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는 참으로 특이하다. 갑작스런 친위정변과 내란을 거쳐 정권이 바뀐 직후라서 그럴까? 감사가 현 정권보다는 전 정권의 실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소야대가 여대야소로 바뀌어 수비수가 된 옛공격수가 계속 폭격을 하는 상황이다. 전 정권의 수비수는 이제 공격수가 되었지만 “윤건희”를 막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시비라도 걸어서 감사를 파행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경우가 아닌 정치꾼, 검사꾼, 판사꾼
“김여사 정권” 편에 선 장차관, 기관장, 임원, 국회의원들이 거짓말과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나 살고 보자”라는 궁여지책일 수 있다. 하지만 삼권분립이니 사법권 독립이니를 말하면서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내란수괴를 편드는 검사와 판사 공직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이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기사회생을 노리는 것일까? 아직도 이재명을 한방에 날려버릴 꿈에 부풀어 설레는 것일까? 국민의 알 권리를 빙자하여 기득권을 편들고 꿀만 빨아먹던 언론인과 수구 추종자들의 건재에 안심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치를 것은 치르고 자기의 몫을 늘려 나가는, 경우에 맞는 성장을, 한 개인에게서나 국가에서나 보고 싶은 것이다”(1986: 62).
내가 좋아하는 소정 선생님의 글귀다. 경우境遇는 사리와 도리를 말하는데, 사리事理는 일이 되어가는 이치이고 도리道理는 어떤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 할 바른 길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분수分數 혹은 分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직분이나 미칠 수 있는 한도(한계)를 말한다. 경우와 분수 모두 사람들이 그 자리 앉은 자들에게 기대하는 언행의 기준치다. 최소한의 한계이다. 대개는 법이나 규칙으로 정해져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못된 판검사를 비롯한 특권층은 시민들이 아닌 자신들이 생각하는 준거를 경우라고 착각한다. 분수를 모르고 자신(권한)을 거대하게 그려놓고 산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치를 것”을 치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한만 멋대로 휘두르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경우없는 짓이다. 돈셈조차 엉망이니 다른 것은 따져 볼 것도 없다.
치를 것을 치르지 않는 판사와 검사들
제일 화나는 것은 12.3 비상계엄이 불법이고 내란인지를 몰랐다고 변명하는 수구정치인과 판사와 검사들의 비루한 모습이다. 누구보다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하는 자들이 아닌가. 사법·준사법 기관이라며 각잡고 영감·땡감하면서 거들먹거리던 자들이 이제와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니... 어찌하여 총리, 장차관, 장군, 판사, 검사, 경찰 고위직 중에 당시 비상계엄이 불법이고 내란이라고 말한 자가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일촉즉발의 국회 상황을 보고서도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비상계엄에 부역한 총리와 장차관, 후속조치를 논의했던 판사들과 검사들...
계엄법 2조는 비상계엄 요건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정하고 있다. 형법 87조는 내란을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정의하고, 91조는 국헌 문란을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봐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계엄이고, 국회를 전복하고 권능행사를 못하게 했으니 내란이 분명하다. 국회에 군인이 난입한 것 자체가 내란이다. 모를 수가 없다. 그 많은 시민들이 엄동설한에 옷도 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허겁지겁 여의도로 몰려든 까닭이다.
"밥"과 "앙심"만 남은 판사와 검사들
내란은 실패했지만 아직 종식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판사와 검사는 그대로다. 아직도 불법계엄과 내란이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보는 눈이 없고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수구 기득권의 난동이다. 핵심 증거인 관봉권 띠지가 없어졌는데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검사, 사건을 조작하여 수구세력의 정적을 때려잡은 검사, 법에서 정한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서 내란수괴를 풀어준 지귀연과 심우정, 절차와 관례를 무시하고 대선후보를 지워버리려 했던 조희대와 대법원 판사, 검찰청을 폐지하니 보완수사권이라도 달라며 앙탈을 부리는 검사들, 파기환송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못하면서 사법권 독립을 운운하는 판사들... 사리와 도리 모두 빵점이다. 경우없는 짓이다. 공무원이라는 본분을 망각했다.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이들은 우선 사람들이 기대하는 준거를 깡그리 무시했다. 주인을 대신하여 월급받고 일하는 공복임을 자각하지 못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존재인 양 법을 멋대로 주무르고 거리의 시민들을 깔봤다. 판검사가 없으면 어차피 대한민국은 망한다는 황당한 믿음일까? 국정감사에 출석한 검사들은 당장에라도 국회의원 놈들을 잡아다가 몽둥이로 찜질하고 껍데기라도 벗겨버릴 기세다. 그 용맹함을 불법계엄을 휘두른 내란수괴에게 보여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시큰둥하게 앉아서 의미없는 훈수질만 하는 판사들이 잔머리라도 굴려 내란수괴를 점잖게 타일렀더라면 좋았을 것을...
더 중요하게는 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맘대로 사고를 쳐놓고 누구하나 값을 치르지 않았다. 경우에 맞지 않는 짓이다. 비상계엄이 방송과 온라인에서 중계되었는데도 불법이고 내란인 줄을 몰랐다면 부장급 이상 판검사는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 근신하며 처단을 기다렸어야 했다. 특히 한덕수, 지귀연, 조희대는 광화문에서 석고대죄라도 했어야 했다.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판검사를 경우에 맞게 단죄했어야 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했어야 했다. 김학의와 지귀연은 검찰청과 사법부의 자정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화석이다.
어쩌면 애초부터 판검사들은 법과 양심이 아닌 “밥”과 “앙심”으로 살아왔는지 모른다. 세상 고상한 척은 다 하지만 실상은 강자에게 한없이 비굴하고 약자에겐 한없이 포학한 자들이다. 돈과 권력을 휘두르는 깡패에게는 납짝 엎드리지만 합리적으로 대화하려는 상식인은 안하무인으로 짓밟아 버리는... 친일파를 비롯한 기회주의자들의 철칙이다. 민주주의, 법, 절차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어차피 나라의 주인도 아니고 주인될 생각도 없는데...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일이다. 괜시리 불법계엄이라고 말했다간 끌려갈까봐 복지부동했으나 이젠 잡혀가 쥐터질 일이 없으니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고 일어나서 정의의 사도임네 하고 있다. 법리는 말장난이고 그저 “밥리”일 뿐이다.
만일 국정원 요원이 옛날 식으로 판검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찰하면 대법원장이든 검찰총장이든 머리부터 땅에 쳐박을 것이다. 감히 수사권이니 사법권이니를 입에 올리지 못할 것이다. 기득권의 단맛에 취한 자들의 속성이다. 행여나 내란수괴와 잔당들을 무죄로 풀어주고 여당의원들을 잡아들이고 이재명 재판을 강행한다고 생각해보자. 역린을 제대로 건드렸으니 나라 전체가 난장판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해 검사와 판사만을 대상으로 반역자를 색출한다고 해보자. 기고만장했던 판검사 그 누구도 계엄군의 군화발이 무서워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민이 죽든 말든 자신은 끝까지 잇속을 챙기고 손톱만큼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귀연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번갯불에 콩궈먹듯 이재명 파기환송을 해도 비판하지 않았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자신에게 손해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열혈 검사 하나가 조희대를 긴급 체포하고, 체포에 반대하는 상급자를 직권남용으로 잡아 가두고, 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질질 끌고 가는 식으로 끊임없이 밀어붙이면 어떠할까? 정의감에 불타는 판사가 미친 척하고 한덕수 재판에서 조씨(한씨가 아니라)에게 사형판결을 내리고 법정구속하면 어떠할까?(왜라고 묻지 말라) 국민주권을 신봉하는 구치소장이 다짜고짜 조씨 사형을 집행한 뒤 사형에 필요한 절차를 밟는다면 어떠할까?(말이 안된다고 따지지 말라) 검찰권 사법권은 하늘이 내린 권한이니 이런 엉망진창인 일도 숙명인줄 알고 순순히 받아들이라면 어떻겠는가? 아마도 이들은 길길이 날뛰면서 법이 어쩌고 절차가 어쩌고 인권이 어쩌고 나불거릴 것이다. 나는 맘대로 해도 되고 너는 나에게 손해되는 짓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자유민주주의” 추종자들이다.
동전던지기와 인공지능 판검사
이런 판국이니 공정한 조사, 기소,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 권력, 재벌, 판검사에 관련된 사건은 검사와 판사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요행히 멀쩡한 판검사가 맡는다면 법에 따른 공정한 사법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법의 껍데기를 쓴 깡패에게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할 수 밖에 없다. 돈과 권력이 있는 피의자는 죄가 있어도 무죄를 받는 것이다.
이럴 바에는 동전던지기나 주사위굴리기(복권추첨)를 도입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재판기록도 안읽고 절차도 무시하고 증거도 보지않고 판결을 내린다는 것 아닌가. 비용도 거의 안들고 빠르다. 대법원 판사 14명 늘리는데 1조 4천억원이 든다니 법관을 모두 없애면 어마어마한 비용절감이다. 전관예우도 변호사비도 필요없다. 나경원 재판이 6년째 1심을 하고 있다는데 동전던지기를 하면 1초도 안걸린다. 작심하면 3심까지 5분 내에 끝낼 수 있다. 공연히 몇 년씩 진을 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공정하다. 돈이 있든 없든 권력이 있든 없는 하늘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동전던지기가 불편하면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제일 잘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법관과 의사라고 한다. 모든 법체계를 검색하여 가장 적합한 법적용을 찾는 것은 인공지능의 주특기이다. 놀라운 인공지능의 발전속도를 생각해보면 엉터리 판결을 낼 확률은 0에 수렴한다. 물론 모범적인 판결만을 골라서 학습시켜야 한다. 인공지능 판사는 동전던지기보다 느리겠지만 빠르면 1주일 내에 3심도 가능할 것이다. 기존 법관은 인공지능의 판단을 보조하는 조수助手로 채용하면 인공지능 도입비용으로 쓰고도 남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뇌물, 학연, 지연, 전관예우 등과 무관하니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내릴 수 있다.
인공지능도 불편하면 정치, 재벌, 판검사와 관련되는 재판은 영장심사부터 일반 시민이 참여하면 된다. 법원이 판사를 무작위로 뽑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판결업적을 보고 국민이 선출한다. 물론 모든 법관의 판결은 다른 법관과 변호사와 법학자의 평가를 받고 공시되어야 한다. 못된 판검사가 1할도 안 될테니 지귀연이나 조희대같은 자가 뽑힐 확률은 거의 없다. 또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고 유무죄를 결정한다. 2심과 3심은 새로운 배심원과 판사를 뽑아 진행한다. 내란과 같은 긴급을 요하는 것은 표본이 매우 큰 여론조사로 처리한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본 내란을 1년이 다 되도록 내란이라 판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판검사들이 제값을 치를 때다
이제 판사와 검사들은 “치를 것”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전 국정원장이었던 박지원이 말한 것처럼 판검사들은 독재정권에 부역하여 기득권을 누렸고 이제는 민주화의 과실로 사법권 독립을 누리고 있다. 독재에 맞서 당당하게 판결하지 못한 값을 치르지 않았고, 시민들과 함께 피흘리면서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못한 값을 치르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화를 이끌었던 김대중에게 사형판결을 내렸고 노무현을 궁지로 내몰았다. 항상 포악한 자를 편들고 배은망덕을 반복하며 호의호식해왔다.
검찰청이 80여 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잇따른 무리수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신뢰를 잃은 사법부도 제 값을 치러야 할 차례다. 역시 자업자득이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주인이 기고만장으로 기어오르는 머슴을 멍석에 말아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데... 천하가 자기들 주위로 돈다는 망상에서 깨어나 주인인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착하고 성실한 공무원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를 바란다. 공소를 맡는 소사訴事가 되든 재판을 돕는 助事가 되든 그동안 경우없이 난동을 피운 죄를 반성하면서 주인의 처분을 조용히 기다리시라.
같이 읽기
- 박헌명. 2025. 검찰청 해체? 처절한 신상필벌이 핵심이다. <최소주의행정학> 10(10): 1.
- 박헌명. 2025. 주권재민 시대의 헌법과 시민 재판관. <최소주의행정학> 10(7): 1.
- 박헌명. 2025. 파렴치한 법기술자, 관기술자, 군기술자. <최소주의행정학> 10(4): 1.
- 박헌명. 2025. 김여사 정권의 공무원 행동강령. <최소주의행정학> 10(3): 1-2.
인용: 박헌명. 2025. 경우없는 판검사와 인공지능 판검사. <최소주의행정학> 10(12): 1-2.
