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검찰청이 문을 닫게 되었다. 지난 2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78년 만에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에 조사권과 기소권을 넘기게 되었다. 자업자득이다. 수사와 기소는 서로 연계되어 있지만 상호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사필귀정이 오랜 시간 논쟁과 갈등을 겪은 뒤에야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수구기득권세력의 공작과 몽니에 합리성이 휘둘린 결과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원하는 결과(개혁)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다.
악마가 된 정치검사들의 민낯을 보다
국회본회의를 앞두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5일과 22일 검찰개혁 청문회를 개최했다. 증인 명단을 보면서 대체 어찌 생겨먹은 자들인지 궁금했다. 청문회에 나와서 답하는 태도를 보면서 흠칫 놀랐다. 어이없다. 화난다. 공무원이 아니라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초인간이다. 검사로 취직시켜준 주권자에게 배은망덕하고도 오만불손이라니... 분에 넘치는 권한을 주체하지 못하고 기고만장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난도질 했을까? 부끄러움이 없고 반성이 없다.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조폭도 고개를 숙일 줄을 알거늘... 이들이 해먹었다고 알려진 사건을 보자.
가까이는 건진법사에게 건넸다는 관봉권 띠지를 잃어버렸고(최재현, 박건욱, 신응석),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을 간첩으로 조작했고(이시원),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에게 뒤집어 씌웠고(강백신, 엄희준), 쌍방을 대북송금으로 이재명을 엮으려 했고(박상용), 손준성 고발사주 사건을 비틀었으며(이희동),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로 털어주고(조상원, 이창수), 해괴한 셈법으로 내란수괴를 풀어주었다(심우정). 이들(신응석, 임관혁)이 한명숙 뇌물수수 사건을 어찌 요리했을지 훤히 보인다. 악귀가 씌인 살인마의 칼솜씨다.
걸핏하면 법과 원칙을 들먹이던 정치검사들은 강자에게 힘없이 비굴했고 약자에겐 한없이 가혹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무기로 휘두르며 멋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구현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 정의를 욕보였다. 사람의 짓이 아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은 모습이다. 법과 국민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하찮은 존재로 여겼다. 공무원증을 들고 깡패짓을 일삼은 자들에게 국회의원의 질문은 같잖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잡아다 물고낼 수도 있는데 어디서 겁대가리도 없이... 끼리끼리 똘똘 뭉쳐 권력과 돈을 탐하다 한줌도 안되는 미꾸라지들이 검찰을 말아먹었다.
권한에 비례한 무거운 책임을 물려야 한다
인간을 위하지 않은 행정이란 인간의 것을 빼앗는 행정인데, 상급 공무원이 하급 공무원의 권한을 빼앗고, 행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빼앗는다(1980: 250). 이런 관료제에서 공직자는 스스로 전문성을 포기하고 상사에게 굴종하며 국민들에게는 교만하고, 공익이 아니라 상사에게 상납하는 대가로 利를 추구하고, 맹종을 강요하는 상사와 조직 앞에 세워지는 하찮은 존재다(2001: 277, 465).
그들도 어렸을 때는 천진난만했을 것이고 성장해서는 나름의 꿈을 품었을 것이다. 천재는 아니어도 법전을 이해할 만한 머리는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법을 모르고 사리분별을 못하여 괴물이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만행을 밝히고 책임을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움켜쥔 그들의 힘에 눌려 신상필벌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징계와 처벌을 받은 검사는 극히 드물다. 성접대를 받은 김학의는 선명한 동영상이 있어도 끝내 처벌받지 않았다. 도망가는 김씨를 막은 자들만 피를 봤다. 탄핵소추된 검사들도 줄줄이 생환하는 법현실이다. 경우가 아니다. 조직을 배신하지만 않으면 무슨 짓을 저질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결국 핵심은 조직개편이 아니라 권한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다. 조직구조가 개판이라도 사람이 멀쩡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뿐 큰 문제는 없다. 누진세처럼 권한과 피해에 비례하여 엄중한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면 징역이상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 예컨대, 공무원을 간첩으로 조작한 자는 무기징역과 재산몰수로 단죄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고 사실상 사람을 죽인 것이나 진배없다. 내란수괴를 풀어준 지귀연이나 대선에 개입하여 정적을 없애려 했던 조희대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내란의 무게를 고려하면 사형도 호사다. 왕조시절이었으면 능지처참에 3족을 도륙할 역모죄 아닌가.
주권자의 눈높이에서 감시, 조사, 기소, 재판해야
그러면 어떻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한가? 조직을 개편하여 권한을 분산하고 서로 견제하도록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수사지휘권은 견제와 거리가 멀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사 수를 늘리고, 일반국민의 상식을 반영할 비법조인을 포함시킨다. 권력기관의 고위 공무원은 선거로 뽑고, 주요한 수사, 기소, 판결을 공시하여 공무원의 잘잘못을 평가한다. 공무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앤다. 이시원, 지귀연 정도면 승진은 커녕 파면되고 감옥가고 배상금을 토해내야 한다. 권한이 센만큼 매도 매서워야 하는 법이다. 망나니칼을 잘못놀리다간 패가망신하도록 해야 한다. 또 직급에 따라 변호사 자격을 제한하여 전관 예우 폐해를 줄인다. 예컨대, 헌법재판관이나 대법원 판사는 10년 동안 변호사나 재판 관련 일을 일절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권한과 혜택을 충분히 누렸지 않은가.
권력기관의 폭주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한다. 국민이 참여하는 제 3의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선거개입이나 내란과 같은 중대범죄는 아예 조사부터 재판까지 국민이 이끌어가야 한다. 국회든 공수처든 수사청이든 법원이든 국민의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독립성은 서로 권한을 침해하지 말라는 소리지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하물며 주권자를 배신하고 나라의 근본을 흔들어서야 어디... 필요하면 국민 앞에 나서서 정당함을 입증해야 한다. 주권자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항상 감시당하고 언제든 반드시 처절한 단죄를 받는다는 공포가 엄습하면 악귀는 물러나고 발광하던 괴물은 분수를 깨닫고 얌전한 공무원으로 돌아온다.
같이 읽기
- 박헌명. 2025. 주권재민 시대의 헌법과 시민 재판관. <최소주의행정학> 10(7): 1.
- 박헌명. 2025. 김여사 정권의 공무원 행동강령. <최소주의행정학> 10(3): 1-2.
- 박헌명. 2017. 독재자의 권한 침해와 관료제의 합리주의. <최소주의행정학> 2(2): 1-2.
인용: 박헌명. 2025. 검찰청 해체? 처절한 신상필벌이 핵심이다. <최소주의행정학> 10(10):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