이 하수인들은 염불외듯 복창하고 있다. G20 만찬장에 늦게 나타나 멀뚱멀뚱 앉아 있다가 김명신씨에게 등떠밀려 나서는 윤씨의 난감함은 이 정권의 초상이다. 뭐라도 하긴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윤씨의 표정이다. 한마디로 답이 없다. 스스로도 실망하고 답답하겠지만 백성들은 환장할 지경이다.

반성없이 폭주하는 윤석열차

G20에 참석하면서 윤씨는 MBC기자를 전용기에 태우지 않았다. 악의적인 기사와 방송으로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고 국익을 훼손했댄다. 탑승 거부는 헌법수호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그토록 자랑했던 문간취재도 못하게 했다. “이 새끼들”과 “바이든”이 들리는 동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뭐가 가짜 뉴스라는 것인지... 보도 하나가 한미를 이간질시키고 헌법을 허물어뜨렸다는 것인지... 한미동맹이 곧 국익이고, 윤씨가 헌법(국가)이란 말인지... 국세청은 MBC가 수백억원을 탈루했다며 청구서를 들이밀고, 여당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불을 지폈다. 대답없는 윤씨의 뒤통수에 대고 질문하는 기자와 말다툼한 비서관, 기자가 버르장머리없이 슬리퍼를 신었다며 시비를 거는 여당 인사. 그냥 졸렬하고 유치찬란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는 없고 좀스럽고 지저분한 말폭력만 난무한다.

결국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정신줄이다. 자신은 언제나 정의롭고 공정한 존재이다. 어떠한 오류도 없는 진리 그 자체다. 폼나게 헛기침이나 하고 에험 하면 언론이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다 알아서 움직여 줘야 한다. 예기치 못하게 상황이 꼬이면 버럭 화를 내면 그만이다. 책임은 정적과 약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생자 유족과 야당에게 해코지를 당한 장관 고교 후배를 위로한다. 김씨의 빈곤포르노에 조명이 있었네 없었네로 야당 의원을 겁박한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도 불순한 주동자들의 난동일 뿐이다. 손해배상과 업무개시명령으로 슬쩍 찔러본다. 무슨 짓을 해도 되는 자유와 특권을 부여받는 것처럼 파죽지세로 밀어붙인다. 일단 검사들을 풀어서 민의를 찍어누르다가 여의치 않으면 필시 눈을 뒤집어 까고 마구잡이로 망나니짓을 벌일 자들이다. 철딱서니 없는 아이가 장검을 휘두르고, 전후좌우를 보지 않고 자동차를 몰고 폭주한다.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上의 무지와 무능이 망가뜨린 관료제

10.29 참사는 관료제가 망가졌음을 보여준다. 전문성을 가진 관료가 역할에 따라 합당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법과 절차에 따라 문서로 공직을 수행하는 관료제가 아니다. 무지와 무능과 무책임으로 무장한 上이 똑같은 부류를 요직에 앉혔으니 관료제의 합리성은 숨쉴 곳이 없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上의 자의성과 확증편향에 관료제는 경직된다. 계서제(hierarchy)는 허울뿐이고 제왕의 폭정은 무질서도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권한침해權限侵害와 몰상식은 일상이 된다. 모두 上의 입과 심기만 살피면서 처벌을 피할 궁리만 한다. 시위대를 막기도 힘겨우니 백성을 살필 이유도 여력도 없다. 영혼없는 복지부동이 최선이다. 소정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 나라의 행정조직체 내에서의 행동의 계속성을 단속시키는 유일의 이유는 권한침해에 있다. ... 합리주의 현상이 행정에서 발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의 행정에 대한 극도의 간섭증, 엽관주의, 상급기관이나 상급자의 하급기관이나 하급자에 대한 권력남용,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서] 업무담당기관이 아닌 막료로서의 예산기관의 횡포 등에서 볼 수 있다”(1980: 6).

윤김씨를 등에 업은 하수인들은 동네방네 들쑤시면서 잇속을 챙기고 있다. 자유당 정권에서 완장차고 빨갱이를 때려잡던 기세다. 벌써 자기비대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몫을 다투다 틀어져 차지철이 되고 김재규가 될 것이다. 자기분열이다. 10.29 참사는 시작이니 그 끝은 과연 무엇일까? 한남동일까, 청담동일까? Sojeong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3. 박정희의 10.26과 윤석열의 10.29. <최소주의행정학> 8(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